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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갑맞은 한국오페라 ‘깊이 넓게’ 읽으려면
환갑맞은 한국오페라 ‘깊이 넓게’ 읽으려면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8.02.25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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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오페라 역사가 올해로 60년이 됐다. 1948년 ‘라 트라비아타’가 ‘춘희’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첫 선을 보인 후 어느덧 환갑을 맞이한 것이다. 그간 한국의 오페라사는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그 규모와 내실을 다지며 꾸준히 성장해 왔다. 영국 로얄오페라단에서 한국인 남녀가 주연으로 발탁되는가 하면, 유럽 무대의 콩쿨대회는 한국인들이 석권할 정도라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오페라는 고급문화라는 편견 속에 이질감을 가졌던 관객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오페라에 대한 관심의 증대는 다양한 오페라 서적이 발간되는데 한몫 했다. 현재까지 국내에 출간된 오페라 교양·전문 서적은 30여종에 이른다. 번역서보다 국내 저자들이 집필한 책이 대다수를 이룬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오페라를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는 클래식 관련 서적을 저술해온 정신과정문의 박종호 씨의 책이 도움 될 것이다. 『박종호에게 오페라를 묻다』(시공사, 2007)는 초보자들이 품는 오페라에 대한 궁금증이나 편견 등을 다양한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풀어내 오페라의 기초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가수 목소리 분류법부터 오페라 음반을 선택할 때 유의해야 할 사항과 오페라하우스 갈때의 복장 및 준비물 등을 소개하고 있다. 『불멸의 오페라1·2』(시공사, 2005·2007)는 여기서 더 나아가 본격적으로 오페라의 연극적, 음악적 요소들을 논하고 있다. 작품별로 주요 장면과 노래를 단락으로 나눠 해설하며 작품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배경을 소개하는 식이다. 정신과전문의인 필자의 시각에서 바라본 주요 등장인물들의 복합적 심리를 분석해 놓은 부분도 읽을 거리다. 작품별 해설이 끝나면 해당 작품의 음반과 영상물을 재킷 사진과 함께 실어 세세한 감상 포인트를 적어놓았다.

허영한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음악학)가 쓴 『마법의 성 오페라 이야기 1·2』(심설당, 2002)도 여러 입문서 가운데 깊이 있는 내용을 잘 정리한 책으로 손꼽힌다. 1권에서는 오페라 대본의 줄거리에 집중하면서 오페라의 핵심축인 남녀 문제를 다각도로 살펴보고, 2권에서 오페라의 음악에 대해 중점적으로 다뤘다. 
성악가 백남옥 씨의 『오페라 로만티카』(북스페인, 2007)는 오페라 5백년 역사와 오페라 작곡가 5백인에 대한 집중 탐구서다. 메조소프라노인 저자가 오페라 연혁에 따라 작곡가들의 면모를 찾아내고 그들의 작품 수첩을 일람하는 서술방식을 택했다. 오페라 작곡가들의 이야기를 출신 국가별, 시기별로 정리한 점이 특징이다.

오페라에 대한 이해를 돕는 수준을 넘어서 오페라를 통해 당시 사회의 문화, 미술, 사상 등 시대 정신을 읽어내려한 책들도 눈길을 끈다. 『비바 오페라』(가산출판사, 2002)의 저자 박홍규 영남대 교수(법학)는 노동법을 전공한 법학자다. 그는 오페라를 정치와 사회의 산물이자 반영으로 파악해 한국인의 입장에서 서양 오페라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시도했다. 오페라 속에 담겨진 계몽, 혁명, 민족, 자유, 민중 등의 메세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시대별로 본 오페라』(김혜정, 도솔, 2006)는 바로크 시대부터 21세기까지 각 나라별 음악가들의 삶을 들여다보고 시대별로 선곡한 작품들을 전문적으로 서술하면서 오페라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있다.

오페라를 당대의 치열한 비즈니스로 상정하고 무대 뒤에 숨겨진 작곡가들의 일화를 생생하게 담아낸 책도 흥미롭다. 『무대 뒤의 오페라』(밀턴 브레너 저, 김대웅 역, 아침이슬, 2004)에서 저자는 작곡가들이 걸작 오페라를 창작하게 된 배경에 초점을 맞춰 저명한 전기 작가 및 역사학자들의 연구와 작곡가들의 편지, 일기, 자서전, 신문 기사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에 대한 일화를 담아냈다.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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