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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0여편 논문 발표 … 언어학 패러다임 바꾼다
850여편 논문 발표 … 언어학 패러다임 바꾼다
  • 교수신문
  • 승인 2008.03.04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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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_올 7월 서울서 열리는 ‘2008 세계언어학자대회’

세계 언어학 올림픽이 국내 개막을 앞두고 있다.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18th International Congress of Linguists)가 오는 7월 21일부터 26일까지 7일 간 고려대에서 열린다. ‘인간 언어의 보편성과 다양성’을 전체 주제로 850여편의 논문이 발표되며, 50개국의 언어학자 1천500여명이 대거 참석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를 위해 한국언어학회(회장 홍재성 서울대 교수·불어학)를 중심으로 조직위원회가 구성됐다. 장석진 서울대 명예교수를 대회장으로, 이익환 연세대 교수와 홍재성 서울대 교수를 조직위원장으로 하고 있으며, 분과별 상임위원회 체제도 갖췄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언어학의 연구 동향을 점검하고 연구역량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학술의 장으로 공히 인정받고 있으며, 때문에 한국 개최의 의미는 더욱 깊다. 1928년 헤이그에서 열린 1차 대회는 일부에게만 알려졌던 소쉬르의 구조주의 언어학과 관련된 주요한 논문이 발표돼 세계적 차원에서 구조주의 언어학 시대를 열기도 했다. 이후 제네바, 로마, 비엔나와 최근 프라하에서 열린 대회들 모두 언어학의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는데 기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주관기구는 네델란드 라이덴에 본부를 둔 세계언어학자 상임위원회(Comit International Permanent des Linguistes, CIPL)이며, 금번 아시아권 유치는 1982년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인지언어학·소수언어 보존 ‘화두’
이번 서울 대회는 촘스키 변형생성문법 시대 이후 언어학의 새로운 지평이 어떻게 열릴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언어의 보편성을 추구하는 변형생성문법은 통일적 체계 안에서 설명될 수 없는 언어의 다양성과 변이가 주장되면서 그 독보적 지위를 위협받아 왔다. 더불어 변형생성문법 극복을 시도하는 인지언어학이 뇌과학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으로 개척되고 있는 상황이다. 백가쟁명의 언어학 지형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란 것이 조직위원회의 큰 기대다.

소수언어 보존도 이 대회의 특징적인 주제다. 절멸 위기에 처한 언어의 보존 문제는 1992년 케나다 퀘벡에서 열린 국제언어학 회의에서 선언문이 채택되고, 1993년 유네스코가 ‘위기 언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등 국제적 차원에서 이미 논의가 형성돼 왔다. 이번 대회는 특히 제3세계 언어학자들의 참여가 대거 이뤄질 것으로 예고돼 소수 언어 관련 연구의 새로운 목소리들이 쏟아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비교적 참여가 쉬워진 덕이다. ‘절멸 위기의 언어’를 주제로 소수 언어의 필요성과 보존 방법, 더 나아가 ‘언어 정책’ 차원의 고찰이 이어질 예정이다.

언어학계 선두주자들 몰려온다
조직위원회는 디지털시대에 걸맞은 문자 체계에 대한 논의도 기획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의 문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마야문자, 한자 등 손으로 쓰기 어려웠던 문자들이 획기적으로 기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장영준 중앙대 교수는 “선사시대와 문자시대를 지나 디지털 시대에는 지시기록장치로서 문자 연구의 획기적 변환을 몰고 올 것”이라며, “IT강국이라는 이점을 활용해 언어와 디지털의 관계와 연구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는 진 에치슨(Jean Aitchison), 수잔 피셔(Susan Fisher), 수잔 로메인(Suzanne Romaine) 등 세계적 언어학자들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이들은 언어학의 개척적인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학자들로 언어학의 최신 동향을 들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언어와 마음』의 저자로 소개된 에치슨 옥스퍼드대 우스터 칼리지 교수는 ‘언어의 진화’를, 피셔 로체스터대 교수는 ‘수화’를,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의 저자 로메인 옥스퍼드대 머턴 칼리지 교수는 ‘언어 인권’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펼친다. 이들의 발표 논문을 포함해 이번 대회의 초청강연 논문 8편과 워크숍 발표 논문 19편은 대회에 앞서 6월에 책으로 사전 출간될 예정이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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