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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 있는 수업엔 꼼짝 못하죠”
“열정 있는 수업엔 꼼짝 못하죠”
  • 박수선 기자
  • 승인 2008.02.25 1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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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새로운 만남, 강의]학생들이 원하는 강의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란 꼭 학점 잘 주는 수업만은 아니다. 학생들의 개성만큼 다양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강의’, ‘열의가 느껴지는 강의’, ‘참여가 보장된 강의’를 기피하는 학생은 없다. 
경북대 박정호 군(경제통상학부 4)은 “학점이 짜더라도 수업을 듣고 나서 학점이외에 성취할 부분이 있다면 위험을 감수하기도 한다”면서 학점이 절대기준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해 학점 관리에 신경 써야 하는 시기였는데도 위험 부담이 큰 ‘벤처 창업론’(이장우 교수)을 수강했다. 조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조별 간 경쟁도 치열한 수업이었다. 그렇지만 강의가 끝나고서는 실제 벤처를 이해 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는 “과목 특성이나 학생 취향에 따라 단순 암기를 요구하는 강의도 좋은 수업이 될 수 있다”면서 “예를 들어 미시경제론 같은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암기해야 되는 분량이 있기 때문에 단순 암기식이 효과적으로 전문지식을 전달하는 방법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건국대 김은영 양(경영정보학 2)은 지난 1년 동안 대학 강의에 적지 않게 실망했다.

“오히려 고등학교 때가 수강 인원도 적었고 수업 환경이 좋았어요. 대형 강의는 강의 전달도 안되고 집중도 힘들어요.” 이 때문에 인기강의로 소문난 교양과목을 힘들게 수강신청 하고도 맥이 빠지곤 했다.
학생들이 교양강의를 선택하는 데는 강의주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인의 다이어트’ 같은 교양과목은 학생들의 구미에만 맞는 수업이라고 평가 절하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10km 마라톤을 수업내용에 포함해서 학생들의 참여를 유도한 것은 좋았다”고 평가했다.

흥미가 떨어지는 과목이라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강의’는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남대 김수지 양(법학과 3)은 인문학적 소양을 쌓을 수 있는 수업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다. 특히 철학과 수업을 주로 듣는데 지난해 ‘철학과 입문 수업’(김상봉 교수)을 듣고 ‘철학과’를 부전공으로 택했다. 그는 “담당교수님이 어려운 철학 개념이나 용어를 쉽게 설명해줬던 것도 좋았고 사회를 보는 시각이 좀 더 넓어졌다는 생각에 뿌듯했다”고 말한다. 그리고 정규 강의 시간과 별도로 대학원생이 수강생을 가르치는 ‘튜터링 제도’도 강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진로와 취업을 고려해서 전공과목을 주로 듣는 최영진 군(호남대 컴퓨터공학과 3)도 ‘이해하기 쉬운 강의’를 수강 선택의 첫 번째로 꼽는다. “똑같은 과목이라도 낯선 용어와 복잡한 이론을 쉽게 설명하는 교수를 찾게 된다”고 덧붙인다.
고등학교까지 일방적인 강의식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가장 원하는 수업은 ‘학생 참여가 보장된 강의’다.

“교수와 학생이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해나가는 강의, 교수가 말하지 않고 학생들이 말하는 강의”가 부산대 황덕현 군(대기환경과학 3)이 원하는 강의다. 그렇지만 “한국 교육현실에서는 일방적인 전달이 많기 때문에 대학교까지 와서도 주입식 교육이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한다.
박정호 군도 “교수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보다는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수강생이 발표를 하는 것이 학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면서 “앞에서 발표하는 학생이 ‘나’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긴장감을 늦추지 않고 강의에 집중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학생들이 지적하는 나쁜 강의는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모 대학 사범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신모 군은 “전공 교수 중에 과목은 다른 데도 강의 내용이 2~3주 동안 똑같은 교수도 있다”면서 “학생 수준이 낮아서 기초부터 강의하는지 모르겠지만 성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한다. “전공 필수 과목이라는 것을 내세워 강의 준비나 강의 연구에 게을리 하는 교수들에 대한 평가는 좋을 수 없다”고 꼬집는다.

한양대 나 모군(공대 3학년)은 “모든 교수들이 다 그렇지는 않지만 수업 중 궁금한 사항을 질문하면 바쁘다면서 그냥 나가거나 조교에게 물어보라고 할 때면 야속하다”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혹시 연구 시간 빼앗을까 봐 교수 연구실을 방문하는 것도 눈치 보인다고 할 정도다. 그는 “요즘 교수님들도 학교의 연구 압박 때문에 힘들다고 하시지만 학생들 앞에서는 연구자보다는 교육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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