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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교육부가 해야 할 일
[대학정론] 교육부가 해야 할 일
  • 논설위원
  • 승인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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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27 12:10:45
‘국민의 정부’가 출범한 이후 교육부의 지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아진 것처럼 보인다. 명칭이 교육인적자원부로 바뀌면서 장관은 부총리로 격상되고 이에 따라 정부 각 부처 사이에서 교육부의 위상과 권한도 전보다 크게 강화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이러한 외면적인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기대나 신뢰는 전보다 높아진 것 같지 않으니 안타깝기만 하다. 오히려 일선 교육기관의 교사·교수들이 교육부를 보는 눈은 더욱 싸늘해지고 학부모와 학생들의 교육정책에 대한 믿음은 더욱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러한 현상이 교육부만의 책임은 아닐 것이다. 정치적 혼란과 경기 침체, 사회적 아노미 현상 등 외부적 요인들이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임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정책의 수립과 시행을 책임지고 있는 교육부의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에 대한 가장 대표적인 비판이자 불만은 교육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교육부장관의 평균수명이 각료 가운데 제일 짧다든가, 정권과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이 춤을 춘다든가 하는 진부한 얘기는 접어두더라도 한마디로 국민들은 이제 교육정책에 거의 희망을 걸지 않는 것 같다.

여기서 교육이란 근본적으로 인간에 대한 인간의 총체적 감응작용이라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인간을 인격체로서가 아니라 인적 자원으로만 보는 교육정책은 근본적으로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다. 인간을 동원과 배치, 훈육과 관리의 대상으로서 바라보는 기계적 시선, ‘인적 자원으로서의 인간’이라는 너무나 속악한 시각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 교육정책의 근간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야할지는 자명해졌다.

어떤 점에서 교육정책은 최소한의 원칙과 방향만을 제시하고 나머지 세세한 절차나 방법은 학교와 교사에게 맡기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까지 교육부는 교육의 큰 줄기를 보살피기보다는 시행과정과 절차에 대한 시시콜콜한 규제와 간섭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지는 않았는지 심각하게 반성할 때가 됐다.

어깨위에 얹은 그 많은 짐과 부담, 중압감이 눈에 선하다. 이루려는 욕심보다는 버리는 지혜가 필요한 때다. 집중된 권한을 고루 나눠주고, 대학이나 교사의 ‘인내심’을 테스트한다든가, 어디 너희는 얼마나 잘하나 두고보자는 식의 묘한 방관은 거두시길 바란다. 원칙에 철저하고 대범할 것, 비리의혹이 있는 대학과 문제기관은 법이 정한 테두리안에서 소신있게 닥달할 것이며, 주변의 온갖 현혹하는 달콤한 말들에 흔들리지 말아야한다. 단 물이 들 때 부패가 시작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된다.

짐을 덜어내고 온몸에 두른 치렁치렁한 치장들을 떼내어 몸을 가볍게 할 때, 교육부가 챙겨야할 일이 새롭게 보일 것이라 믿는다. 그것은 관리하고 통제하고 이것저것 서류나부랭이로 이래라저래라 지시했던 ‘上典’에서 함께 살 방향을 모색하고, 지혜를 서로 빌리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현명한 ‘벗’으로 돌아오는 일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자식을 키우고 교육하는 학부모 아니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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