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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한남대 총장 선출 갈등 들여다보니
고려대·한남대 총장 선출 갈등 들여다보니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2.1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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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 “간선제로” vs 교수의회 “교수 투표”
고려대 총장선임을 둘러싸고 법인과 교수의회가 충돌하고 있다. 법인은 총장 후보로 등록한 교수 7명에 대해 총장추천위원회(이하 총추위)에 후보 심사를 요청했지만 교수의회는 기존 방식대로 네거티브 투표를 통해 예비심사를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고려대 법인이 지난 4일 총장 공모를 마감한 결과 김병철(58세, 식품공학부), 김일수(61세, 법학과), 김호영(58세, 기계공학과), 염재호(52세, 행정학과), 이기수(62세, 법학과), 이만우(57세, 경제학과), 최광식(54세, 한국사학과 이상 가나다순) 교수 등 7명이 후보로 등록했다.

교수와 교직원, 학생, 교우회로 구성된 총추위는 오는 11일 회의를 열고 위원장을 선임하는 한편 후보 검증작업에 착수한다. 이들은 후보 각자에게 점수를 매겨 3~5명을 선발, 이사회에 추천할 계획이다.

교수의회는 그러나 “총장 후보들을 대상으로 오는 17일 네거티브 투표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김민환 교수의회 의장(언론학부)은 “예비심사에서 부적격자를 탈락시킨 뒤 나머지 후보를 총추위에 올릴 것이다”고 강조했다. 

법인은 여전히 교수의회 예비심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승종 학교법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은 지난 1일 <고대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통과된 총장선임규정은 교수 직선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총장 선출은 개정된 규칙에 따라 진행될 것이며 교수의회의 예비심사 결과는 고려 대상이 될 수 없다. 교수의회 예비심사를 반영한다면 규칙을 개정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고려대 교수들은 올해 초 이필상 전 총장의 논문표절 의혹으로 한 차례 학교가 떠들썩한데 이어 이번에도 총장문제 때문에 혼란스러워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문과대학 교수는 “법인에서 너무 강경하게 나가고 있는데, 좀 더 유연한 태도를 보일 필요가 있다”며 “교수들 사이에선 여전히 직선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교수협 “구성원 투표 거치지 않은 후보 불인정”
한남대 총장 공모에 내부인사 4명, 외부인사 5명 등 총 9명의 후보가 등록한 가운데 한남대 교수협의회는 “학내 구성원이 선출한 후보가 아닌 다른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할 경우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혀 갈등이 예상된다. 지난 3일 마감된 한남대 총장 공모에 내부인사로는 이상윤 현 총장을 비롯해 김형태 교수(61세, 교육학과), 박영기 교수(59세, 행정학과)가 등록했다. 

학내 구성원이 중심이 된 한남대 총장선거관리위원회가 교수와 직원노동조합, 총동문회를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총장후보자 선거’에서 뽑힌 장주환 교수(60세, 화학과)도 등록했다. 총장선거관리위원회는 애초 2위를 차지한 장 교수와 1위 이필영 교수(역사교육과)를 총장후보자로 선출했지만 이필영 교수는 “장주환 교수를 지원하겠다”며 자진 사퇴했다.

교수협의회는 장 교수가 총장후보가 될 수 있도록 공론화 작업에 나서겠다는 생각이다. 이들은 특히 “장 교수를 제외한 3명의 내부인사 중 한 명이 총장으로 선임되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신운환 교수협의회장(법학과)은 “우리는 학교 구성원 투표를 거치지 않은 내부인사가 총장이 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외부인사로는 김영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56세), 문선재 예일신학대학원대 총장(73세), 박준서 명지대 석좌교수(67세), 이민희 동주공영 상임고문(66세), 황호찬 세종대 경영대학장(55세) 등 5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영식 사무총장은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을 역임하고 지난해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문선재 총장은 강원대 총장, 이민희 상임고문은 KBS 미디어 사장 등을 역임했다. 한남대 총장선출준비위원회는 9명을 대상으로 서류심사를 거쳐 이사회에 후보자를 추천할 계획이다.

한남대는 법인 이사회가 지난 1999년과 2003년 당시 교수협의회가 추천한 총장후보가 아닌 다른 교수를 총장으로 선임해 교수들이 총장실을 점거하는 등 갈등을 빚었다.

후보 6명 등록 … 직원, 처음으로 투표 참여

연세대는 정창영 전 총장이 부인의 편입학 비리의혹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뒤 분위기를 수습하고 총장선출 일정에 돌입했다. 연세대 법인은 총장후보자 등록 공고를 내고 오는 21일까지 후보자를 모집한다고 밝혔다.
교수평의회(의장 최중길)는 예비후보로 등록한 교수를 대상으로 두 차례에 걸쳐 선거를 시행한 뒤 2명의 후보를 재단에 추천할 계획이다.

교수평의회가 실시하는 총장선거 후보는 주인기 교수(58세, 경영학과), 민경찬 교수(58세, 수학과), 윤대희 교수(56세, 전기전자공학과), 이양호 교수(57세, 연합신학대학원), 이양수 교수(60세, 행정학과), 김한중 교수(59세, 의학과 이하 기호순) 등 6명이다.

교수평의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오는 10일 예비선거를 통해 5명을 선출한 뒤 17일 본선거를 실시해 2명을 최종 선출한다. 이번 선거는 특히 ‘모든 직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반영비율은 교수 유효투표수를 기준으로 한다’는 전제에 따라 직원투표 반영비율을 10%로 정했다.

최중길 의장(화학과)은 지난 5일 임시총회 결과를 보고하는 글을 통해 “교수평의회에 후보자로 등록하지 않고 직접 재단이 구성한 총장후보추천위원회에 등록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는 일부 교수가 있다는 소식이 있다”며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의장은 이어 “총장추천위원회에 교수들의 의사가 충실히 실현될 수 있도록 교수평의회 추천 위원을 파견키로 했다”며 “재단도 현명한 판단을 통해 새로운 갈등과 위기를 발생시키지 않으리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후임 총장 선출 방안 논의중

동덕여대 이사회는 지난달 30일 회의를 열어 손봉호 전 총장이 사퇴한 이후 후임 총장 선출방안을 논의하기로 했으나 ‘학내 구성원의 의사를 어떻게 수렴할 것인가’를 두고 의견이 엇갈려 최종 결론을 내지 못 했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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