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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SF 모델로 … “연구자들에게 불이익 없다”
NSF 모델로 … “연구자들에게 불이익 없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3.24 13: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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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진-과학재단 통합 방향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과 한국과학재단(과학재단)이 올해 하반기에 국가학술연구재단(가칭)으로 통합된다.
김도연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 장관은 20일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열린 대통령 업무보고 자리에서 이같이 보고하면서, 가칭 ‘국가학술연구재단법’을 올 9월까지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장관은 통합배경을 “연구비 배분체계 개선”이라고 설명하고 이 기관들의 “장학 사업은 가칭 국가장학재단을 신설해 이관한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통합 모델을 미국국립과학재단(NSF)으로 본다고 밝혔다.


통합과 함께 떠오른 문제점은 △연구비 배분 구조 △프로젝트 심사 및 성과관리 체계 △각 재단 인력 구조조정 △통합재단의 구성 방식 등이다. 특히 자연과학·공학·의약학 등 학문분야가 중복되는 사업, 학진이 담당하는 인문학·사회과학·예체능·복합학 분야 지원 방향이 연구자들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학진-과학재단이 각기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심사 방법과 연구 성과관리 방법을 통합하는 과정도 문제다.
연구자들은 이번 통합으로 기초학문분야, 특히 인문사회과학분야 연구가 위축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조성택 고려대 교수(철학, 전 학진 인문학단장)는 “기초학문분야는 국가가 보호하고 대학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통합이 기초학문분야를 지원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고 이번 기회에 국가가 이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인문사회과학의 경우 개인 연구지원보다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화학)는 “과학재단의 과제 심사나 성과관리는 학진에 비해 엄격한 편”이라면서 “이공계 연구자들은 이미 국가정책으로 지정된 연구를 수행해와 통합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인문사회과학분야가 과학재단의 성과 관리 방식에 영향을 받게 되면, 연구주제 선택 등에서 자유로운 학술활동을 제한받거나 (분야특성상 불가능한) 정량적 평가로 흐를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양 기관 모두 “통합과 관련해 연구자들에게 특별한 불이익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제창 학진 사무총장은 “통합과 무관하게 정부가 연구개발 예산을 늘리는 것을 공언하고 있기 때문에 누가 이를 관리하든 크게 걱정할 것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형철 과학재단 혁신전략본부장은 “미세한 부분이 조정될 수는 있지만, 전체적인 면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분야별 지원 사업이 정리돼 연구자들이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국가연구학술재단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통합 형식과 내용에 대한 협의가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NSF 모델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지만, 한국 실정을 고려한 적용 등 구체적인 통합모델을 제시하지는  않은 상태다. 학진은 선진국 연구지원 기관 사례 수집을 끝내고 한국 상황에 적합한 모델을 제안할 계획이다. 과학재단은 이미 자체 연구관리 시스템을 NSF에 맞춰 둔 상태다.
NSF에는 인문사회과학 지원 사업이 없다. 있다 해도 과학기술개발에 따른 윤리문제, 사회적 영향문제 등 종속적 지정과제 뿐이다. 인문학은 별도로 국립인문학기금(NEH, National Endowment for Humanities)에서 지원한다. 우 사무총장은 “NEH 연구비는 한국보다 훨씬 짜다. 미국에서는 인문학이라고 할 만한 게 없어서 5만 달러를 지원받으면 축제를 열 정도다. 인문학 지원만 두고 보면 한국이 미국보다 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공계 분야 연구지원은 완전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 문 본부장은 “학진의 자연과학 분야 연구지원이 1천700억 원가량인데 이공계 연구로서는 부족하다. 교수 단위 연구지원이 10분의 1수준인 상황인데, 재단간 기능통합이 이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공계, 인문사회과학계 연구지원은 이제 완전히 별도로 운영돼야 한다.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필요성과 보호 차원에서 연구지원 정책은 학문간 벽을 좀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심사와 연구 성과관리는 학문 분야별로 구분된다. 학진과 과학재단이 공유하고 있는 이공계 분야는 별 무리 없이 과학재단 연구관리 시스템 ‘연구마루’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인문사회과학은 분야 특성상 새로운 지원체계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 학진은 영국 왕립연구협회, 미국 국립연구협회, 호주 연구협회 등 인문사회과학을 지원하는 외국 연구지원기관을 벤치마킹 모델로 연구 중이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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