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9 22:40 (금)
교수도 노동자다-선입견에 걸린 오해
교수도 노동자다-선입견에 걸린 오해
  • 교수신문
  • 승인 2001.11.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성백
서울시립대·철학
교수노조 서울·제주 지부장

대학교수를 노동자로 볼 수 있는가 없는가하는 물음은 단지 소모적인 논쟁을 불러일으킬 뿐 별로 얻을 것이 없는 물음에 불과하다. 실제적으로 중요한 것은 교수노조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학 개혁에 기여할 것인가라는 점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교수노조 사업추진에 계속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심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교수는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와 명예를 누리는 최고의 지성으로서 노동자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교육부나 일부 보수언론은 노조에 반대하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심지어 어떤 이는 교수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학자의 길을 내팽개치고 집단행동으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겠다는 집단이기주의적인 발상이라고까지 매도한다. 교수가 직업 분류상 노동자에 속한다는 것은 이미 사회학적으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는 엄연한 사실이다. 교수는 대학이라는 사업장에서 교육 및 연구라는 정신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임금을 받는 전문직 지식노동자라는 것. 아직 한국에서 교수가 노동자란 사실을 정서적으로 잘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몇 가지 낡은 선입관 때문이다.

선비를 중히 여겼던 유교적 전통 속에서 대학교수에게 부여된 관념적인 신분상의 프리미엄이 대학교수의 객관적인 지위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을 가로막는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에 대한 그릇된 인식이 또 다른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 노동자는 싼 임금을 받고 노동을 파는 하층 계급이란 관념은 이미 낡아버린 것으로 직업이 고도로 분화되고 전문화된 현대 시민사회에서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또 한가지 지적해야 할 잘못된 선입견은 노조에 대한 인식이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합법적인 민주적인 대중조직이다. 군사독재체제의 이데올로기적인 유제를 털어 버리지 못한 일부 사람들에게 노조는 아직도 불법, 과격, 심지어는 용공의 이미지를 연상시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문제는 교수가 노조를 만드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노조를 불법으로 보는 사람들의 낡은 선입견에 있는 것이다.

교수노조는 노조로서 당연히 조합원인 교수들의 권익을 보장하는 일을 담당한다. 그러나 대학사회의 한 주체인 교수들의 노조로서 대의명분은 대학사회의 공익성 실현에 있다. 교수들은 오늘날 대학 개혁의 필요성을 깊이 절감하고 있다. 교수노조는 대학개혁이 대학 본연의 정신 위에서 올바로 이뤄질 수 있도록하는 데에 그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