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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노조에 바란다
교수노조에 바란다
  • 교수신문
  • 승인 2001.11.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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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시민 잇는 가교 역할 기대
손낙구
민주노총 교육선전실장

1970년 전태일 분신 이후 노동운동 과정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백명이 넘고, 1987년 이후 구속된 노동자가 3천2백명이 넘는다. 엄청난 희생을 치른 노동운동의 역사는 어쩌면 노동자가 잃어버린 자기 이름을 찾아온 세월이었는지도 모른다. 남들은 물론 스스로 공돌이·공순이로 깎아 내리던 시대를 지나, 근로자 대신 ‘불순세력’이나 쓰는 말인 줄 알던 노동자란 이름을 찾아온 세월 말이다. 이 역사는 또한 땀 흘려 일하는 사람의 행복을 찾는 과정이었고, 진정한 사회발전과 진보, 개혁을 일궈온 길이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 제 이름 찾기는 ‘노동’을 갈라놓으려는 ‘자본’의 의도를 벗어나 연대의 폭을 넓혀온 과정이었다. 판사노조까지 있는 외국얘기가 아니더라도 교사, 언론인은 물론 전문연구기관의 박사들이 노조활동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우리 현실에서 교수노조 출범은 당연하고 때늦은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교수의 노동자 선언’은 노동자 제 이름 찾기의 절정임과 아울러 노동이란 이름으로 사회진보에 힘 합쳐 나갈 주체들의 지평과 활동의 폭을 크게 넓힌 일이다.

교수노조 결성 자체가 노동운동을 두텁게 하는 일이었지만, 대학사회 개혁 뿐 아니라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한 사회개혁운동에서 독특하고도 중요한 구실을 해주기 바란다. 노동운동은 시련을 딛고 뻗어가고 있으나 아직 지혜와 슬기가 딸린다. 사회주의 붕괴 신자유주의 세계화라는 엄청난 시대변화는 낯설기만 한 데, 이를 헤집고 따지고 앞길을 논할 지식 노동자들은 숙인 고개를 좀처럼 들지 않고 있다. 낮은 데로 임하는 노동운동과 중간층 대변을 자임하는 시민운동이 강 저편에서 서로 달릴 뿐, 이들을 만나게 할 다리를 놓을 일꾼들은 손을 놓고 있다. 교수노조가 노동운동의 지혜가 되고 각계각층 운동이 만나는 다리가 돼주기 바란다.

노동운동은 지금 비정규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계급적 단결을 이뤄내야 한다는 쉽지 않는 과제에 도전하고 있다. 교수노조 또한 남의 일이 아니다. ‘비정규직 교수와 정규직 교수의 계급적 단결’을 실제로 이뤄내는 길을 찾고 실현해주길 기대한다. 합법성은 결국 힘에 달려있고 힘은 조직에 묶인 노동자수에서 나오며, 자신의 요구를 제대로 대변해 싸우는 조직에 사람은 끓게 돼 있다는 평범한 원칙을 부지런히 실천해 당찬 노동조합으로 우뚝 서주길 바란다.

끝으로 제 이름 찾기에 성공한 교수노조가 민주노동조합운동이라는 제 집 찾기에도 관심을 기울여 하루빨리 60만 민주노총 조합원과 한 식구가 되길 바란다. 민주노총은 교수노조와 기꺼이 손잡고 우리 사회를 바르게 개혁하는 데 앞장서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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