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08:30 (금)
“비정규직 교수 문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비정규직 교수 문제, 더 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8.03.17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집기획_ 위기에 선 시간강사

또 한 명의 학문후속세대가 삶을 포기했다. 지난 15일 오후 5시 故 한경선 강의전담교수 장례식이 미국 텍사스 오스틴대 인근 교회에서 열렸다. 오스틴 한인회는 모금이 걷히는 대로 한 씨 유해를 한국에 있는 가족에게 보낼 예정이다. 한 씨는 최근까지 ㄱ대학 지방캠퍼스에서 강의전담교수로 재직했다. 한 씨는 유서에서 시간강사의 열악한 현실과 임용과정 문제 등을 지적, 학계 각성을 세상에 호소했다.

한 교수 사건이 알려지면서 시간강사 처우 개선 문제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000년 이후 비관자살로 추정되는 시간강사 사망사건은 확인된 것만 6건이다. 사인은 불안정한 강사생활에 따른 자살로 추정됐다.
현재 전국 4년제 대학에 출강 중인 시간강사는 6만5천399명. 시간강사가 담당하는 교양강좌는 전체 강의의 64.3%에 달한다. 교양강의 3개중 2개는 시간강사가 담당한다. 시간강사 강의 중에 1학점 2시간짜리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강의 부담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원 전공강의 26.7%도 시간강사 몫이다. 시간강사가 한국 대학교육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젊은 학문세대들은 최근 잇달은 동료들의 자살 사건으로 침울해 하고 있다. 서울 여의도 비정규교수노조 천막농성장, 고려대, 부산대, 영남대는 오스틴에서 삶을 접은 한 교수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차렸다.
텍사스 오스틴대 승계호 석좌교수(철학)는 교수신문에 이메일을 보내, 한 씨 사건은 “한국 교육계의 부패”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승 교수는 “지난달에도 한국 수도권 한 대학에서 총장면접을 본 미국박사 한 명이 학과 내 파벌 문제로 임용되지 못했다”면서 “한국 교수임용이 공개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건 이미 미국에 널리 알려져 있다”며 학계 자정을 호소했다.

볼주립대 김현숙 교수(공연예술의상)도 이메일을 보내, “한국 대학 임용과정에서 불공정한 심사를 받았다”고 털어놨다. 김 교수는 “한 교수처럼 한국 학계의 군집문화와 불공평한 심사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면서 “정치적이고 감정적인 교수임용과정 개선”을 요구했다.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은 뒤 한국 대학에 자리를 못 잡았다는 한 누리꾼은 “실력보다 더 많은 것들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 교수가 될 마음을 접었다”며 한 씨 죽음을 애도했다.

교수단체는 연이은 시간강사 자살사건과 열악한 시간강사 처우에 안타까운 반응이다.
비정규교수 법적지위를 회복해 달라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190일째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교수노조 김동애 특위위원장(前 한성대 대우교수)은 “한 교수가 다니던 ㄱ대가 유족에게 사과하고 유족 생활대책을 세우라”며 “시간강사 문제에 대학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특위위원장은 또 “임용과정은 물론이고, 임용 때문에 연구프로젝트에 동원되거나 부당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강사들이 더 많다”고 밝혔다.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대표 조돈문)는 10일 성명을 내 조의를 표하면서, “교육과학기술부가 시간강사문제에 개선의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민교협은 “국회는 계류 중인 비정규직교수 법적지위 회복 법안이 자동폐기되기 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술단체협의회(학단협, 상임대표 서유석)도 14일 성명을 발표, “국회와 정부 당국은 비정규직교수 교원지위 인정과 처우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학단협은 “비정규직교수들의 연이은 자살소식을 접하면서,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는 비정규직교수 문제가 더 이상 방치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