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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높이 맞추고 꿈과 감동 터치한다
눈높이 맞추고 꿈과 감동 터치한다
  • 교수신문
  • 승인 2008.02.2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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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학기 새로운 만남, 강의]설레는 강의, 어떻게 준비했나

강의 공식은 없다지만 좋은 강의는 있다.
개강일이 다가오면 설렘과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온다. 지난 학기, 지난 시간들의  강의를 돌아보고 보완 개선책을 찾았기 때문에 새로운 얼굴들을 맞는 일이 두렵지 않다. 
좋은 강의의 시작은 강의 준비에서 비롯된다. 신임 교수들에서부터 학계 중진 교수들까지 새학기 강의를 맞는 준비를 들어본다.
업적평가다, 인증제다  업무 부담이 늘고 있지만 겨울 동안거를 마친  교수들의 강의 준비는 새봄의 생명박동처럼 힘차다.

지난해 2학기 강단에 선 허남국 계명대 교수(애니메이션과)는 강의법을 익히는데 고전했다. 허 교수는 수업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단단히 겪었다. “이것 저것 해보고 싶고 가르치고 싶은 것도 많아 강의 계획서를 빼곡히 작성했는데 막상 강의에 들어가면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실제 수업을 해 보니 학생들 개개인의 수준이나 배우고자 하는 동기 부여가 달랐다. 강의 계획서에는 미처 반영이 안 된 부분이었다. 그래서 허 교수는 이번 학기 강의 목표를 “학생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해서 강의자의 목표와 학습자의 목표를 조율해 나가는 것”에 맞췄다. 현재 학생들이 원하는 요구를 수용해서 강의 자료를 준비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임용된 최재혁 전남대 교수(과학교육학부)는 이번 학기 수업이 첫 강의다. 학부 2과목은 학과에 개설 돼 있던 전공 수업이고 대학원 1과목은 이번에 새로 개설된 과목이다. 첫 강의에다 새로 개설한 과목까지, 부담이 만만치 않다. 그는 시행착오를 최소화하기 위해 전임 교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을 택했다. 최교수는 “학생 수준이 관건인데, 학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강의 계획과 교재는 적절한지 자문을 구하고 있다”면서 “대학원 수업의 경우 강의 계획안을 올린 다음 대학원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강의 내용 등을 다듬고 있다”고 말한다.

‘재야’에서 실력을 쌓고 전임교원으로 임용 된 교수들의 상황은 어떨까.
임성우 영남대 교수(독어독문학)는 지난해 2학기 전임강사로 발을 내딛었다. 시간강사 경력이 꽤 되지만 전임강사 직으로 강단에 서는 것은 또 달랐다. “학생들의 기대치도 높아진 것 같고 스스로도 학생들의 관심사항이 무엇인지 눈여겨 보게 됐다”고 전한다. 그는 이번 학기 3학년 전공과 대학원 수업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티칭 포트폴리오’를 작성하고 있다. 강의계획서를 비롯 강의 철학, 돌발상황 대처방법 등까지 꼼꼼하게 적어가고 있다. 학기말에는 자체평가도 할 계획이다. ‘티칭 포트폴리오’를 성실하게 작성하다 보면 자신만의 강의 노하우도 쌓일 것이라고 내심 기대하고 있다. 

임 교수는 “전공 지식에는 큰 편차가 없기 때문에 알고 있는 지식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강의가 달라지는 것 같다” 면서 “학생들이 강의에 집중할 수 있고 쉽게 이해 할 수 있도록 제스처나 표현 방법 등도 연구할 계획”이라고 말한다. 
중견 교수들의 강의 노하우도 시간강사 시절부터 경험한 시행착오를 밑거름으로 다져진 것이다. 김성일 고려대 교수(교육학)는 토론식 수업은 주제 발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을 매 학기 강의를 통해 체득하고 있다. 그래서 토론식 수업이 주를 이루는 ‘교육심리학’을 위해 준비하는 것은 ‘질문 시나리오’를 짜는 것이다. 강의마다 질문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학생들의 반응을 토대로 수정에 수정을 거듭한다. 학생들이 대답하기 힘든 추상적인 질문을 하거나 질문의 순서가 바뀌더라도 학생들은 입을 열지 않기 때문이다.

질문을 던지고 나서 5분동안 강의실에 정적이 감돈 ‘썰렁한’경우도 있다. 김 교수는 “교수들이 연구에 집중하는 나머지 강의 준비를 위해 최소한의 시간만 투자하거나 철저한 교수 계획 시나리오를 구성하지 않는다면 어떠한 강의 방식과 교수 전략 기술을 사용해도 학생들의 능동적인 학습을 유도하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홍대식 연세대 교수(전기전자공학)도 현재 ‘동기 부여’학습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하지만 홍교수에게도 학생들로부터 ‘지옥의 강의’라는 악명(?)을 듣던 시절이 있었다. 열심히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에 학생들에게 한 학기당 10번의 시험과 매주 과제, 프로젝트를 요구했다. 어느날 한 학생이 연구실로 찾아와 ‘해와 바람’의 우화를 적은 편지를 놓고 갔다. 홍 교수는 이 편지를 통해 “많은 과제와 시험으로 학생들을 공부시키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학생들이 스스로 목표를 갖고 능동적으로 공부에 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게 됐다”고 한다. 홍 교수의 ‘동기 부여’ 강의가 시작된 계기였다.

인제대에서 20년 넘게 재직하고 있는 강한균 교수(국제경상학부)에게 강의 준비는 일상이다. 강 교수는 매일 아침 조간신문 4종류를 스크랩 하는 것을 빼먹지 않는다. 전공이 국제 정세에 민감한 분야이기도 하지만 신문 스크랩은 강의 준비의 하나이기도 하다. 강의 시간 중간에 학생들이 알아야 할 경제 이슈나 국제 정세를 ‘브리핑’하는 때는 학생들의 집중도도 높다. 스크랩 해 둔 자료나 최신 학회 자료는 강의 일주일 전에 전년도 강의 노트를 보완하는 데 활용한다.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강의를 하는 데 도움도 되고 학생들이 강의 노트를 시험 족보로 대물림 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는 효과도 있다. “학생들은 십년 전과 똑같은 강의 내용과 강의노트를 가지고 수업하는 교수들을 연구 안하는 교수로 본다. 학생들에게 이런 오해를 받지 않으려면 항상 학생들의 요구가 무엇인지 귀 기울여야 한다”면서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

심훈 한림대 교수(언론정보학부)는 꼼꼼한 강의 계획서로 유명하다. 심 교수는 “학생들에게 강의 정보를 서비스 하는 측면도 있지만 수강생들의 긴장감을 유도하는 의도도 있다”고 설명한다.  심 교수 강의 가운데 ‘인터뷰 방법론’ 수업계획서는 강의 개요, 강의 계획과 함께 감점과 보너스 사례, 지난 학기 성적 분포도 등도 제시한다.
자신만의 강의 노하우를 갖고 있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강의 계획을 세우고 고민하는 것은 강단을 떠날 때까지 이어진다. 이공주복 이화여대 교수(물리학)가 올해 강의를 계획하면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학생 수준과 성향 파악이다. 대학생들의 학습수준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많지만 무엇보다 학생들의 맞춤형 강의를 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매 학기 10번의 과제와 2번의 시험을 치른다. 신입생의 경우 첫 시간에 예비 시험을 보기도 한다. 모든 과제는 제출 후 정확히 1주일 뒤에 채점해서 돌려준다. 과제 점수와  시험 점수는 수시로 강의 홈페이지에 게시된다. 비밀 보장을 위해 암호로 게시하고 동시에 본인의 학업 성취도 현황을 직접 확인 할 수도 있다. 학생 수준 파악에 그치지 않고 학업 성취도를 관리하고 능력을 향상시켜주는 것이 강의의 궁극 목표다.

강의에 새롭게 접근하거나, 확장된 경험을 반영하는가 하면, 아예 한 학기 먼저 강의를 준비하는 교수들도 눈에 띈다. 김채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무용원)는 이번 학기에 ‘디지털 시대에 몸은 과연 누가 움직이는가’라는 문제를 깊게 고민하고자 한다. “예술매체를 통해 사람의 몸이 어떻게 변용되고 그 비중과 성격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살펴볼 때가 됐다”면서 자신의 강의의 포커스 이동을 설명한다. 물론 이번 강의에서도 17년 동안 무용 공연을 찍으러 다니면서 강조했던 현장의 중요성은 강조할 예정이다.

김미혜 한양대 교수(연극영화학과)는 지난 학기 그리스, 터키, 이집트 등을 돌아보며 연구년을 보냈다. 방문했던 지역의 문화에서 느낀 것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들려줄지가 이번 학기의 핵심이다. “‘후손에게 어떤 가치있는 것을 남겨줄 것인가’를 테마로 삼았다”면서 “서양연극사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진리를 공유하는 강의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종현 서울대 교수(철학)는 겨울 방학 동안 ‘철학자와 그의 시대’ 교재 초고 작업에 바빴다. ‘철학자와 그의 시대’는 2학기에 개설되는 과목이다. 남들보다 한 학기 먼저 강의 준비를 하는 셈이다. 백 교수는 1998년부터 맡은 교양 강의는 직접 교재를 쓰고 있다.  직접 교재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가르치는 내용을 학생들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백 교수는 “구술이나 판서로 강의 내용을 전달했을 때 학생들이 잘못된 내용을 외워서 답안지에 쓰는 경우를 보고 심각성을 느꼈다”고 한다. “아직도 학생들 앞에서 가르치는 행위에 두려움이 밀려 올 때가 있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하면 감동을 주고 꿈을 심어줄 수 있을까?” 25년 동안 한 차례의 안식년도 갖지 않고 ‘휴강 없는 수업’을 해 온 백 교수의 고민에서 새학기, 봄의 깊은 설레임이 엿보인다.        

박수선 기자 susu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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