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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성의 시대, 대학교육이 희망을 주려면
불확실성의 시대, 대학교육이 희망을 주려면
  • 교수신문
  • 승인 2007.12.10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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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언_ 진화하는 대학과 교수의 고뇌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단이라는 대학은 지난 백여 년 동안 지식, 지혜, 경험, 가치, 진리와 문화의 생산자이면서 전달자, 창안자로서의 역할과 공현을 잘 감당해 왔다.

그러나 최근의 대학과 대학교육, 대학교수의 모습은 불안의 시대, 변화를 요구받는 도전의 시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대학교육의 미래가 어떻게 전개될 것이고 대학교육 개혁의 종착점은 어디인가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최근에 입시부정으로 수도권 명문대 총장이 중도 사퇴했는데 교수신문 보도(459호, 2007년 11월12일자)에 의하면 2000년 이후 불명예 중도 퇴진한 대학 총장들이 14명이나 돼 대학총장과 교수의 위상이 위협받고 있다. 대학총장이 불명예 중도 퇴진한 사연을 보면 편· 입학 청탁, 연구비 금품 비리, 논문 표절 시비, 연구비 착복 비리, 학내 구성원과 마찰 등 리더십 부재, 교수 평의회 불신임, 대학 관계자의 횡령 사건 등으로 중도 사퇴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의 교육경쟁력 조사(2006)에 따르면 한국의 교육시스템 경쟁력은 40위권이고 대학교육은 50위권으로 뒤떨어진다. 현재 한국의 대학들은 대학 내·외부에서 사방의 적들과 비판세력들로 포위돼 있다. 아마도 지금 제기되고 있는 대학교육 관련 문제들은 대학의 생존을 위한 도전적인 과제들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정부 주도형 대학 개혁 담론들은 20세기의 대학 운영과 관리모형은 더 이상 급변하는 21세기에는 부적합하므로 새로운 모형이 필요하다는 각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된다. 21세기에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 대학 스스로가 온실 속에서 현상유지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정부주도형 대학개혁 담론이 의미하는 것
이제 많은 대학과 교수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하는 가장 막강한 세력이 정부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예컨대 수도권 명문 사립대에서 이사를 선임하고자 했으나 정부가 거부해서 임용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뿐만 아니라 정당, 국회위원 등 정치세력의 압력, 간섭으로부터 대학과 교수가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을 달리하는 정치 집단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대학을 이용하는 경향도 있다.

이 기회에 대학교육에 관한 의견을 제안하면 지난 백여 년의 대학교육 특히 사립대학의 발전사를 회고해 볼 때 대학들의 자생적 노력과 역량으로 놀라운 질·양적 발전을 이루어 냈다. 대학교육의 문제점 진단과 장·단기 발전 방향에 대한 靑書가 없는 상태에서 정부 주도형 고등교육정책들이 바람직한가. 수요공급 예측을 못하고 운영되고 있는 대학의 현 상황에서 교육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기관 경영과 관리에 대해 정부와 대학은 동반자인가, 적대적 지배·복종자 관계인가. 아니면 강자와 약자 사이의 파워게임 상대자인가, 계도·견인하는 관계인가. 돈을 선물로 주면서 대학 경영과 관리를 조정하는 현재의 대학관리정책으로 그 많은 대학 중 몇 개의 대학이나 세계 명문 대학 목록에 포함될 예정인가.

국·공·사립대학의 역할과 기능의 특성화, 차별화가 필요하다. 거대 자금의 투자가 요구되는 대학(과) 운영은 정부주도형으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공립 대학은 국가와 사회로부터 공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에 국가와 사회의 필요에 따라 보다 많은 봉사와 공헌을 해야 하는 것이 의무이다. 정부는 지식전달자(예: 교육대학교)와 지식 생산자, 창조자의 역할을 하는 대학, 연구중심대학을 여러 개 육성·지원해야 하고 이들 대학의 특성화가 필요하다. 교육대학 규모와 같은 작지만 강한 대학은 존치, 발전시켜야 한다.

좋은 대학은 총장에 의존하기보다는 실력이 뛰어난 탁월한 연구와 교육을 수행하는 교수에 의해서, 교수를 위해서 운영되는 대학에 의해서 명성이 유지된다. 이런 교수는 지식전달자의 역할을 뛰어넘어 지식 생산자, 창안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역시 보직 지향이 아니라 과업과 학문 지향적인 교수로 자리 매김 한다.

좋은 대학은 실력있는 교수가 만들어
박사가 과잉 공급되고 있다. 박사의 수요·공급은 상관관계가 없음에도 대학원은 박사 배출을 줄이려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올바른가. 직업상의 실무경력과 교육 및 연구능력의 균형이 담당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요구됨에도 대학원 전임 교수도 없이 부실하게 운영되는 (특수)대학원의 수준과 질은 이대로 좋은가.

또한 기존의 대학 교수를 복제하는 박사학위과정의 관행이 바람직한가. 국가에서는 대학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필요한 노력과 관리를 해야 한다. 대학 교수가 되기도 어렵고, 더욱이 최고 수준의 유능한 교수 노릇을 하기도 어려운 대학 문화가 확산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등교육의 수준과 질에 대한 언론과 정부의 회의적 태도의 비판은 대학에 위기감과 스트레스를 가중시키고 있으며 대학과 정부, 언론 간에 긴장이나 갈등관계가 조성되고 있다.

대학의 지성과 지혜가 정치권력보다 역량이 우수하다는 것을 믿는다. 선진국가의 정치지도자들은 양식 있는 학자와 전문가들의 식견과 지혜를 존중하고 수용하며 경청하는 것으로 안다. 대학의 자구노력을 통해 대학의 경쟁력을 제고시키기 위한 장·중·단기 교육계획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주도적 역량과 대학의 자구 역량을 결합한 해법이 시너지 효과를 유발할 수 있을 것이다.

김정휘/춘천교대·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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