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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교육인증 교양교육 어떻게 보나
공학교육인증 교양교육 어떻게 보나
  • 교수신문
  • 승인 2007.11.19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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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학부 교수 제언 vs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입장

[교양학부 교수 제언] “이분법적 사고로 경직화해서는 곤란”

고강옥 부경대 사학과 교수의 ‘공학인증제철폐 범국민서명운동을 일으키며’<교수신문 458호>에 관한 글을 읽은 후,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전체가 안고 있는 한 단면이 부각된 것 같았고 고 교수가 학문의 자유와 학자적 지조를 지키기 위해서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현실이 암울하기만 했다. 이러한 사태의 일차적인 책임은 공학교육인증제를 무리하게 확장시켜 나가고 있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에 있다. 아울러, 공학교육인증제는 학생들에게 보다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우리나라 공학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해보자는 취지에서 도입되었기에, 고 교수가 주장한 바와 같이 철폐되어져야 할 만큼 그렇게 부정적인 교육제도는 아니라는 필자의 생각을 먼저 전하고자 한다.

흔히들 ‘敎育은 百年之大計’라고 하는 것과 같이, 한 가지 교육정책이나 제도가 정착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시간과 순서, 그리고 단계가 요구된다 할 수 있다. 어느 스님의 주장과 같이 하나의 씨앗이나 열매가 익기까지는 사계절의 질서와 은공이 받쳐주어야 하는데, 현재의 한국공학교육인증제도는 원리원칙과 정도가 무시되고 과속과 속도위반 및 추월이 난무하는 가운데 졸속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에서는 1932년에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되어 75년 동안 꾸준히 발전되어오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유수한 공과대학의 확장과 더불어 질적 수준이 높은 공학도들을 양성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과 10년도 되지 않은 1998년 8월에 한국공학교육인증원(ABEEK)이 설립돼 2000년부터 평가를 시작, 2001년부터 공학인증을 받은 대학들이 등장하였으며, 2007년 현재 15개 대학의 91개 프로그램이 평가를 거쳐서 인증을 받았고, 18개 대학의 97개 프로그램은 예비인증을 받은 상태에 있다. 결국 프로그램에 대한 충분한 홍보나, 평가 시 요구되는 전문 인력의 확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전공교수들이 중심이 되어 약 7년 만에 33개 대학의 188여개의 프로그램을 평가하여 인증내지는 예비인증을 해주고 있을 만큼 그 속도는 과히 위력적이다. 또 참가국이 인정한 공학계열의 졸업생을 대등하게 인정하자는 취지의 ‘워싱턴협약(Washington Accord)’을 2003년에 신청, 2005년 6월 준회원(Provisional member), 그리고 2007년 6월에 정회원(Regular member)이 되었는데, 2003년에 준회원이 된 독일이 아직 정회원 자격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대단한 성과이자 업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나라에서 공학인증교육제도가 급성장하는 가운데, 대학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고강욱 교수가 지적한 바와 같이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갈등과 대립으로 교육-연구-봉사에 전념해야 할 학자들의 자존심이 크게 위축되고 있으며, 그러한 교육정책의 혼란과 갈등 속에서 최대의 피해자는 학생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필자는 공학교육인증제도가 우리 땅에 정착되어 굳건히 뿌리를 내리기 위해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는 몇 가지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현재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는 교양교과의 실체를 인정, 그 독립적인 운영을 저해하려는 의도가 있어서는 안된다. 처음에는 공학도들에게 요구되는 학습성과 달성을 강조하지만 평가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교과목의 변경을 요구하고 있으며, 뿐만 아니라, 부설기관이라 할 수 있는 공학교육연구센터에서는 독자적인 전문교양교재를 발간, 기존의 교양교과 담당교수들과 마찰을 증폭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각 대학에서는 평가와 인증을 받기 위해서 평가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크다. 전공교육이 한 인간의 직업생활에서 요구되는 지식이라면, 교양교육은 직업생활과 더불어 가정생활, 사회생활에서 갖추어야 할 덕목과 태도 및 가치관을 확립해 준다. 다시 말하면, 교양교육의 목표가 “최상을 보는 눈을 제공하고, 최선을 향한 우리의 마음에 영감을 불러 넣어 주는 학문”이라는 가치와 중요성을 인정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어느 특정교과목으로 획일화시키지 않고 자유스럽게 30시간의 다양한 교과목이수만을 요구하고 있다(The curriculum must include at least 30 semester hours of study in humanities, social sciences, art, and other disciplines that serve to broaden the background of the student, www.abet.org)

둘째, 교양교육을 담당하는 학부(과)는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기존의 순수학문에서 공학교육인증을 준비하는 전공교과에서 요구하는 기본 소양의 요소를 첨가시켜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필자가 있는 대학에서도 이 문제로 2~3년간의 오랜 시간 동안 논란과 갈등을 경험했지만, 대화를 통해서 기존의 「생활과 법률」은 「기술과 법률」로, 필자가 담당했던 「교육학의 이해」는 「평생교육과 창의성교육」으로 변경·운영하고 있다. 부경대의 경우도 「철학」관련 교과목을 「직업윤리」또는 「공학윤리」로 변경, 철학적 이론을 바탕으로 공학윤리, 또는 직업윤리적인 실생활 응용을 가미시켜 전체 학생들에게 필수화시키면 해결 가능할 것으로 사료된다.

셋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인증평가 과정에서 공학소양이나, 전문교양분야 평가자는 반드시 교양교과관련 교수 및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전공교수들만으로 구성된 평가단들이 대학을 방문해서 평가한 뒤, 총장을 비롯한 모든 대학구성원들이 모인 종합평가회 자리에서 같은 전공교수들에게는 많은 수고와 노력에 대한 찬사와 더불어, 부족한 시설이나 설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대부분의 비난은 교양교과목들이 공학인증에 맞지 않기에 바꿔야하고, 바꾸지 않으면 인증이 어렵다는 말을 쏟아내, 그동안 힘들게 평가준비에 동참했던 교양교과 교수들의 사기를 저하시키는 사례를 경험한바 있다.

넷째,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공학인증교육제도를 이분법적 사고로 몰고 가는 분위기를 대학에 조성하지 않아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공과대학에서는 이 제도를 받아들여 인증을 받으면 살고,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는 “죽고 사는(to be or not to be)” 차원으로 접근하고 있다. 몇 년 전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의 이사장이자,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학교육인증을 통해 실력이 검증된 인력을 우선 채용하겠다는 말이 언론을 통해서 전해지면서 이러한 강박관념이 심화되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섯째, 현재 대학의 전공교수 중심으로 전개되는 인증평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 평가의 타당성(validity)과 신뢰성(reliability)이 확보된 평가체제가 마련되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현재의 사단법인 형태의 조직체에서 탈피, 비영리법인 내지는 정부출연기관으로 운영, 독자적인 연구 및 평가전담 인력과 더불어 충분한 공간과 시설·설비들이 구축돼 공학교육인증제도의 홍보, 교육, 정보교류 등 다양한 서비스 활동들이 평가와 더불어 이루어져야 한다.

여섯째, 현재 공학교육과정의 확대가 요구된다. 현재의 졸업학점 140학점으로는 공학교육인증원에서 요구하는 양질의 소양교육, 수학 및 기초과학인 MSC교과목, 설계교과목, 외국어교육, 컴퓨터교육 및 전공교과목을 충족시키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미국에서는 학부과정과 대학원교육이 연계되어 소양, MSC, 외국어, 컴퓨터 및 전공기초는 학부에서, 전공심화는 대학원에서 중점적으로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우리공학교육도 현재 건축학에서와 같이 학·석사과정을 통합한 5년제로 운영, 충분한 교육과정을 이수한 유능한 공학인재가 많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구축되었으면 한다.

김상길/ 한밭대·교육학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입장]“ 국제적 약속 … 이제 정착 단계일 뿐”

1999년 우리나라 공학관련 산·학·관 커뮤니티의 협력으로 설립된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인증활동을 통해 공학과 관련분야의 지속적인 교육개혁과 엔지니어의 자질 향상을 추구함으로서 우리사회 공공선을 달성하려는 비전을 갖고 활동해 왔다.

이는 2006년까지 25개 대학 180개 공학교육프로그램을 인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2007년 6월 공학교육의 글로벌스탠더드라 할 수 있는 워싱턴어코드에 가입함으로서 나라 안에서는 인증의 정착을, 나라 밖으로는 우리나라 공학교육에 대한 인식제고에 기여하고 있다. 공학교육에 대한 평가와 인증은 대부분의 공학 선진국에서는 이미 70년 이상 운영되어온 제도로 자국 내에서의 교육개선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나, 글로벌화 되어가는 시대적 상황에 맞춰 국가 간의 공학교육등가성을 추구하고 동시에 엔지니어의 국제교류를 촉진하고자 1989년 국가 간 다자간 협의체인 워싱턴어코드를 결성하고, 현재 12개 정회원과 5개 준회원 국가가 함께 활동하고 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설립 7년 만에 매우 빠른 속도로 워싱턴 어코드의 회원으로 가입한 것은 우리나라 공학교육의 수준과 인증제도의 운영이 국제적으로 성숙돼 가고 있음을 인정받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공학교육 인증을 간단히 설명하면, 세계화돼가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개인적 성취도를 달성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고용주인 산업체가 요구하는 수준을 만족시키는 엔지니어를 배출함을 공학교육프로그램이 보장하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의 ‘엔지니어 수준’은 해당 교육기관이 독자적인 판단으로 정하는 것이며, 다만 그 수준의 지속적인 향상을 추구하는 제도를 갖추어야 함을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공인원이 그 프로그램을 인증하고 또 그 졸업생의 수준을 국내외에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비록 지난 7년간의 공인원 활동이 인증자체에 중점을 둔 것 같아 보일 수도 있으나, 공인원의 비전에서 밝혔듯이 공인원이 추구하는 것은 인증 자체라기보다 이를 통한 공학교육의 개혁과 공대졸업생인 엔지니어의 자질향상이다. 그러므로 공인원이 추구하는 공학교육프로그램을 이해하려면 다음 세 가지 전제를 인지하여야 한다. 첫째는 공학교육의 콘텐츠다. 종종 무엇을 가르쳐야 또는 학생입장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로 제시되는 사항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미국 공학한림원에서 출간된 <Engineering 2020>나 이 기관의 회장을 지낸 새뮤얼 C. 플러먼이 쓴 <교양있는 엔지니어>에 잘 나타나 있다. 본 책들은 2020년의 세계를 주도할 주역들인, 현재의 공대생들이 무엇을 알아야 하나를 제시하고 있다. 즉, 15~20년 후의 세계에서도 통할 수 있는, 나아가 그 세계를 선도할 엔지니어들이 갖춰야할 자질과 능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결론은 기초가 튼튼한 유연한 전문인의 양성이 현재의 공학교육의 콘텐츠여야 함을 말하고 있다. 즉, 수학과 기초과학이 건실하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성 있는 엔지니어로 키워야 함을 의미한다. 엔지니어의 이러한 자질은 미국, 일본을 포함한 인증제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나라에서 요구하는 공대졸업생이 가져야할 필수 능력과 자질인 프로그램학습성과로 표현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공학관련 5가지를 포함하여 12가지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7가지의 자질과 능력은 소위 소프트스킬(soft-skill)이라고 불리는 과거 공학교육에서 상대적으로 간과하던 것들로 팀워크, 의사소통, 윤리의식, 평생교육에 대한 의지, 시사적 지식, 공학과 전체 사회와의 관계, 국제성 등이 그것들이다.

더욱이 인증에서는 이들을 달성하기 위해 구축하는 교육과정이 교양과목만으로 부족하면, 공학주제나 심지어는 수학 및 기초과학 분야의 교과목에서도 다루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이 분야의 교과과정이 중요함은 필수로 요구하는 이수학점 수(18학점)와 함께, 이에 대한 호칭을 ‘전문교양’이라 하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어로 ‘complement study’로 번역되는 전문교양은, 엔지니어가 “소양”으로 배워야할 분야가 아닌, 반드시 갖춰야할 교과목 분류를 의미한다. 이는 유연하고 경쟁력 있는 미래의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현재의 공대생이 반드시 배워야할 공학교육의 콘텐츠다.

공학교육프로그램이 인증을 위해 고려하여야 할 두 번째 사항은 교수법이다. 프로그램학습성과 상의 소프트스킬을 교육하려면, 또 공학관련 교과목에서 강조하는 공학설계 분야의 교육을 위해서는 기존의 강의 위주의 교수법과 필기시험으로의 평가를 통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를 위해 여러 분야의 교수들의 많은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고, 인증프로그램은 이를 적절히 증명해야 한다.

세 번째 고려 사항은 교육결과에 대한 증명방법이다. 공대 졸업생의 활동이 나라 안에서만이 아닌, 세계로, 또 고용주가 국내뿐이 아닌 다국적 기업으로 변화되고, 스스로 창업하는 엔지니어가 증가하는 시대적 상황에서, 학생이 무엇을 할 줄 아는가와 교육기관이 무엇을 가르쳤나를 사회와 주변 이해당사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공학교육프로그램에 새로이 던져진 화두이다.

워싱턴어코드 회원국은 모든 회원국 인증졸업생에게 자국의 인증졸업생에게 제공하는 사회적, 법률적 혜택을 동등하게 부여하겠다는 국가 간 약속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이 인증한 졸업생들에게만 차별적으로 제공된다. 즉, 큰 틀에서 인증졸업생의 자질과 수준에 대한 국제적 증명은 공인원이 할 수 있으나, 이를 위해 각 교육프로그램은 자신들의 졸업생이 배워서 할 줄 아는 내용과 수준을 증명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적절히 활용하여야 한다.

공학교육인증은 공대교수와 학생들에게 이전보다 많은 교육에의 노력과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는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 효과는 인증졸업생의 질적 변화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삼성, LG노텔, 안철수연구소 등의 기업은 신규임용 때 차별적 혜택부여나, 호주, 미국, 캐나다 등으로의 기술취업에서의 혜택, 학문분야평가에서의 면제 등도 교육프로그램의 수준 향상과 함께 가시화 되어가는 중이다. 그러나 인증제도는 이제 정착 단계이며 아직 성숙단계라 할 수는 없다. 지난 4년 누적 공대 졸업생중 겨우 1% 미만이 인증졸업생일 정도이며, 대부분의 교육프로그램들이 아직도 인증기준과 규정에 대해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공학교육의 개선과 공대졸업생의 경쟁력 향상, 나아가 국가경쟁력 향상이 인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음을 인식하여, 교육기관과 공인원의 지속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윤우영 / ABEEK 대외협력위원장·고려대 신소재공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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