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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 교수임용, 공정하지 않다” …“상처받고 돌아왔다”
“한국대학 교수임용, 공정하지 않다” …“상처받고 돌아왔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3.17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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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UT 오스틴 승계호 교수 등 교민사회 반응

故 한경선씨 사건이 일어난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과 교민사회는 한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한편, 유학생을 중심으로 “장차 우리의 모습”이라는 비애감마저 번지고 있다. 텍사스 오스틴대 승계호 석좌교수(철학, 사진)는 지난 13일, <교수신문>에 한 씨 사건에 대한 짧은 논평을 전해왔다. 승 교수의 글은 짧지만 깊었다.

승 교수는 한 씨 사망소식을 오스틴 한인 주보에서 읽었다고 했다. 승 교수는 이 사건의 원인을 “한국 교육계의 부패”로 지적했다. “한국 일부 대학의 교원임용이 공개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점은 미국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고 했다. “한국대학에서도 (공정한 선출이라는) 외면을 유지하려고 교원모집을 公告로 시작하지만, 공고 전에 비공식적으로 인물 선택이 돼 있는 경우가 많다. 채용하려는 학과 교수들과 밀접한 인연 없이는 임명후보가 진실한 심사를 받을 수 없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승 교수는 한 달 전, 서울 부근 대학 임용에 응모했다가 탈락한 또 다른 UT출신 박사를 예로 들었다. 연구자격이 특출해 총장 면접까지 거친 사람이 석연찮게 탈락했다는 것이다. 승 교수는 “알고 보니 학과에서 합의를 볼 수 없어 임명이 취소됐다더군요. 학과 내에 파벌싸움이 있는 것 같은데, 학과가 두 파로 갈려 있는 상황에서 면접을 본 사람은 학과내 당파와 연관이 없으니 임명을 받을 수 없었다는 겁니다. 이 파벌 세력에 손을 댈 힘이 총장에게도 없는 모양”이라고 전했다.

승 교수는 한 씨 자살의혹에 대해 “한국에서처럼 자살한 것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했다. 승 교수는 유서에 죽으러 왔다는 의도가 표시된 부분이 없고, “한 씨가 제정신으로 자살할 생각이 있었다면 어린 딸애의 충격을 고려해 미국까지 끌고 오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 또 “사회의 부정에 대한 반항이라면 미국보다 서울에서 하는 것이 더 큰 효과였을 것”이라고 적었다.
미국 볼주립대 김현숙 교수(공연예술의상)도 교수신문에 이메일을 보내 한 씨의 사망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김 교수 역시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하고 1987년 귀국, 2005년까지 서울의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와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했다. 또 대형 공연에서 작업을 해 경력도 쌓고 의상 작품상을 받았다. 그러나 김 교수는 한국에서 전임교수로 자리 잡지 못하자 낙담해 미국으로 건너가 “공정한 경쟁을 거쳐 교수가 될 수 있었다”고 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교수채용과정을 “공정한 실력 경쟁이 아니었다”고 단언했다. “비상식적인 군집 문화와 불공평이 난무해 많은 상처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또 “교수채용과정이 사적인 정치적 관계와 감정적 이해로 얼룩져 있는 한국 대학 교수사회를 개탄한다”고 밝혔다.
오스틴 지역 한인 포털사이트 ‘오스틴114’는 한 씨 장례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이고, 교민들은 한 씨의 영면을 바라는 글을 올리고 있다. 지난 11일까지 포털에 올라온 모금액은 550달러, 한인회 등은 장례와 유해를 보낼 수 있는 자금이 마련될 때까지 모금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포털에 ‘그래도 아침은 온다’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자신도 한 씨처럼 한국 대학에 임용을 시도하다 좌절했다고 전했다. “현실적으로 제 실력보다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을 접었다. 전문인으로 어디가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한국 학계에 더욱 더 높은 장벽이 있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다 알 것”이라고 했다. 또 “고인의 명복을 빌고 나의 부질없던 희망도 같이 장사지내고자 한다”고 털어놨다.
지난 15일 오후 5시. 오스틴 한인회는 UT 오스틴 대학의 인근 교회에서 조촐하게 한 씨의 장례식을 치렀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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