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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류에 흐른 지식인 논쟁 안타까워
시류에 흐른 지식인 논쟁 안타까워
  • 권희철 기자
  • 승인 2001.1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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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2-13 10:22:25
지식인 논쟁이 뜨겁게 지나갔다. 과연 이 논쟁이 한국 지성사의 지평을 확장하는 데 이르렀을까. ‘현대 한국의 사상흐름’(당대비평 刊)을 상재해 학계의 관심을 모았던 윤건차 서울대 초빙교수(일본 가나가와대·한일사상사)가 모처럼 이 논쟁을 두고 “의미있는 논쟁이었으나, 과잉논쟁의 양상으로 치달은 것 같다. 한가지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초점이 분산됐다. 유행에 지나치게 흔들리는 것은 아닌가”라며 우리 지식인 사회에 따끔한 충고를 던졌다.

서울대 국제지역원 초빙교수로서 한 학기 동안 한일관계사를 강의하고 있는 윤건차 교수를 지난 1일 연구실에서 만났다. 한 해 동안 안식년을 맞아 한국에서 직접 연구할 기회를 갖게 된 윤 교수는 최근 국내 지식인사회에 대해 이렇게 진단한다. “나름대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주체성이 결여된 듯하다. 외부의 시각과 해석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고 본다.” 또 일본에 비해 한국 교수들은 무척 바쁜 것 같다며 자신도 과중한 업무에 쫓기고 있다고 혀를 내둘렀다.

윤교수는 최근 국내 학자들의 연구경향에 대해서도 ‘훈수’를 잊지 않았다. “포스트-모던한 흐름들이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사고들도 좋지만 역사나 정치·경제에 대해서도 언급해야 한다. 여러 사상의 흐름이 있어야 하겠지만 민족·계급의 문제를 피해갈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큰 틀과 미시적 문제를 어떻게 연결해 나갈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는 이에 대한 방법론이 부재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건차 교수는 자신의 연구작업에 대해 “한국의 근현대사상사를 연구하고 있다. 역사학, 사회학 등 많은 분야를 포괄하려 한다. 또 근대성, 탈식민성의 문제를 한국 입장에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 말했다. 그러나 관련 자료를 찾는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다. “특히 근현대사상사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아쉽다고 한다.

입말이 서툰 윤건차 교수가 던진 화두 하나. 근현대사상사에 대한 학문간 연구를 제안한 것이다.“사회적 과제를 포함한 근현대사상사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함께 고민하고 토론, 발표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철학, 역사학, 문학, 사회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식인들이 모일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을 이용해 공개적인 연구를 진행해도 좋겠다”고 희망했다. 윤교수의 말대로 이 분야는 아직 미개척지다. 그림을 그리고 있지만 아직 모양이 잡히지 않는다는 윤교수는 내년 3월까지 서울대에 머물며 사상사의 과제를 탐구할 계획이다.
권희철 기자 khc@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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