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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기고]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의 법적 문제점
[긴급기고]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의 법적 문제점
  • 교수신문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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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3 10:54:19
김종서
배재대·법학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지난 11월 20일 교육공무원임용령 개정안에 관한 짤막한 보도자료를 발표했는데, 이 개정안은 대학교원의 지위를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엄청난 폭발성을 안고 있다.

먼저 개정안은 교수계약제의 전면적 도입을 선언하고 있다. 교육부는 계약제가 신규채용의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개정안은 기존 대학교원의 경우에도 근무기간을 계약으로 정한다고 하여 근무기간에 관한 한 기존의 교원도 적용대상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계약제 강제의 효과는 곧 대학의 교원을 비정규직 노동자로 만드는 것이다. 정규직근로자보다 더욱 강력한 신분보장을 받아야 할 교수가 이처럼 열악한 지위에 처한다는 것은 사실상 대학교육의 포기라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교육공무원법상 임의조항으로 돼 있는 계약제의 도입을 시행령으로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교원지위법률주의에 위반되고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어선 것임은 물론 대학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침해하는 것이다. 또한 어떤 직종의 모든 근로자를 계약제로 채용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것은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일이다.

임용된 교수도 정년보장 폐지

그러나 개정안이 가져올 가장 큰 충격은 정년보장이 사실상 폐지된다는 것이다. 이는 부교수 및 정교수에 대해서는 정년보장을 원칙으로 하고 정년보장심사방법을 규정한 현행 규정이 사라진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개정안은 기존에 임용된 정교수는 정년보장이 되지만 부교수의 경우는 6~10년의 근무기간을 계약으로 정한다고 규정해, 현행법에 따르면 정년보장을 받을 수 있는 부교수의 경우에도 정년보장이 폐지됨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년보장의 폐지는 일시적으로 교수들의 상호경쟁을 유발할 수는 있겠지만, 교수의 신분을 항상적인 불안정 상태로 만들어 교수들이 재계약을 위해 임용권자에 종속되도록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대학에서 비판기능의 마비를 가져올 것이다. 더욱이 대학의 재정이 한정된 상황에서 계약조건의 결정은 주로 연구실적에 의한 교수들간의 상대평가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므로, 교수들의 기능이 연구에, 그것도 양적 측면에 집중돼 질 낮은 논문이 양산되거나 단기과제에만 집착하게 될 가능성도 크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교수의 경우에도 그 신분보장은 결코 예전같지 않을 전망이다. 계약제 도입의 핵심은 계약기간에 있다기보다는 연봉제의 도입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정안은 연봉제 도입 문제와 관련해서는 “급여에 관하여는 공무원보수규정 및 공무원수당규정에 의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이어서, 연봉제의 적용은 정년보장교원에 대해서도 가능함을 시사하고 있다. 설사 정년보장 교원의 경우 개별적 연봉계약을 체결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급여 체계 전체를 조정함으로써 사실상 연봉계약 체결과 동일한 효과를 거두는 것도 가능해진다. 즉 성과급의 비중에 따라서는 사실상 신분을 위태롭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게 된다.

한편 교육부는 종래 재임용제의 시행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시정하기 위해 재임용 심사 절차를 강화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재임용 심사기준 마련을 의무화하고, 기준 미충족 교원에게 소명기회를 부여하며, 임용기간 종료 3개월전까지 재임용 여부를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조치가 시행된다면 일단 재임용 거부는 교원징계재심과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통해서 재임용이나 재계약을 거부당한 교수가 실제로 구제받을 수 있을런지는 회의적이다.

그것은 재임용거부 사유에 관해 “심사를 위한 기준은 대학의 장이 대학인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정한다”고 하고 있을 뿐 어떤 기준도 제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능력 제고라는 재임용제 또는 계약제의 성격상 심사기준은 연구능력과 관련된 사항에 국한돼야 하나, 개정안에 따르면 ‘인성평가’ 같은 터무니없는 기준에 의하더라도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는 대학인사위원회가 보직자와 총학장임명자로 구성되는 데서 비롯된다.

소명기회 실효성 의문

또한 개정안이 확정된다면 실제로는 절차 위반의 재임용거부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대체로 재임용심사 기준을 강화하거나 주관적 평가를 포함시키는 쪽으로 기준 설정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클 것이다. 이는 재임용조건과 절차까지 계약의 조건으로 포함시키고 있는 개정안의 규정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 규정의 시행일이다. 계약제는 2002년 1월 1일부터 바로 시행하지만, 재임용제 개선을 위한 규정은 2002년 9월 1일부터 시행한다고 함으로써(부칙 제1조), 그 실천의지를 의심케 하고 있다. 교육부는 재임용제 악용에 대한 대책을 99년 교육공무원법 개정 당시부터 강조해 왔으나 지금까지 제시하지 않았는데, 기껏 개선책이라고 내놓은 것조차 시행을 미루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교육부의 입장은 재임용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비판을 겸허하게 수용해 교원의 신분불안요인을 제거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기보다는, 계약제와 연봉제에 대한 교수사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교수재임용제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교육부가 이제 와서야 급히 개선책을 담은 개정안을 내놓은 것은, 역설적으로, 계약제로 인한 피해가 재임용제 이상이 될 것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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