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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국제교류’ 강화해야 할 때
대학 ‘국제교류’ 강화해야 할 때
  •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 승인 2007.12.31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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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남기의 세계고등교육 산책] 우리 정부의 고등교육 국제화 전략 분석

교육인적자원부 ‘고등교육의 국제화 전략’의 목적은 ‘대학의 국제경쟁력 강화 및 아시아의 교육·연구 중심지로의 도약’이고, 이를 위해 추진하는 전략은 학생 교류, 교수·연구 인력 교류, 외국 교육기관·프로그램 유치, 유학생 유치, 고등교육 서비스 수출, 국제화 환경 조성·여건 개선, 국제화 지원 인프라 구축 등이다. 이러한 전략이 수립된 이유는 국제화 관련 근본 문제를 고등교육 수지 적자 폭 확대(나가는 유학생과 들어오는 유학생 불균형 심화)와 이의 원인이 되는 우리대학의 국제경쟁력 부족이라고 진단한 결과인 것 같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이의 극복을 위한 전략, 그리고 이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궁극적 목적의 수정·보완 방향을 다른 나라와의 비교 속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고등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때 우리 정부가 가장 먼저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 4년제 대학생의 약 85%가 사립대에 등록해 OECD 국가뿐만 아니라 협력 국가 중에서도 사립대의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첫째, 국제화 목적 보완이 필요하다. 고등교육 국제화 비전과 전략을 보면 과거 각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던 소위 ‘세계(최고)화’의 기본 틀과 별반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비전과 함께 수출 의존적 경제구조를 고려해 제3세계 발전을 위한 고등교육지원을 고등교육 국제화의 중요한 목표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수출 위주 기업과 협력해 장학금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제3세계 학생을 국내 대학으로 더 많이 받아들인다면 장기적으로  수출 기반을 확보하는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외국학생 비율을 증가시켜 국내 대학 문화의 국제화에도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다. 또한 제3세계 대학과 함께 해당국의 당면과제 해결을 위한 공동연구를 수행하도록 기업과 정부 차원의 연구비를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수출기업으로 하여금 대상국가 학생들에 대한 장학기금을 조성하고, 관련 연구비를 확대하도록 세제 혜택을 포함한 유인장치를 마련하는 일이다.

국제화 목적과 전략 보완 필요
둘째, 우리 고등교육의 국제적 지위를 높이기 위한 전략 보완이 필요하다. 세계 대학평가 기준은 동료평가를 포함해 교수 1인당 학생 수, 외국교수와 학생 비율 등 투입 평가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동료평가처럼 주관적 평가 기준이 상당히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초 미국 피츠버그대학에서 개최된 ‘한국과 미국의 새로운 관계’ 심포지엄에서는 한국고등교육 모델은 적은 투입으로 높은 산출을 내는 효율적인 시스템임을 양국 학자들이 공감했다. 일례로 공대생이 배워야할 기본 지식과 기술을 토대로 공대생의 실력을 국제 비교 평가한다면 결코 우리나라 공대생의 실력이 크게 뒤지지는 않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고등교육 여건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모델의 강점과 산출의 특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국제적 인지도를 높여가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대학평가가 투입위주로 이루어진 결과 교육비가 과도하게 높아지고 학생 능력은 저하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연방정부는 산출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평가인증시스템을 만들고 있다. 투입과 명성 위주의 국제 평가 시스템 속에서 우리 고등교육의 역량이 과소평가되고 있는 부분을 밝혀 이를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

셋째, 고등교육국제화와 관련해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대학 내의 국제적 분위기 부재이다. 영어권 국가나 국가 간 교류가 자유로운 유럽대학들과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대학에 외국 학생이 별로 없고, 외국인 교수도 거의 없다 보니 대학 내에서 교수와 학생 모두 국제 문화에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다. 그 결과 영어를 포함한 외국어를 사용할 기회가 전혀 없어서 대학을 졸업할 때 외국어 실력이 고3때의 외국어 실력에 비해 오히려 더 떨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첫 단계로 지자체와 협력해 국립대학 중 하나를 지역특화발전특구 대학으로 선정한 후 정년보장 외국인 신규 교수 채용이 가능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검증을 거친 고액연봉의 외국인 교수 유치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일반 교수 채용 시 채용위원회를 국제적으로 구성하고 공채 공고도 국제적으로 개방해 외국인 교수를 적극 유치하며, 과기대처럼 영어능력을 필수로 해 학생을 선발하고 영어 강의를 보편화한다면 현재의 인건비 수준으로도 훨씬 더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이 대학의 국제적 문화가 다른 국립대학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초등학교에서 몰입교육(일부 교과목을 영어로 수업)이 시범 추진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교육대학 중의 하나를 선택해 이를 시도하는 것도 좋은 실험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정부·지자체·기업 등 대학 지원 도와야
넷째, 대학 지원 전략 보완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학국제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대학은 세계적 수준의 대학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국내 최고의 몇몇 대학과 함께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 사립대학이다. 이들에게는 해외 학생 유치가 유일한 생존 전략으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교수 1인당 학생 수를 40명 가까이 유지하기 위해 학생이 부족하다고 할 경우에는 문제가 된다.

여건은 괜찮으면서도 지방에 위치하고 있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학들은 정부가 조금만 지원을 해주어도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학생 유치가 어려운 본국 대학으로 우수한 유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중국이나 인도 등지에 분교를 세우는 미국, 영국, 호주 대학들의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대학들의 노력은 결국 지역경제발전에 기여하는 바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대학,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나서서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를 포함한 주요 수출 대상국, 그리고 한인 거주 지역 등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대학에 대한 수요를 파악하고 수요를 창출해 해당 지역으로 우리 대학이 진출하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다섯째, 유학생과 학자 교류 대상국이 미국, 일본, 중국 등의 일부 국가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교류 대상국의 다변화가 필요하다. 수출 위주의 경제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교류 대상국을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원하는 각종 유학이나 학자교류 지원 프로그램에서 국가 편중을 억제하기 위한 장치를 최대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각 대학의 예산에서 그리고 정부 예산에서 학자들의 국제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도록 제도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문사회계 교수의 경우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 대학에 자리를 잡고 나면 국제 활동을 크게 줄여 국제기구나 국제 학술단체에서 왕성하게 활동을 하는 교수의 비율이 높지 않다. 우리대학의 국제적 명성은 상당 부분 교수들의 국제 활동에 의존하게 될 것이므로 정부와 재계가 협력해 국제 교류 지원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호주나 미국 등의 사례에서 나타나듯이 국내 대학이 외국에 분교나 독립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공동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그리고 외국 대학에서 이수한 학점을 국내에서 인정할 경우, 교육의 질과 학위의 질이 문제로 대두하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남기 / 광주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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