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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자격’ 어떻게?
변호사 ‘자격’ 어떻게?
  • 교수신문
  • 승인 2007.12.1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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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특집]시민사회가 바라는 로스쿨_ ‘시험’아닌 ‘자격법’ 제정해 부여하자

로스쿨 인가신청이 마감됐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들은 단식을 하면서 연간 변호사 배출수를 3천명 이상으로 할 것을 강력히 제기했다. 사법개혁의 한 축으로 도입된 로스쿨은 양날의 칼이다. 현행 사법시험이 갖고 있는 수험법학, 대학서열화, 독점 법조체계 등의 국민적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고 다른 측면에서는 오히려 ‘돈’에 의한 법조 진입장벽을 높이는 도구로 전락해 변호사, 판사, 검사 등의 특권구조를 합리화할 수 있는 흉기일 수 있다.

양날의 칼, 로스쿨의 두 얼굴
로스쿨의 도입은 어떤 식으로든 우리 사회의 변화를 촉진하는 하나의 개혁이 될 것이라는 거시적인 전망과 기대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로스쿨 도입과정은 법조인들의 집요한 반대로 그 취지가 훼손될 가능성이 상존한다. 법조인 양성 체제의 변경 문제와 관련해 법무부와 법원은 늘 그랬듯이 국민의 입장에 있지 않다. 여전히 특권법조 체제를 강고하게 형성하고 로스쿨 총입학정원을 정하는 과정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사실상 교육부 장관의 법적 권한은 무의미해졌다.

로스쿨 도입과 함께 대학원에서 법학교육을 전문적으로 받은 사람들에게 변호사 자격을 어떻게 부여할 것인가의 문제는 거의 공론화되지 못했다. 또 이들에 대한 실무연수 문제도 어떻게 할 지 공개적으로 관련 당국이 입장을 표명한 적은 없다. 이것은 결국 개혁해야 할 대상이 개혁의 내용과 방향을 사실상 행사하는 구조를 단적으로 반영한다.

법무부는 이른바 ‘변호사 시험법’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사법시험법의 내용과 구조가 같고 단순히 법 명칭만 바꾸는 ‘변호사 시험법’은 사법개혁이라는 원래의 취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은 것처럼 보기에 충분한 근거가 있다. 법학교육을 충실히 해 국민에게 양질의 사법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와는 상관없이 여전히 시험으로 평가해 몇 명의 법조인을 배출할 것인지로 그 숫자를 제한하려는 의도는 ‘불변의 철칙’과도 같다.

법조인의 양성은 로스쿨에서 이뤄져야 한다. 오히려 로스쿨 교육과정을 철저히 검토하고 점검해야 한다. 로스쿨을 이수하고 난 후의 ‘시험’이라는 절차는 결국 기존의 사법시험의 폐해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로스쿨을 졸업한 학생들은 법조인으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을 구비했다고 봐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고 굳이 ‘변호사 시험’을 통해 암기식 지식을 묻고 또 배출 변호사 숫자를 제한한다면, 사법시험과 무엇이 다른가. 로스쿨 졸업자가 법조인이 되는 것은 기초적인 소양에 대한 검증 정도가 필요하다. 또 변호사 자격을 부여하는 것도 국가가 할 필요가 없다. 전문자격제도 가운데 하나인 변호사 자격을 왜 국가가 관여해야 하는가. ‘변호사 시험법’ 대신 ‘변호사 자격법’을 제정해야 한다.

법원은 여전히 변호사 자격을 갖는데 지금의 사법연수원처럼 실무 연수 기간을 설정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은 국가가 법의 해석을 독점하는 측면을 갖고 있다. 변호사는 국가공무원인 판사, 검사와는 다르다. 판사와 검사는 앞으로 변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 가운데 충원될 예정이다. 물론 법무부와 법원은 아직도 이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갖고 있지 않다. 신규 임용되는 공무원인 판사와 검사는 각각 소속 기관에서 직무연수를 하면 된다. 또 그 연수기관도 6개월을 넘어서면 여러 가지 역기능을 만들어 낸다. 개업 변호사로 활동할 사람에 한해서 ‘변호사 실무연수’는 민간에서 맡는 것이 맞다. 연수기간도 1년 이내로 하고, 주로 변호사업과 관련된 서류 관련 업무와 변호사 윤리 그리고 개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법적 경영 지원 시스템을 연수하는 정도로 그쳐야 한다.

로스쿨의 도입은 우리 사회의 수험법학 구조와 더 나아가 대학서열화 구조를 해소하고 국민을 위한 법학교육과 법조인 양성이라는 민주성의 실현과 특성화된 강한 고등교육체계를 수립하는 의미가 있다. 전자의 문제는 이미 다양한 전공과 경험을 가진 자를 로스쿨에 입학 시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문제는 후자다. 즉 이른바 주류 대학이라고 인식시키는 잣대가 그동안 사법시험에 몇 명 합격시켰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로스쿨의 원래 취지라면 이런 기계적이고 획일적인 대학 현실을 혁파하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 즉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라는 기본 이념에 비추어 보면 로스쿨을 추진하는 대학들의 출발은 같은 지점에서 해야 한다.

인가기준에 부합하는 되도록 많은 대학의 인가를 승인해, 다양한 특성화와 질적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 더 이상 허명이 실질을 구축하는 제3세계형의 대학서열화는 극복돼야 한다. 무엇보다도 법학 교육자와 법학 연구자들은 피나는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법학교수들은 수험법학의 피해자들이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 수험법학 구조에 쉽게 길들여져 있었다. 국민이 필요로 하고 시대가 요구하는 질 높은 법학교육을 위해서 과감한 자기 혁신이 요구된다.

어떻게 수험법학의 구조를 넘어설 것인가
로스쿨을 잘 정착시키는 일에 우리 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문 법률 자격자를 전문 교육을 통해서 양성한다는 것은 법학계의 사안만이 아니다. 로스쿨 시대의 법학은 더 이상 법학을 위한 학문이거나, 법학자들을 위한 학문은 아니다. 더욱이 법률 실무가들의 놀이터도 아니다. 법학은 이제 선진국을 이끌 수 있는 지적 엔진의 역할을 부여 받고 있다. 이것이 사법시험체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인식이다. 법학은 우리 사회의 기반학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국민과 시민사회가 이 과정에 개입하는 것은 정당하다.

법학 교육자들의 사회적 책임은 더 중요해졌다. 법학 교육이 민주주의를 성찰하고,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은 시대적인 과제이다. 이 때문에 다른 학문과의 개방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로스쿨 특성화는 법학 분야를 넘어 다른 학문과의 적극적인 대화와 그 내용을 수용해야 한다.

이창수/동국대  겸임교수·새사회연대 대표

필자는 인권사회단체에서 20여 년간 활동한 시민인권운동가로 현재 (국가)인권정책관계자협의회 위원, 민주사법 국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로스쿨비대위 상임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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