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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로스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일본 로스쿨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
  • 교수신문
  • 승인 2007.12.1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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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산지석, 일본 신사법시험제도에 주목하자

일본에서는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지 4년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로스쿨제도 및 신사법시험제도에 대해 다양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사법시험제도의 일정 및 자격요건
일본의 기존 사법시험제도는 우리나라 사법시험제도와 흡사했으나, 로스쿨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신·구사법시험제도가 병존하게 됐다. 그러나 기존의 사법시험제도는 로스쿨제도가 어느 정도 정착됐다고 인정되는 시점인 2010년을 기점으로 폐지되며, 대신 2011년부터는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로스쿨을 졸업하지 못한 사람에게도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터주기 위한 ‘예비시험제도’를 새롭게 도입하기로 돼있다. 예비시험의 경우에는 응시자격에 제한이 없으므로 누구나가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향후 ‘사법시험위원회’가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하겠지만, 객관식시험 합격자에 한해 주관식시험과 구술시험을 실시하는 구 사법시험의 2차 시험의 형태로 이뤄지리라 예상된다.
새로운 사법시험에는 로스쿨을 졸업한 자 및 예비시험에 합격한 자만이 응시할 수 있으며, 응시자격의 기간 및 회수에 제한이 있다. 즉 로스쿨 졸업자는 졸업한 해의 4월 1일부터 5년 동안에 3번 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사법시험예비시험 합격자의 경우에도 시험에 합격한 해의 4월 1일부터 5년 이내에 3번 시험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5년 동안에 3회’라는 제한기한을 초과하게 되면 원칙적으로 응시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단, 위 제한기간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종전과는 다른 자격으로는 응시하는 것이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역시 ‘5년 동안에 3회’라는 제한을 받게 된다. 또한 새로운 사법시험에 응시하는 자가 수험의 기초가 되는 응시자격의 기한 내에는 다른 자격으로 수험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으며, 신·구사법시험제도가 병존하는 기간 동안에는 양자를 중복으로 수험할 수가 없도록 경과규정을 두고 있다. 이처럼 신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소위 ‘고시낭인’을 방지하기 위해 응시자격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출제형식과 시험과목
사법시험은 법무성 산하의 ‘사법시험관리위원회’에서 관장하며, 사법시험은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학식 및 그에 따른 응용능력이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로스쿨에서의 교육 및 사법연수생의 수습과의 유기적 제휴 하에서 이뤄진다.
시험은 객관식과 주관식(논술형)이 있으며, 구술시험은 없다. 객관식 시험은 법조인으로 필요한 전문적인 법률지식 및 법적인 추론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①공법계 과목(헌법 및 행정법분야의 과목) ②민사계 과목(민법, 상법 및 민사소송법 분야의 과목) ③형사계 과목(형법 및 형사소송법분야의 과목) 등 3과목에 대해 이뤄진다.
이에 비해 주관식 시험은 법조인으로 필요한 전문적인 학식 및 법적인 분석과 구성 및 논술능력을 가지고 있는지의 여부를 판정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위의 ①공법계 과목 ②민사계 과목 ③형사계 과목 이외에 ④선택과목(도산법,조세법,경제법,지적재산법,노동법,환경법,국제관계법 중에서 택일) 등의 4개 과목에 걸쳐 이뤄진다.
구사법시험제도에서는 객관식 시험(헌법, 민법, 형법) 합격자에 한해 주관식 시험(헌법, 민법, 형법, 상법, 민사소송법, 형사소송법)을 실시했으나, 신사법시험제도에서는 객관식 시험과목이 7과목으로 늘었고 주관식 시험과목도 선택과목이 1과목 더 추가됐음에도 불구하고 연속 4일에 걸쳐 시험을 본다. 따라서 신사법시험제도는 그 일정으로 보아 신체적으로 핸디캡이 있는 자에게는 다소 불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사법시험의 합격률 추이
기존의 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2~3만 명의 응시자 중 약 2%이하가 최종적으로 시험에 합격할 정도로 법조인이 되는 길이 너무나 제한적이었다. 그 결과 일본은 국민 2만 명에 법조인 1명으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법조인이 매우 부족한 상황이 됐다. 한편 신사법시험이 처음으로 실시된 2006년에는 총 2천137명이 응시해 1천9명이 최종적으로 합격, 48%의 합격률을 보였으며, 신 사법시험 시행 2년째인 올해는 총 5천280명이 응시하여 1천851명이 최종적으로 합격해 40.2%의 합격률을 기록했다.
신사법시험제도 하에서 단순히 합격률만 본다면, 구사법시험에 비해 10배 이상의 합격률을 기록하면서 소정의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신사법시험제도 하에서는 비록 응시회수에 제한을 두고있다 하더라도 해를 거듭할수록 불합격자들이 정체돼 점점 합격률이 떨어지리라 예상된다. 물론 일본정부가 이러한 점에 착안해 2010년까지 합격자수를 3천명으로 점차 늘려나갈 계획이나 올해 합격률이 작년에 비해 약 8% 가까이 낮아진 점을 간과할 수 없다. 
일본에서는 새로운 사법시험제도를 도입한지 4년째에 접어들면서 각계에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신사법시험제도를 평가하기란 시기상조라는 생각이 들지만, 향후 우리나라가 새로운 사법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참고가 될 만한 문제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기로 한다.

시험 어려워 다시 고시학원으로
첫째, 일본이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당초에는 커리큘럼을 다양화해 다양한 분야의 우수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데 주된 목적을 두었으나, 실제로는 대부분의 로스쿨이 특성화를 지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대부분의 로스쿨에서는 특성화과목보다는 사법시험과목에 편중하는 경향이 있다.
둘째, 로스쿨을 도입한 뒤에도 소위 ‘고시낭인’의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지적이다. 일본이 로스쿨제도를 도입할 당시에는 로스쿨을 졸업하면 그 중 80% 정도가 사법시험에 합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됐으나, 시행 2년간의 실태를 보면 그 기대치의 절반수준에 그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셋째, 일본이 로스쿨제도를 도입한 배경에는 법대생들이 소위 ‘予備校’라는 ‘고시학원’ 쏠림현상을 개선하고 법학교육을 정상화하는 것도 중요한 목적 중의 하나였으나, 이 문제 또한 여전히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서 많은 수험생들이 신사법시험에 대비해 여전히 사설 고시전문학원을 찾고 있으며, 특히 사법시험합격률이 저조한 로스쿨 학생들의 경우에는 고시학원 의존도가 여전히 높다고 한다. 
한국은 우여곡절 끝에 로스쿨법안이 통과돼 2009년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게 된다. 로스쿨의 논의를 시작한 지 무려 15년만이다. 그 동안 로스쿨 정원문제를 놓고 각계의 의견이 대립돼 체력을 너무 소모해버린 탓인지, 신사법시험제도에 대해서는 본격적인 논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일본의 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로스쿨제도의 도입의 성패여부는 새롭게 도입되는 사법시험제도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과 같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기 위해서는 일본의 사법시험제도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이정/한국외국어대·법학

필자는 일본 도쿄대에서 노동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큐슈 사회법학회 이사, 도쿄대 노동법연구회 회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노동법』, 『노동법원 도입의 법적 쟁점과 과제』 등의 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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