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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정신 실종 … 생존 위한 무한경쟁 내몰려”
“비판정신 실종 … 생존 위한 무한경쟁 내몰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7.11.26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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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10년, 교수사회는 어떻게 변했나

“예전엔 토·일요일에 쉴 수 있었는데 지금은 밤낮이 따로 없고, 저녁에도 연구실에 불이 켜져 있어야 한다.” “학자로서 비판정신이나 공공성을 중시하는 의식은 실종되고 교수와 학생 모두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에 내몰렸다.”
전국 20개 대학 교수(협의)회 회장들에게 ‘외환위기 이후 10년’동안 교수사회 변화 모습을 물었다.

‘철밥통’얘기부터 나왔다. 지두환 국민대 교수협의회장(국사학과)은 “외환위기 이후 가장 뚜렷한 변화는 철밥통을 없앤 것”이라고 말한다. 지 회장은 “연구업적 강화가 가장 크게 와 닿는다”면서 “쓸데없는 ‘잡무’를 줄여 ‘교육·연구’ 지원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수도 좋은 시절 다 갔다.’ 지난 2002년부터 본격 시행된 교수임용 계약제의 영향 때문이다. 이기숙 신라대 교수평의원회 의장(가족노인복지학과)은 “계약제 도입 이후 연구활동이 양적인 업적중심으로 몰리고 있다”며 “연구비 등 개인적 성과에 골몰하는 모습이 만연하다”고 말했다. ‘논문’에 대한 부담은 교수들이 가장 먼저 피부로 느끼는 부분이다.
연구 환경 개선 없이 ‘업적’만 강요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이어진다. 홍성언 경희대 교수협의회장(방사선종양과)은 “선진 외국대학과 비교를 많이 하지만 여건은 다른데 성과만 강조한다”고 말한다. 그는 “연구여건은 미흡한데도 실적이 부족하면 교수 탓만 하는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대 통폐합, 국립대 법인화 등 대학구조조정의 태풍을 맞고 있는 국립대는 ‘선 지원, 후 구조조정’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정용하 부산대 교수회장(정치외교학과)은 “기초체력을 키우지 않고 대학을 구조조정으로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정해룡 부경대 교수회장(영어영문학과)도 “대학 경쟁력 강화를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교육·연구환경이 조성된 다음에 실질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 사립대는 대학의 양극화 심화 현상에 주목했다. 노석균 영남대 교수회장(디스플레이화학공학부)과 정구철 탐라대 교수협의회장(레저스포츠학과)은 “서울과 지방의 차이가 더욱 크게 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교수사회의 비정규직화 심화도 간과할 수 없다. 유광수 배재대 교수협의회장(국어국문학과)은 “계약제 도입에 이은 비정년트랙 양산, 정년보장제 폐지 등 국제경쟁력 강화를 내세우면서 교수사회 역시도 비정규직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정체성 혼란을 부추기는 흐름은 교수의 위상과 역할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이중호 전북대 교수회장(윤리교육과)은 “대학마다 재정확보에 열을 올리면서 비판적 지식인의 역할은 낯설게 들리는 현실이 됐다”고 했고, 류진춘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장(경북대 교수회장)은 “대학경쟁력이란 화두 속에서 지성인으로서의 의식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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