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35 (목)
[화제의 인물] 국가인권위원회 첫 진정인 김용익 교수
[화제의 인물] 국가인권위원회 첫 진정인 김용익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12-13 11:16:23
김용익 서울대 교수(의대)의 삶은 지난 11월 26일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26일 전의 그가 평범한 의대 교수였다면 26일 후의 그는 이 땅의 장애인 인권을 위해 싸우는 ‘인권투사’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문을 여는 첫 날, 김용익 교수는 새벽 6시 30분부터 인권위 사무실 앞을 지켜섰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진정서 한 장. 그 진정서의 주인공은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보건소장이 되지 못한 제천시 보건소의 이희원 씨. 이씨는 다름아닌 김교수의 대학 제자였다. 제천시 홈페이지가 항의글로 도배되기까지 했던 이희원씨의 일은 어느덧 잊혀지는 듯 싶다가 김교수의 진정서를 통해 ‘인권’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한번 떠올랐다.

자신과 같은 분야인 보건행정을 전공하고, 남다른 애정과 열성으로 일하던 제자였기에 ‘공식적 차별’ 소식을 들은 그의 분노와 안타까움은 클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 지나는 말로 “인권위에 제소하자”고 했고, 그는 이 나라 전체 장애인을 대신하기로 마음먹었다.

“제천시는 국가기관입니다. 국가기관에서 이렇듯 장애인에 대한 ‘공식적 차별’을 보이는데, 민간기관은 오죽하겠습니까”라는 말로, 김교수는 장애인에 대해 공공연한 차별을 비판한다. 제천시에 있는 일만 여 장애인의 복지 또한 책임져야 할 마땅한 의무가 있는 제천시장의 직무유기에 대해 그는 시장직을 사퇴하고 내년 선거에도 불출마 할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그의 분노는 제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이 땅의 모든 장애인들의 것인 까닭이다.

전체 인구의 3, 4%가 장애인이고, 노벨상을 받은 대통령이 있는 나라. 정작 그 대통령도 장애인이면서도, 멀쩡한 횡단보도를 없애고 육교를 만들어 장애인과 노약자의 보행권을 빼앗고 공공건물조차 장애인용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 않은 나라.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인권이란 정치적 자유 뿐 아니라,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고, 어떤 이유로든 차별 받지 않고 살 수 있는 권리까지 포함합니다.” 그 자신이 4급 장애로, 우리 사회 곳곳에 널린 ‘일상적 차별’을 실감해왔기에 인권이라는 말은 그야말로 뼈저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그의 꿈은 장애인을 위한 보건행정을 펴는 것. 장애인 보건의료에 대한 개념자체가 없고 연구자 하나 없는 상황에서 김교수는, 힘겹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걸음을 떼고 있는 중이다.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