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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東灘과 동탄
[대학정론] 東灘과 동탄
  • 교수신문
  • 승인 2008.03.10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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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 나는 UCLA의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와 대담을 나눈 적이 있다. 그는 퓰리처상을 수상한 『총, 균, 쇠』는 물론 『제3의 침팬지』, 『섹스의 진화』 등의 명저를 저술한 세계적인 석학이다. 그가 최근 출간한 『문명의 붕괴』는 멸망한 문명에 대한 분석과 경고를 담고 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은 환경 파괴, 기후 변화, 이웃나라와의 적대적 관계, 우방의 협력 감소, 사회의 위기대처능력 등의 다섯 가지 원인에 의해 붕괴한다.

『문명의 붕괴』에서 특별히 내 관심을 끄는 부분은 중국에 대한 그의 분석이다. 21세기에 미국을 대신해 세계 경제를 주도하리라는 일반적인 예측과는 달리 그는 중국 사회가 반드시 성공의 길을 선택하리라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문화혁명이라는 엄청난 실수를 딛고 뒤늦게나마 부활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국은 아직도, 그의 표현을 빌면, ‘너무 심하게 뒤뚱거린다’.

중국의 뒤뚱거림은 눈부신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환경 파괴에 기인한다. 2007년 현재 환경문제는 중국 경제에 연간 2천억 달러의 손실을 초래한다. 이는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엄청난 규모다. 이런 중국이 최근 환경개선에 팔을 걷어붙였다. 중국의 환경은 지금 국가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로 한심한 상태에 놓여 있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국가정책에 환경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는 실로 결연하기만 하다.

공교롭게도 중국과 우리 정부는 거의 동시에 ‘동탄(東灘)’이라는 한자까지 똑 같은 이름의 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영국의 다국적기업 아럽(Arup)과 상하이산업투자회사(SIIC)가 공동 프로젝트로 상하이 남쪽 양쯔강 어구의 개발하고 있는 동탄은 세계 최초의 완전 탄소중립, 완전 재활용, 완전 무공해 생태도시다. 2040년까지 맨하탄의 3분의 1 크기에 인구 50만 명이 상주하는 환상적인 미래도시를 건설하고 있다.  계획대로 추진된다면 중국의 동탄은 생태도시 건설의 세계적인 흐름을 주도할 미래도시의 전형으로 거듭날 것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 정부가 개발하고 있는 동탄신도시는 그저 ‘환경친화적인’ 주거도시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이제 ‘환경친화적인’이라는 말은 지극히 소극적인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세계 각국은 요즘 환경친화적인 도시 정도가 아니라 완벽한 의미의 에코시티들을 건설하고 있다. 서해를 가운데 두고 마주 보듯 건설되고 있는 이 두 도시의 탄생이 환경에 대한 두 나라의 의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입으로는 환경을 떠들면서도 늘 미적지근한 우리에 비해 늦었지만 확실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중국의 미래가 훨씬 밝아 보인다.

최재천 / 논설위원·이화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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