UPDATED. 2024-03-29 20:40 (금)
향기있는 모임 : 경북대‘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모임
향기있는 모임 : 경북대‘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모임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12-13 11:34:02

‘대안’과 ‘모색’. 예사롭지 않은 두 말이 함께 모인 탓일까.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모임’이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이들은 조금 움찔하고 조금은 긴장하게 된다. 그러나 4년 전부터 앞장서서 모임을 이끌어온 김영기 교수(철학과)는 “모임 이름이 거창한 이념을 표방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냥 편안하게 만나 하고 싶은 얘기 나누는 작은 모임입니다.”라고 강조한다.

문성학 교수(윤리교육과), 김민남 교수(교육학과), 유명기 교수(고고인류학과), 이강은 교수(노어노문학과), 장태원 교수(중어중문학과) 등 초창기부터 함께 해온 회원들을 비롯해 사학, 국문학, 철학, 교육학, 경제학, 불문학, 법학 등 경북대 인문, 사회과학 거의 전 학문 영역에 속한 교수들은 ‘내키는대로’ 한 달에 한 번 정도 모여 토론회를 연다.

정해진 주제는 따로 없다. ‘토지공개념’, ‘재벌개혁’, ‘기초생활보장제’ 등 현안 문제도 좋고, 천착하고 있는 자기 고민을 풀어놓아도 좋다. ‘기업 집중체제’를 비판하며 열변을 토하는 회원도 있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라는, 뜬금 없지만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을 툭 던져놓아 회원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이도 있다. 이렇듯 김교수 표현대로 ‘중구난방, 좌충우돌, 이리 비틀 저리 비틀’하는 토론들은 실타래처럼 엉키기 십상이지만 그 가닥의 시작과 끝은 비교적 명료하다. 바로 ‘현대문명에 대한 대안적 비판’이라는 큰 틀이다.

모임은 ‘닦달하고 경쟁하고 피말리는 문화에서 조금 비껴서보자’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모임을 떠받치는 것은 신자유주의 속에서 잃는 것은 결국 ‘인간다움’이라는 공통된 위기의식. 모임에 나오는 이들은 저마다 ‘다른 삶’을 모색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구체적인 고민의 지점과 방향은 다 다르다. 맑시즘을 토대로 정치경제학의 입장에서 현실을 비판하는 이도 있고, 생태와 대안의 삶을 지향하는 이들도 있다. 중요한 것은 누구도 자신의 것을 강요하거나 옳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 대안적 삶이라 해서 운동의 논리로만 바라보지 않을 것도 당부한다. 자칫 균형적인 시각을 잃을 수 있을까 염려해서다.

‘대안적 삶을 모색하는 모임’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관계’이다. 이념보다 근본적인 것은 결국 인간이며, 모임은 인간 관계가 따뜻하게 실현되는 하나의 작은 네트워크가 되는 셈이다.

‘인문학의 위기’ 역시 피말리는 경쟁의 산물이라는 것이 회원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지향을 놓치는 것 자체가 인문학의 위기”라고 김영기 교수는 진단한다. “큰 것의 지향을 놓치지 않으면서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삶”을 통해 이들의 궁극적인 지향은 ‘자유롭게’, 그리고 ‘스스로’ 변화하는 삶이다. 모임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삶의 지향성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민하는 이들의 모임’ 정도가 무난할 것 같다고, 김교수는 스스로 평가한다. 그러기 위해서 이들은 ‘욕망을 줄일 것’, ‘건강한 삶이 무엇인가 끊임없이 돌아볼 것’ 등 스스로에 대한 작은 규율들을 세워놓고 있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