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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이후 학계 주요 표절사례
80년대 이후 학계 주요 표절사례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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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끼고 훔치고 얼룩진 지성의 이면

학계와 문단에서 표절의 시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학이라는 범주가 있는 한 필요악으로 존재하는 것일까. 이제는 망각속으로 사라졌을지도 모를 표절사건의 대표적 예를 시간을 거슬러 되짚어보고 그 주인공들의 현재 모습을 알아보자.

1980년대 초 전규태 연세대 교수(국어국문학과)는 당시 한 제자의 논문을 자신의 논문으로 발표해 논란을 빚었다. 전 교수의 제자는 고려대 김모 교수의 ‘최재서연구’ 논문의 일부를 그대로 베꼈고 전 교수는 그 글을 다시 자신의 논문이라고 발표한 것이다. 이후 사실이 밝혀져 전 교수는 연세대를 떠나 1984년 전주대로 자리를 옮겨 1998년까지 교직에서 강의했다.

1993년 조선대 정치외교학과 왕모 교수, 유모 교수, 최모 교수, 이모 교수 논문이 표절시비에 올랐다. ‘통일문제연구소’에서 발행한 ‘통일문제연구’ 제9집에 게재된 논문 가운데 왕 교수의 ‘아`태지역 협력체 구성과 동남아 국가연합에 관한 연구’ 논문은 법문사 발행 ‘동남아 정치론’의 일부를 표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 교수의 논문 ‘한국정치발전의 방향’은 대왕사 발행 ‘정치발전론’의 일부를 그대로 옮겨적었다. 현재 유 교수를 제외한 3인은 같은 대학 교수직에 있다.

1996년 장승화 서울대 교수(공법학과)는 ‘한겨레21’이 보도한 ‘표절로 서울법대 강당에 서다’라는 기사 때문에 법정소송을 냈다. 보도에 따르면 장승화 교수는 하버드 법대 박사학위 논문으로 미국의 애플바움과 그레이스의 공동논문, 마이클 놀, 백기 등의 논문을 아무런 인용 표시없이 표절했다. 이에 서울대 법대측은 학위논문검토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의 논문에서 출처없이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 것은 관련학자와 실무가들이 자유롭게 공유하는 것에 해당돼 표절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 후 ‘한겨레21’은 정정보도를 내고 기사를 삭제한 채 배포하게 된다. 그러나 하버드 법대 와인렙 교수는 장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 “문제의 논문이 학술적 허용기준에 부합하지 않으며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당사자인 장 교수는 이를 숨기고 한겨레의 보도 정정후 소송을 취하했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있다.

논문만큼 종종 시비에 휩싸이는 곳은 바로 출판계이다. 지난해, 당시 송자 교육부장관은 교수시절 자신이 쓴 대학교재가 표절 의혹을 받았다. 그가 74년 발행한 ‘관리경제학’은 미국 플로리다대 브라이엄교수와 위스콘신대 파파스 교수가 공동집필한 ‘관리경제학’의 대부분을 표절한 것으로 밝혀져 결국 교육부장관직을 물러났다. 지금은 (주)대교 회장을 맡고 있다.

같은 해 서울시립대 국어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있던 이명원씨가 김윤식 교수의 표절 사실을 논문에서 지적해 논란이 일었다. 그 내용은 김윤식 교수가 가라타니 고진의 저작 일부를 표절했다는 것. 이 사건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새움 刊)라는 제목의 소설로 얼마전 출간됐다. 현재 김윤식 교수는 명지대 석좌교수로 있다.

또 출판사 책세상은 1999년 책세상문고-우리시대 시리즈 가운데 ‘나, 아바타 그리고 가상세계’의 저자 정기도(서울대 박사과정 수료)씨가 여명숙씨의 이화여대 박사논문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존재론과 그 심리철학적 함축’ 및 여씨의 다른 논문을 상당 부분 도용, 표절한 것이 드러나 책을 회수하여 폐기하고 절판했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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