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8:50 (목)
[나의 연구실]실패를 두려워 말고 한번 해봐라
[나의 연구실]실패를 두려워 말고 한번 해봐라
  • 한윤봉 / 전북대·화학공학부
  • 승인 2008.03.10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패를 두려워 말고, 생각만 하지 말고, 한번 해봐라”는 우리 연구실(전북대 화학공학부 소재공정공학실)의 표어이다. 실패 없는 성공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실패를 많이 할수록 축하하는 분위기가 우리 연구실의 모습이다. 연구실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은 모두 ‘홈 메이드’이지만 비교적 고가이다. 그러나 연구장비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고장이 나면, 담당 대학원생은 장비를 뜯어보면서 문제의 원인을 찾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장비의 원리와 설계 구조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훈련을 받고 졸업한 우리 연구실 출신들은 이론과 장비에 강하다. 공정의 원리와 장비의 구조를 잘 알고 있는 학생들은 장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면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

뒷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홍동민(석사과정), 김진환(박사과정), Ahsan(박사과정), Vaseem(박사과정), 김정현(석사과정), 김진석(석사과정), 김상훈(박사과정), Dr. Reddy(박사후과정), 한윤봉 교수, Dr. Umar(박사후과정), 박용규(박사과정)

책상에서 생각만 하는 학생은 우리 연구실에서는 적응하지 못한다. ‘스스로 생각하면서 행동하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나의 교육 철학이기 때문이다. 직접 해보지 않고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다. 매주 토요일에 학생들은 한 주의 연구결과와 문제점들을 연구팀별로 각각 발표하면서 지도와 평가를 받아야 한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가장 어려워하지만, 토론을 통해서 연구 진행에 필요한 아이디어를 얻는 시간이기도 하다.

국내의 여타 유명한 대학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인 지방대에서 대학원생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며,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역량을 키우는 방법은 무엇일까. 대학에 오면서부터 시작된 고민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늘 강조하는 게 있다면, “자신을 유명 대학교의 학생들과 비교하라”는 것이다. 그들과의 경쟁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기가 연구하는 분야, 사용하는 공정장비의 구조와 적용되는 공학적 원리를 확실하게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졸업생들은 좋은 회사들에 취직했을 뿐만 아니라, 실력자들로 인정받는 것을 들을 때 지도교수로서 보람을 느낀다. 

전북대에 전임강사로 부임할 당시에 연구실은 책상과 텅빈 실험실이 전부였다. 대학원생도 없고, 연구비도 없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386 컴퓨터를 사용해 소재공정들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하는 것이 전부였다. 1997년에 벤처회사를 통해서 어렵게 구입한 플라즈마 화학증착(PECVD) 장비를 사용하면서 시작된 반도체공정 연구는 반도체 나노구조 제조 및 소자응용에 관한 연구로 발전했다. 대학에 근무하면서 발표한 총 145편의 SCI 논문중에 75편이 지난 5년간에 발표됐다. 5년간 국내외의 국제학술대회에서 최우수논문상을 4번 수상하고, 올해 초에는 ZnO 나노구조를 최초로 사용해 개발한 히드라진 검출용 나노센서에 관한 연구결과가 영국 왕립화학회(RSC)에서 발간하는 Chemical Communications 2호에 표지논문으로 선정됐고, 국내외에 특허출원됐다.

우리 연구실의 대학원생들은 지방대에 소속돼 있지만 하면 된다는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으며, 인용지수가 높은 국제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특허를 출원하는 것을 목표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밤이 늦도록 연구들을 하고 있다. 내 자녀와 같은 학생들이 창의적인 능력을 가진 전문인이 되어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늘 밤도 학생들과 함께 보낸다.

한윤봉 / 전북대·화학공학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