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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집]미국·일본의 로스쿨 운영
[로스쿨 특집]미국·일본의 로스쿨 운영
  • 교수신문
  • 승인 2007.12.10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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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코넬대 법학전문대학원 내의 법학도서관. 사진제공: 김재원 성균관대 교수.

 

“2달만 공부하면 90%는 합격”

>>미국_ 시험 불안감 없이 학업에 전념하는 ‘변호사 시험제’

2009년 3월 개원하는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에 41개 대학들이 인가신청서를 제출했다. 개원 첫 해의 로스쿨 총 입학정원이 2천명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이제 몇 개 대학을 선정해 개별 대학당 몇 명씩의 입학정원을 나눠 주느냐는 결정만 남았다. 지난 7월초 임시국회에서 로스쿨법안이 가까스로 통과되는 순간까지 우리나라에 로스쿨이 도입될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로스쿨제도의 유용성에 대한 깊은 의구심과 총 입학정원에 대한 심각한 이견이 팽배해 있었기 때문이다. 도입여부 자체까지 불투명하게 했던 총 입학정원이 결정됐다는 점은 매우 다행스럽고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논의가 입학정원에만 초점을 맞춰 ‘왜 로스쿨을 도입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홀히 취급돼 왔다.

로스쿨 도입을 반대하는 법조계 눈에는 도입을 찬성하는 학계는 도입 필요성과 새로운 제도의 성공적 운영을 위한 방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총 정원’에만 관심을 갖는 듯 보였다. 법조계 일각에서 로스쿨 도입이 변호사 숫자를 늘리기 위한 편법이라는 의구심을 가졌을 것이다. 대학들이 법률전문가 양성방안에 대해 진지한 고민과 준비는 소홀히 하면서, 물적 시설 확충에 거액의 예산을 투입하고 교수 숫자를 늘리는 일에 치중하는 인상을 준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측면에서 도입찬성론의 진의가 의심받을 근거가 있지만, 입학정원의 문제가 로스쿨 제도의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총 입학정원의 문제가 로스쿨의 성공적 도입에 대단히 중요한 변수인 까닭은 두 가지 점에서 찾을 수 있다. 하나는 변호사시험 합격률과의 상관관계이고, 다른 하나는 로스쿨 도입의 목적 달성이다. 한국에서 한 해에 배출하는 변호사의 적정한 숫자는 어느 정도여야 하고,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의 전체 숫자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의 문제는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 결정뿐만 아니라, 사법정책의 수립과 운용에 매우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에 관한 신뢰할 만한 연구 성과는 아직 없다. OECD 회원국들의 변호사 1인당 국민 수 등에 대한 통계를 인용해 한국의 변호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주장도 있고, 법무사 등 ‘유사법조직역’이 널리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이러한 통계는 무의미하다는 반론도 있다.

적정 변호사 수를 산출하는 일은 사실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여러 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 우리 사회에 자리 잡은 법조인의 사회적 지위에서 기인하는 면도 있다. 변호사 1인당 상당한 소송 수임건수가 보장되고 경제적 지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숫자의 증가를 억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변호사를 일정한 전문직업으로 인정해 능력에 따라 국가가 자격을 부여하는 공인제도의 하나라고 인식한다면, 변호사의 총 숫자 문제는 첨예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그리고 로스쿨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법률전문가의 양성에 성공하면, 우리 사회의 변호사 ‘공급과잉(?)’을 크게 우려할 일은 아니다. 우리 법률가들이 세계 곳곳으로 진출해 지구촌의 법률서비스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로스쿨의 총 입학정원 결정은 일본 로스쿨의 문제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으면서 미국의 모델을 따르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즉, 로스쿨 졸업자의 약 70∼80%가 변호사시험에 합격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중요하다. 미국 뉴욕 주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후 처음 응시하는 7월 시험 평균 합격률은 약 70%다. 이는 말 그대로 ‘평균 합격률’이다. 뉴욕 주에는 미국변호사 협회(ABA)가 공인한 15개의 로스쿨이 있다.

그런데 뉴욕 주 변호사시험에 응시하는 이들은 뉴욕 소재 로스쿨 졸업생만이 아니다. 뉴욕의 법률서비스 시장은 크기 때문에 다른 주에 소재한 로스쿨 졸업자들도 응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고 1년간의 석사과정(LLM)만을 마친 외국 법대 졸업생들도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그 결과 약 30%의 불합격자가 생긴다. 콜럼비아, 코넬 등 소위 명문 로스쿨 졸업자의 경우, 첫 응시에서 불합격하는 비율은 5% 미만이다.

이 통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매우 크다. 3∼4% 정도의 합격률을 가진 사법시험제도에서 탈피해 로스쿨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는 한국에서 이 실험의 성공여부는 시험합격률에 초점을 두지 않는 제도로의 전환에 달려있다. 미국 중상위권 로스쿨의 경우, 재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에 대한 불안감 없이 학업에 전념한다. 그리고 실제 이들은 졸업 후 약 두 달간의 수험준비만 하면 90%이상 합격한다.

100여개 법학과 중에서 40여개가 인가신청을 하고 그 중 20∼30 여개의 로스쿨만 설립인가를 받는다고 가정하면, 여기서 교육받은 이들은 거의 모두 변호사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새로운 변호사 시험은 ‘의사고시’와 같은 형태로 시행돼야 한다.

로스쿨 총 입학정원이 로스쿨제도의 성공에 미치는 또 하나의 요소는 교육내용의 내실화다. 총 정원 2천명과 개별 대학 입학정원의 150명 이하 책정은 ‘총 정원은 가급적 적게 잡고, 로스쿨은 가능한 많이 인가’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로스쿨의 도입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정책이다. 국제화시대의 다양한 법률수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법률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많은 선택과목을 개설해 학생들이 변호사 시험에 관계없이 다양한 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입학정원 150명도 많다고 하기 어려운데, 더 적은 수로 제한하고 ‘초미니’ 로스쿨까지 설치하게 한다면, 이는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려는 원래의 취지를 몰각한 정책적 실패가 될 것이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화살은 활시위를 떠났다. 새로 도입된 제도가 좋은 결과를 가져와 로스쿨 도입이라는 값

비싼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법조계와 학계도 그 동안의 대립과 갈등을 털어내고 지구촌 사회를 주도할 양질의 법률가를 양성하는 방안에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 “시험을 통한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양성”이라는 근본 취지에 맞게 새로운 변호사 배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김재원/성균관대·법학

필자는 미국 아메리칸대학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변호사자격을 취득했다. 코넬대학에서 법학박사학위를 받았고, 『미국의 법학교육과 변호사 윤리』등의 저서가 있다.

 


 

 입학정원 다양 … 자율과 경쟁 강조

>>일본_ 정원제 선발시험 잔존, 로스쿨 발목 잡아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냉전체제의 종식·세계화의 진전·구조적인 경기침체 등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일본은, ‘21세기에도 기존의 시스템을 유지할 경우 경제대국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라는 위기의식 아래, 국가의 틀 전체를 새롭게 짜는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했다. 정치개혁·행정개혁·경제개혁에 뒤이은 “최후의 핵심”으로서 추진한 것이, “사전규제형 사회로부터 사후구제형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사법개혁이었으며, 그 사법개혁의 핵심이 바로 “사람”을 길러내는 법률가양성제도의 개혁, 즉 로스쿨(법과대학원)제도의 도입이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과거 오랫동안 사실상 응시자격이 없는 정원제 선발시험인 사법시험과 국가에 의한 획일적인 사법수습으로 법률가 자격을 부여해왔다. 그 결과, 2~3%대의 극단적으로 낮은 사법시험 합격률로 인한 국가적인 인력낭비, 대학의 법학교육과 법률가 자격 사이의 단절, 고시학원의 번성, 시험기술에만 능하고 문제해결 능력은 없는 법률가의 양산 등 많은 문제점에 시달려왔다. 일본의 로스쿨제도는 ‘한 번의 시험이라는 點을 통한 선발로부터 충실한 교육이라는 과정을 통한 양성으로’ 전환함으로써 그러한 후진적인 문제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2004년 4월 1일 68개교로 출발한 일본의 로스쿨은 현재 74개교로 늘어났으며, 그 총입학정원은 5,825명이다. 개별 입학정원은 30명부터 300명까지 다양하다. 연간 수업료는 국립대의 경우 80만 엔, 사립대의 경우 120~130만 엔 수준이다. 국가는 로스쿨을 “국가적 프로젝트”로 인식하고, 법률에 따라 판·검사를 실무가교원으로 파견하고 있으며, 대대적인 재정지원을 하고 있다. 2007년의 경우, 사립대학의 경비로 48억엔, 학생 8,344명에 대한 장학금으로 138억엔, 로스쿨의 교육내용과 방법에 관한 교수들의 프로젝트 경비로 19억 2천 5백만엔을 지원했다. 일본변호사연합회도 변호사들을 실무가교원으로 소개해주고, 실무과목의 교재를 제공하고, 적성시험과 평가에 관해 연구·개발해 실시하는 등 지원을 하고 있다.

시행 후 3년이 지난 현재 적지 않은 성과가 나왔다. 다양한 전문과목이 도입됐고, 리걸 클리닉 등 임상법학교육이 도입됐고, 끊임없는 질의와 응답으로 이어지는 긴장도 높은 수업방식이 도입됐다.

학생들은 그러한 교육을 소화하기 위해 매일 심야까지 예습·복습에 전념하면서, 법조윤리에 대한 관심과 법조직역에 대한 동기의식을 높이고 있다. 교수들 또한, 사회인을 포함한 다양한 학생들에 의해 엄격한 평가를 받으면서, 매주 강의에 관한 교수회의를 열고, 인터넷 교육연구지원시스템을 개발하고, 새로운 교재와 법학전문서를 출간하느라 여념이 없다. 이러한 변화는 그들 모두가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로스쿨제도가 도입됨으로써, 대학의 법학교육과 법률가 자격이 연계되고, 법학교육에 경쟁 원리가 도입된 결과 비로소 생겨난 질적인 전환인 것이다. 그래서 일본의 법학교수들과 정책담당자들은 ‘성공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신사법시험의 낮은 합격률이 심각하다. 바람직한 합격률로서 70~80%가 제안됐었지만, 2006년에 처음 실시된 신사법시험의 합격률은 48.3%였고, 올해의 합격률은 40.2%로 낮아졌으며, 내년 이후에는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합격률이 낮다 보니 학생들은 시험에 매달리지 않을 수 없고, 그 결과 로스쿨 강의의 충실도는 위협받지 않을 수 없다. 로스쿨 중에는 시험대비 과목을 개설하는 곳도 생겨났고, 심지어 신사법시험 출제에 참여한 고사위원인 한 교수가 문제를 유출했다가 사직하는 사태까지 빚어졌다.

한국에서는 그 원인으로서 ‘인가 남발’을 드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일본 문부성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한 대학에 인가를 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단언한다. 법무성 관계자도 “자율 경쟁을 통해 성숙”해 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한다. 대학이 기준을 갖추어 교육을 하겠다는데 못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며, 자율과 경쟁을 통해서야 말로 제도가 잘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처럼 인가라고 하는 ‘입구’에서는 규제를 제거했지만, 신사법시험이라고 하는 ‘출구’에서는 여전히 규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을 제안한 사법제도개혁심의회 보고서에서는 “2010년경에는 신사법시험 합격자수의 연간 3,000명 달성을 지향해야 한다”라고 하면서도, 이 3,000이라는 숫자는 “어디까지나 ‘계획적으로 가능한 한 조기에’ 달성해야 할 목표이며 상한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신사법시험을 주관하는 법무성은 그것을 상한으로 상정하고 합격자수를 통제하고 있다. 그래서 로스쿨시대임에도 로스쿨과 원리적으로 충돌하는 정원제 선발시험이 여전히 잔존하고 있고, 그것이 로스쿨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 출범을 앞두고 있는 한국이 일본의 경험에서 특히 참조해야 할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로스쿨이 단지 대학의 과제가 아니라 ‘장기적인 국가적 과업’이기 때문에 국가적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총입학정원이라는 잘못된 제도를 강행하며 대학들에게 무한경쟁을 강요하기만 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대학에 대해 지원은 하지 않은 채 숫자 줄이기에만 신경을 쓰고 있고, 평가권은 독점하고 있으면서 평가를 위한 연구나 개발은 하지 않고 있다. 우리의 로스쿨법에도 “국가, 대학, 그 밖에 법조인의 양성과 관련된 기관 또는 단체는 법학전문대학원 교육이념의 취지에 부합하는 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하여 상호 협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돼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길 일이다.

다른 하나는 로스쿨제도를 도입하는 이상 ‘숫자 통제’라는 ‘구습’은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처럼 ‘출구’에서 통제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총입학정원을 통해 ‘입구’에서 통제하는 것은 더 큰 문제이다. 신규참입이 차단된 소수의 독과점 체제에서는 “자율 경쟁을 통해 성숙”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일본의 로스쿨이 정원제 선발시험의 폐지를 통해 제자리를 잡게 될 것처럼, 한국의 로스쿨도 총입학정원의 폐지를 통해 자율과 경쟁의 원리를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김창록 / 경북대·법학

필자는 서울대에서 ‘일본에서의 서양 헌법사상의 수용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논문으로 ‘한국과 일본에서의 ‘로스쿨’ 논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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