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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영향 끼친 책, 『자본론』·『해방전후사의 인식』
가장 영향 끼친 책, 『자본론』·『해방전후사의 인식』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8.04.14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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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수립 60주년 특집기획: ‘책으로 본 한국 사회사’

1948년 정부수립 이후 한국사회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은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꼽았다.
<교수신문>이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학회지와 계간지 편집위원을 대상으로 ‘한국사회에 가장 영향을 끼친 책’을 의뢰한 결과, 103명의 응답자 가운데 41명이 『자본론』을 꼽았다. 1인당 10권까지 중복응답을 받았다.


10명 이상에게서 추천받은 책들로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송건호 외, 31명), 『전환시대의 논리』(리영희, 28명), 『과학혁명의 구조』(토마스 쿤, 15명)·『제3의 물결』(앨빈 토플러, 15명), 『오리엔탈리즘』(에드워드 사이드, 14명), 『토지』(박경리, 13명), 『역사란 무엇인가』(E.H 카, 12명)·『태백산맥』(조정래, 12명),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 11명)·『한국전쟁의 기원』(브루스 커밍스, 11명), 『감시와 처벌』(미셸 푸코, 10명) 등이 있다.
『자본론』을 꼽은 편집위원들 대부분은 학계의 진보적 진영을 결집하고, 변혁운동을 선도하는 데 기여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다. 『해방전후사의 인식』·『전환시대의 논리』도 당대 군부독재 지배이데올로기에 균열을 냈다는 점이 선정에 주요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이기홍 강원대 교수(사회학)는 “『자본론』은 한국의 지성사에 대안적 패러다임 형성의 계기로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단지 지배적 패러다임을 동요시킨 단발적 충격을 준 책”이라고 진단했다. 설문 결과에서 『자본론』의 패러다임에 속하는 책은 7명이 꼽은 『옥중수고』(안토니오 그람시)와 4명이 꼽은 『공산당 선언』 뿐이라는 것이 ‘단발적 충격’의 방증이라는 게 이 교수의 해석이다.

한편 10명 이상 지목한 저작 중 국내서는 4종, 국외서는 8종이었다. 연구자 3명 이상으로부터 지목된 목록으로 확대하면 총 75종 중 국내서는 27종, 국외서는 45종에 달했다. 서구중심의 학문적 풍토가 반영된 결과다. 이기홍 교수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한국의 지성사가 미국 유학을 축으로 형성된 서구중심 지식권력의 구조에 의해 규정돼 왔음을 읽어낼 수 있다”고 총평을 내렸다.

이 책들은 오늘날 대학가에서 여전히 영향력을 미치고 있을까. 서울대 중앙도서관을 통해 서울대생들의 2001년 이후 대출 순위를 조사한 결과, 이번 기획을 통해 선정된 72종(3명 이상 추천)의 경우, 도서대출 100순위까지의 목록에 들어있는 책은 2001년 5종, 2002년 5종, 2003년 3종, 2004년 4종, 2005년 4종, 2006년 5종, 2007년 4종이었다. 그나마도 3년 이상 목록에 오른 책으로는 『토지』(5년), 『태백산맥』(3년)과 같은 소설과, 『논어』(3년),  『이기적 유전자』(3년)뿐이었다. 1위로 꼽힌 『자본론』은 순위안에 오른 적이 없으며, 김수행 교수의 해설서인 『‘자본론’의 현대적 해석』만이 단 1회 기록된 바 있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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