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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론에서 이견…“학문재생산 구조 개선 먼저” 주장도
각론에서 이견…“학문재생산 구조 개선 먼저” 주장도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1.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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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문육성을 위한 정책 심포지엄 현장 중계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모처럼 마련된 기초학문 육성 기회를 놓고 위원회측은 일단 밑그림을 호기있게 제시하긴 했지만, 생각이 제각각인 것처럼 ‘방안’을 두고 팽팽한 이견들이 오고갔다. 지난 9일 기초학문육성위원회(회장 정대현 이화여대 교수)가 처음으로 개최한 ‘기초학문육성을 위한 정책심포지엄’이 그런 자리였다.

첫 단추를 지혜와 화합을 모으는 자리로 가득채우기엔 우리 학계와 대학이 처한 현실이 워낙 복잡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연간 1천억원이라는 큰 예산을 내건 교육부나, 뭔가 마련해야하는 강박에 걸린 위원회측의 정책 연구진이나, 우리 의사는 무시하는 거 아니냐며 찾아온 현장 학자들이 三人三色을 이뤘으니.

사실 이 점이 이번 심포지엄의 난점이기도 하다. 뾰족한 대안을 ‘명쾌하게’ 제시하기보다 ‘중재안’을 모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 때문. 그렇다면 결론을 아직 내리긴 이르지만, 현장에서 오고간 대화와 분위기를 보면 위원회측이 마련한 ‘고뇌의 청사진’이 대체로 수용될 듯하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인문학 육성정책’과 ‘기초과학육성을 위한 정책방안’을 놓고 뜨거운 논의들이 오고갔는데, 발표문의 중심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인문학 육성정책방안’은 크게 △인문학 교육 강화를 위한 인문학 박사들의 중등교육참여, 기초과목 중심으로 교양교육 운영, 학부제 교육 보완 △인문학 신진연구인력의 양성과 활용을 위한 시간강사 지위 향상과 처우개선 △인문학 연구교수 채용, 인문학 기초연구소 지원 등 인문학 관련 대학부설 연구소 육성책 등으로 나뉜다.

‘기초과학 육성에 대한 정책방안’에서는 무엇보다도 과학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지원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의 필요성을 전제하면서, 인문학 육성정책과 마찬가지로 △기초과학교육 활성화를 위해 중등교육에 기초과학 분야 박사학위 소지자 배치 △학문후속세대 양성을 위한 전공자 생활급 지급과 박사장교 병역특례제도 도입, 연구소 소속 전임 연구교수제도 마련 등을 제시했다.

대다수 참석자들은 기초학문의 중요성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동의를 했지만 기초학문육성’방안’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지정토론자들의 토론부터 들어보자.

박은정 이화여대 교수(법학과)는 대학의 편재 개편에 관한 문제로 전문대학원 설립방안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기초학문 이외의 대학을 전문대학원으로 보내는 방안은 기초학문만이 아닌 전체학문의 육성을 위해 논의해야할 사안이다. 또한 인문학 연구소 지원을 위해 마련한 평가방법은 기존의 양적 평가방법을 지양하고 새로운 질적 평가방법을 고안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인문학 자체의 반성 결여됐다” 자책도

김흥규 고려대 교수(국문학과)는 인문학연구소지원 방안 중 하나인 디지털 연구소에 대해 “인문학은 정보화 사회에 기여할 많은 재료를 가지고 있어 디지털 인문학 연구소 정책은 유용하다. 다만 인문학 자료를 정보화하는 작업은 어느 하나의 중앙 연구소가 아닌 각 대학의 연구소와 민간연구소 차원에서 수행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인문학의 위기가 인문학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유초하 충북대 교수(철학과)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하지만 다르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통합적, 체계적 사유를 위해 인터넷의 역할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오히려 인문학의 흥성이 요구되는 시대다. 인문학 자체내에서 반성이 있어야하며 전통적 방식을 유지해서는 안된다. 수요자 중심의 교육방식은 옳지 않다”고 인문학자들의 진지한 자기성찰에 대해 따끔하게 비판했다.

뒤이어 김도형 연세대 교수(사학과)는 “대학자체가 인문학 육성을 위한 긍정적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정책이 실제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며 대학당국의 인문학 육성 의지를 무엇보다 강조했다.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발언의 기회가 주어진 자유토론 자리. 긴장감이 감돌았다. 먼저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여성학과)가 침묵을 깼다. 이 교수는 ‘기초학문’의 범주가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기초학문이란 용어가 어떤 기준으로 적용되는 개념인지 궁금하다. 정치학이나 경제학과 같은 학문은 어떻게 분류되는가. 지금 제시된 정책연구는 기초학문과 긴밀한 연관관계에 있는 분야들을 제외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지원 대상이 분명치 않다는 지적이었다.

홍윤기 동국대 교수(철학과)는 인문학과 관련해 중등교육의 문제점을 역설했다. “인문학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학부제 뿐 아니라 중등교육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간과되고 있는 데 있다. 그 결과 호서대 철학과가 폐과됐고 이와 같은 문제는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또 그는 교육부의 윤리교사 임용 문제에 대해 질타했다. “그간 윤리교사는 윤리교육학과가 독점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교육부는 철학과는 물론 교육학과까지 개방한다고 발표했다. 과연 교육학과가 자격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런 문제에 대한 고려 없이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혜숙 이화여대 교수(철학과)는 국내의 학문재생산 시스템을 언급했다. “국내 출신 박사들이 자리잡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대학원 교육이 자리잡기 힘들 것이다. 이번 연구가 후속세대 지원을 위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국내의 학문재생산 구조를 마련하는 일이 더욱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 “연구비의 문제만큼 교수들의 연구시간 확보 문제도 중요하다”며 어떻게 질적으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도 고려해야 될 것이라 지적했다. 정상모 신라대 교수(철학과)도 연구비 문제에만 너무 치중하고 있다며 “학교 차원의 지원문제와 정책 차원의 문제가 구별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열띤 토론장, 쏟아진 목소리

참석자들의 이런 반응에 대해 기조발제자들은 이렇게 답변했다. 박찬승 충남대 교수(국사학과)는 기초학문육성정책은 제도 개선과 대학연구소를 중심으로한 예산지원에 있음을 재삼 확인하면서 “연구소 육성은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수행될 것이다. 지방이라고 연구소 지원에 있어 소외되지는 않을 것이다. 각 대학연구소들이 예산지원 전에 사전준비를 해야한다”고 답변, 지방 소외는 없을 것임을 분명히했다.

하지만 김남두 서울대 교수(철학과)는 “기초학문 재생산구조가 어떻게 갖춰져야하는지를 모색한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 정책방안은 연구소구조에 대해 심층적 논의가 있었지만 대학원생지원 문제에 대해서는 미약한 감이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통령이 강사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첨단과학분야로 인력을 배분한 것에 대해 강한 목소리로 비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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