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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주의에 입각한 토의민주주의를 국정모델로”
“공동체주의에 입각한 토의민주주의를 국정모델로”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8.02.25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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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중계_ 새 정부 과제 제출한 학술대회

경제 체질의 개선, 집중인가 균형인가

[경  제] 이명박 정부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경제학계는 경제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확장된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문했다. 가시적인 성과에 급급해 급조하는 각종 대증요법에 대한 일종의 경고로 해석된다. 성장을 위한 처방이 다양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재벌정책을 둘러싼 상반된 연구결과들이 이목을 끌고 있다.
2008 경제학 공동국제학술대회에서는 평등주의 정책을 폐지하고 대기업 집중과 집적의 경제체질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과 그 우선순위’라는 전체회의에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 원장은 대기업·서울·고소득층 등 경제적 성취를 주도하는 주체들을 집중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의 경제성장 국면을 예로 들어 ‘균형’의 정책이 성장지표를 둔화시킨다는 논리다.

그러나 이 자리에 참석한 이정우 경북대 교수는 “우리나라만큼 균형을 강조하지 않았던 선진국이 있었는가”를 반문하며 좌 원장의 주장을 비판해 학술대회장에 긴장감이 돌기도 했다. 김진일 국민대 교수의 논문 ‘소득분배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김 교수는 IMF 외환위기 이후 소득분배 악화가 소비를 위축시켜 경제침체와 성장둔화로 이어진다는 상반된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소득 재분배와 함께 재벌규제의 효과에 대한 다양한 진단도 제출됐다. 좌 원장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복잡계 경제학 원리를 들어 “기업 조직의 비민주성과 불투명성이 오히려 시장의 실패를 교정하고 경제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조직이 수직적 명령관계에 기반 해야 거래 비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며, 이렇게 형성된 기업조직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좌 원장의 이같은 주장에 즉각 반론이 제기됐다.  노무현 정권에서 공정거래위원장을 역임했던 강철규 서울시립대 교수와 이재형 서울대 BK사업단 부교수는 ‘재벌기업집단의 지배구조가 기업가치와 경영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통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들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29개 기업집단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영 투명성이 대기업의 성과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즉 투명성 지표가 1점 높아질 때 장부가치 대비 시장가치는 0.76%, 자기자본 수익률은 26.6%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기업지배의 합리적 구조가 오히려 성장을 유도할 수 있다는 주장은 같은 날 진보성향의 학자들이 개최한 ‘이명박 정부, 어디로’ 토론회에서도 지적됐다. 경제분과의 발제를 맡은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서 투자율은 높아지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기업지배구조의 합리화를 주문했다.
한편, 경제학 국제공동학술대회는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경제정책과 그 우선순위’와 함께 ‘성장 동력으로서의 서비스 산업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전체회의의 주제로 잡아 서비스 산업 증진이 새정부 들어 시급히 추진돼야 할 과제임을 제시했다.

진보·보수의 배타성 극복하고 따져볼 場 마련해야

[정  치] 정치학계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구호가 상징하는 배타적 적대성을 극복하는 패러다임 모색을 시대적 과제로 제시하면서, 원내정당화, 국회 상시개원제 등 국회와 정당의 구체적 개혁방안들을 내놓았다.

한국정치학회(회장 이정희 교수)가 개최한 ‘이명박 정부의 과제와 시대정신’의 발제를 맡은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현재 시대정신과 국정모델의 조응’의 해답으로 토의 민주주의를 제시했다. 임 교수는 “명확한 시대정신을 찾을 수 없는 전환적 시대조류 속에서 다원주의 모델과 참여민주주의 모델은 과거처럼 원활히 작동할 수 없다”고 진단하며, “공동체주의 시각에 입각한 토의민주주의가 오늘날 시대상황과 잘 조응하는 이상적 국정모델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임 교수는 현재의 급격한 사회구조 변화 속에서 국민의 문화가치관이나 인식정향이 한 쪽으로 강하게 모아져 시대정신을 규정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라 보고 있다. 이번 선거 결과가 보수의 승리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정윤재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 역시 공화주의를 모델로 통합의 정치를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잃어버린 10년론’에서 보듯, 새로운 정권담당세력들은 전임 집권세력들의 존재와 업적을 백안시하고, 또 그것들의 연속선상에서 자신들을 자리매김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지배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새 정부의 과제로 통합과 성찰의 공화주의 메커니즘을 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토론자로 나선 박찬욱 서울대 교수와 장훈 중앙대 교수는 그러나 ‘방향의 구체성’이 결여됐다고 지적하면서 추가적 논의와 연구를 요구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와 한국정치포럼 세미나에서는 국회와 정당의 구체적 개혁방안들도 제시됐다. 정진민 명지대 교수는 오늘날 정당들의 역할이 선거과정에 과도하게 집중된 폐해를 극복할 대안으로 원내정당화를 주장했다. 국회를 찬반토론 장소가 아니라 실질적인 심의와 협상을 통해 입법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원내정당화를 통해 의회 내 정당과 의원들이 자율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임성호 교수 역시 원내 정당화와 함께 1년 내내 국회를 여는 상시 개원제 도입을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이전 정부와의 무조건적 단절 경계, 득실 따져야

[행  정] 실용주의를 표방한 이명박 정부에 행정학계는 개혁의 외형보다 내용의 득실을 따져 정부 및 공공조직 개혁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무현 정부와의 관계 속에서 무리하게 상징적이고 수사적인 방향을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 섞인 비판이다.

박천오 명지대 교수와 박광국 가톨릭대 교수는 한국행정학회(회장 남궁근 서울산업대 교수)가 개최한 ‘새 정부 출범과 정부 혁신’ 기획세미나에서 “이전 정부의 모든 성과를 부정하고 현실을 무시한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고 시도하는 것보다는 점진적인 관점에서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제도를 보완·발전해 나가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당부했다. 김병섭 서울대 교수 역시 서울행정학회(회장 이창기 대전대 교수) 동계학술대회에서 ‘성과지향적 정부개혁’을 강조하고 ‘상징적이 아닌 실질적인’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증적 검토와 제언은 정부조직 개편, 공공기관 개혁과 평가 등 분야별 세션에서 이뤄졌다. 정부조직 개편과 관련 조성한 중앙대 교수는 “정부조직 개편은 외형적 변화가 아니라 기능조정의 결과로 나온다”며, 특히 과거 경험에서 드러났듯이 통합이나 기능조정이 수반하는 내부 갈등 해소에 새정부가 힘쓸 것을 당부했다. 지난 20일에 있었던 ‘이명박 정부, 어디로’ 토론회에 참여한 김태일 고려대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작은 정부를 주창하지만 실제로 개편안 자체는 작은 정부와 연관성이 적다”며, “작은 정부는 정부의 기능 축소와 인력, 예산, 규제 등의 규모 감소인데, 부처수를 줄이고 장관을 없애는 개편안은 실제적 효과보다는 상징적 면만 있을 뿐”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김완희 경원대 교수와 김지홍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의 개혁을 검토했다. 김완희 교수는 먼저 새 정부가 진행하는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공공기관의 효율성 제고와 공공서비스 품질 제고라는 상충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며, 실용적 측면에서 실행가능성을 철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지홍 교수는 구체적으로 “공익성 부문은 다른 정책 수단을 통해 성취하고, 공기업 경영자에게는 기업성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제언과 함께, 주식 상장과 경제적 부가가치 측정도 고려할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무현 정권이 지방분권을 핵심적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것과 맞물려 이기우 인하대 교수는 지방분권 담론의 부재를 염려했다. 이 교수는 지방분권의 당위성을 전제하면서, 실질적인 기능을 위해 “지방정부가 자주 재원에 의해 살림을 할 수 있도록 세원을 재배분 할 것”을 핵심적 과제로 꼽았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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