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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구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라
[나의 연구실]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가라
  • 박우진/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
  • 승인 2007.11.1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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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뒷줄 왼쪽부터 박사과정 한혜은(박사과정), 차혜선(박사과정), 이승희(박사과정), 이의승(박사과정), 윤평오(박사과정), Saravanan S.(박사과정),아래쪽 왼쪽부터 박우진 교수, 오재균(박사과정), 정향숙(석사졸업생), 신배현(석사과정)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과의 유전자치료 및 바이오리모델링 연구실은 11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처음에는 초파리를 이용한 발생학의 연구로 시작했다. 단백질 분해효소 연구로 국가지정연구실로 지정된 바 있고, 다시 심장병 연구로 방향을 전환하여 현재 글로벌연구실로 운영되고 있다.
지방 대학의 한계를 뛰어넘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유지하기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필자가 대학원을 다니던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국내 연구 수준은 남들을 흉내 내는 정도에 머물러 있었다. 이미 논문으로 발표된 내용을 반복 실험해 보고 조금 다른 조건에서 다시 해보는 정도였다.
그 당시에는 외국 저널에 논문을 게재하는 일도 매우 드물었다.

막 귀국한 젊은 교수들이 논문을 쓰는 전동타자기 소리를 창문 너머로 들을 때면, 국내 전체를 통틀어서 몇 편 되지 않는 외국 저널에 투고할 논문에 기여했다는 자부심으로 뿌듯함을 느낄 정도였다.
20여년이 지난 오늘날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외국 저널에 논문을 발표한다는 것은 이제 별 의미가 없고, 이른바 최상급의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야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
모든 연구 분야에는 소위 ‘대가’라고 불리는 분들이 계시는데, 이들이 각 분야의 전체 연구 흐름을 이끌고 나가는 것이다.
특별히 본 연구실에서 훈련받은 학생들이 모두 자기 분야의 ‘대가’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를 위해 본인은 학생들에게 자기만의 영역을 구축하라고 조언한다. ‘대가’들이 닦아 놓은 길을 따라 가기만 해서는 ‘대가’가 되기 어렵다. 물론 이런 일도 매우 중요한 것이고, 전체 과학의 발전에 매우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면에서 이것은 쉽고 안전하게 살아가는 모습일 수 있다. 기왕 편하게 사는 길을 포기하고 과학자의 길로 들어섰으면, 좀 어렵고 외로운 길을 가보는 것도 보람 있는 일일 것이다.  그 길이 영원히 작은 길로 끝날 수 도 있고, 혹은 매우 큰 길이 될 수도 있다. 작은 길로 끝날 확률이 훨씬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내의 많은 연구자들이 이런 시도를 할 때, 개중에는 큰 길들이 나올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바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을 만큼 큰 업적은 이런 접근법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 아닐까. 처음 학생들에게 조금 황당한 연구 테마를 맡기면 대부분 거부반응을 보인다. 성공 가능성이 별로 보이지 않은 연구를 하다보면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논문은 나오지 않고 졸업은 언제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확실하게 결과가 예측되고, 좋은 저널에 논문을 실을 수 있는 연구 테마가 인기도 있다. 본인은 황당한 연구 테마를 학생들에게 들이밀 때면 온갖 장밋빛 미래를 그리며 설득에 나선다. 결국 감언이설(?)에 넘어간 학생들 중에 고생한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비록 남들보다 졸업은 조금 늦어졌지만, 많은 교훈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불가능하다고 생각됐던 많은 것들이 정말로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고, 남들이 가보지
않았던 길에 돌다리를 만들어가며 전진하는 재미를 느꼈을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은 싫어하지만 본인은 늘 이렇게 가르치고 있다. '어쨌든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서 가라’고.

박우진/ 광주과학기술원 생명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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