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12-06 16:47:47
죽은 제갈량이 산 중달을 쫓은 대단한 지략도 일시적 속임수에 불과하며, 잘못을 따지는 아이를 윽박지른 어설픈 훈장의 억지는 서푼 가치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은 죽은 박정희를 내세워 살아 숨쉬는 역사를 속이려는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월드컵 경기장 부지에 박정희기념도서관을 짓는 명목으로 서울시가 땅을 내놓기로 하였고, 작년 국회에서 이미 국고지원 105억이 결정되었다. 또한 이번 국회에서 100억이 추가 결의될 예정이며, 국무회의에서는 국민모금 500억이 결정된 상태이다. 박정희기념관 건립을 주장하는 중심 논리는 경제발전의 공이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일본군 장교를 지낸 반민족 행위나 5·16구테타로 민주주의를 압살하고 유신을 통해 종신대통령을 꿈꾸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649명의 교수가 반대서명을 하였고 민주교수협을 비롯한 247개 단체가 국민연대를 결성하였다. 그런데도 이 일을 추진하는 세력들은 과거 뿐 아니라 오늘날도 여전히 박정희 덕을 보고있는 사람들이며, 그들의 주장 또한 서당 훈장같은 단순 무식의 논리일 뿐이다. 다만 다행스러운 것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 대다수가 국고지원을 반대하고 있는 점이다. 역사는 언제나 바른 방향으로 흐르는 법이다. 오늘 이 논의에 앞장서 있는 사람들까지 뒷날 역사가 그 어리석음과 야욕을 반드시 포폄할 것이다.
김교빈 편집기획위원 호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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