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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대회 봇물 … 연구윤리 제정해 ‘표절시비’ 가린다
세계대회 봇물 … 연구윤리 제정해 ‘표절시비’ 가린다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8.03.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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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학술캘린더와 학회 운영

지난 몇 년간 사활을 걸고 준비해왔던 세계학술대회들이 드디어 목전에 다가왔다. 손님맞이를 준비하는 학회들의 분주한 풍경이다. 세계대회는 아니더라도 학회들은 학회 국제화를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표절 문제로 학계가 홍역을 앓은 뒤 학회 차원의 대응방안도 연구윤리 제정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학회 역량의 질적 전환을 위해 어떤 활로들을 모색하고 있는지 모학회를 중심으로 계획을 들어봤다.

 

세계대회 주렁주렁 국제화 가속
무엇보다 올해 주목되는 활동은 연달아 열리는 세계학자들의 올림픽이다. 한국언어학회(회장 홍재성 서울대 교수)가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고려대에서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를 개최하는데 이어, 7월 31일부터 8월 5일까지 서울대에서 국내 8개 철학회가 공동으로 준비하는 제22차 세계철학자대회(조직위원장 이명현 서울대 교수)가 열린다. 5년마다 국가별로 돌아가며 열리는 세계적인 대회인만큼 최신연구동향과 참가할 세계석학에 연구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행사를 준비하는 조직위원회로서는 이번 대회에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다. 이삼열 한국철학회 회장(숭실대)은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동양과 서양이 갖고 있는 서로 다른 관점을 풀어나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홍재성 교수는 “한국언어학의 진면목을 보일 것”이라며 포부를 내비쳤다. 준비에 한창인 조직위원회들은 대회 유치를 통해 한국의 학술적 역량을 국제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한국과 한국의 학문을 동시에 알리는 효과를 고대하고 있다.

한국사회학회(회장 홍두승 서울대 교수)는 세계대회를 3개나 준비한다. 6월에는 이론사회학, 7월에는 농촌사회학과 군대사회학 분과의 거장들이 한국을 찾을 예정이다. 한국물리학회(회장 김정구 서울대 교수)도 오는 10월에 열리는 제3차 세계여성물리학자 대회 준비에 매진하고 있다.

막바지 준비로 바쁜 세계대회들이 있다면, 대회 몇 년을 앞두고 올 한해 준비에 주력하고 있는 학회들도 있다. 한국비교문학회(회장 강동엽 강원대 교수)는 2010년 국제비교문학대회를 앞두고 있다. 대한수학회(회장 김도한 서울대 교수)는 2014년 국제수학자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올해 말까지 신청 마감에 온 신경을 곤두세워야 한다.

인터아시아문화학회(회장 내정자 유선영 언론재단 연구위원)는 신진 문화연구자들이 모이는 ‘인터아시아문화학회 여름 캠프’(6월 30일~7월 3일) 준비에 눈코 뜰 겨를이 없으며, 국어국문학회(회장 김진영 경희대 교수)는 각국의 한국학 연구자들을 모아 내년 상반기 ‘세계국어국문학자대회(가칭)’를 추진할  계획이다. 한국교육학회(회장 윤정일 서울대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과 함께 세계교육학회 설립을 기획하고 있다. 3월에는 뉴욕에서, 7월에는 싱가폴에서 세계 교육학회장들의 만남을 갖고 구체적 결과를 내놓을 예정이다.

학회들은 세계대회 유치와 조직으로 국제화를 추진하는 동시에 영문학회지 발간 및 SCI·SSCI 등재 계획도 내걸었다. 이미 영문을 상용화하고 있는 이공계 학회들에 뒤이어 인문사회학 계열의 학회들도 영문학회지 발간 대열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이정희 한국외대 교수)는 <Korea and World Affairs>, 한국사회학회는 <Korena Journal of Sociology>, 한국철학회는 <Philosophy and Culture>라는 이름으로 학회지를 새롭게 발간, 한국의 학술적 역량을 국제 사회에 검증받고자 한다.

표절관행 뿌리 뽑기에 나선 학회들
표절 문제가 몇 년째 사회적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학회들은 특히 연구윤리 정립에 주력하고 있는 모양새다. 표절의 기준과 사후처벌 규정이 자리잡혀가고 있지만, 표절관계를 밝힐 수 있는 구체적 방안이 암중모색 중이고, 학계의 풍토를 감안할 때 실제 적용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한국언론학회 신임 회장인 권혁남 전북대 교수는 취임사에서 ‘연구윤리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표절, 공동저술, 저자표기 등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한경영학회(회장 고성삼 중앙대 교수)는 ‘대한경영학회 연구윤리에 대한 운영내규’를, 대한의학회(회장 김건상 중앙대 교수)는 ‘의학논문 출판윤리 가이드라인’을, 한국행정학회는 ‘학술논문 표절방지 규정’을 지난해 말 마련하고 본격적인 적용에 나섰다. 이공계는 지난해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이기준)가 내놓은 연구윤리 규정을 반영할 계획이다. 표절 규정에 저촉될 경우 공개사과, 논문게재 금지, 회원자격정지 등의 제재를 가하고자 했다.

표절 여부의 최종적인 판단을 각 학회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학회들은 연구윤리 제정에 적잖이 신경 쓰고 있는 눈치지만, 표절여부를 일일이 어떻게 확인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지난해 논문을 교차 검색할 수 있는 KCI(Korea Citation Index, 한국학술지인용색인)를 본격 가동하긴 했지만, 지난 시기 발행된 논문의 원문제공서비스가 불투명해짐에 따라 당분간은 뚜렷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후속세대 위축에 위기감을 느끼고 행동에 나선 학회들도 있다. 윤정일 한국교육학회장은 “우리 학회는 무엇보다도 학문후속세대 양성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2008년도 계획을 밝히면서, “국내의 활동뿐만 아니라 외국과의 교류를 진흥시키기 위한 자리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권혁남 한국언론학회 신임회장도 신진학자 양성을 최우선 과제로 내걸었다. 그는 “학회의 미래주역인 비전임 신진학자들을 위한 지원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히고 구체적으로 신진학자 연구지원공모제를 추진하고 있다.

대중과 사회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도 지속된다. 한국물리학회는 지난해부터 추진하는 과학대중화 사업과 과학 교육정책 마련을 올해 현안으로 잡았다. 이정희 한국정치학회장은 실질적인 대안 생산에 비중을 둠으로써 학계-사회를 잇고자 한다. “학자들은 관망(분석)과 함께 참여의 문제를 동시에 놓고 봐야 한다”며, “한국정치발전을 돌아보고 정치학이 이에 얼마나 공헌하는지를 반성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삼 대한경영학회장도 “우리나라 경제 및 기업경영 발전을 위해 이론적인 뒷받침은 물론 실무적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개발하겠다”고 밝히면서, 학회 제도정비를 계획하고 있다. 대한경영학회는 학회 내 기업환경개선센터, 기업지배구조개선센터, 경영연구사례센터 등을 설치, 연구를 활성화한다는 복안을 세웠다.

정부수립 60돌 기념대회 곳곳에서
정부수립 60돌은 2008년 학술대회의 단골 주제다. 학회들은 한국사회의 발전을 분석하고 돌아보는 한편, 자신의 학문이 사회에 얼마나 기여해왔는지를 반성한다. 한국행정학회는 한국사회 공공부문 전체의 역할 지도를 그리는 것을 60주년 대회의 구체적 내용으로 삼았다. 한국정치학회는 미래정치학의 역할을 진단한다. 또 정전 55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와 동북아평화체제를 살피는 대회도 마련했다. 한국사연구회 조광 회장(고려대 교수)도 “지난 60년 동안 한국사학회가 해왔던 역할을 살피고 향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 말했다.

 


기념주년을 맞은 학회들은 대규모 행사를 준비한다. 올해 100돌을 맞은 한글학회(회장 김승곤 건국대 명예교수)와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는 국제학술대회, 기념식 등 부대행사 준비에 한창이다. 국어학회(회장 성환갑 중앙대 교수)와 한국언론학회는 내년에 50돌을 맞지만, 이에 앞서 관련 학문의 질적 도약을 기하기 위한 준비에 총력을 쏟을 계획이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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