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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고발’ 되려 징계 일부에선 자정운동도
‘내부고발’ 되려 징계 일부에선 자정운동도
  • 김유정 기자
  • 승인 2007.11.19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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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대학 윤리문제 어디까지 왔나

신정아 파문으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동국대 교수회(회장 정재형)는 지난달 ‘대학 자정운동’을 시행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교수회는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신정아 사건이 벌어진 것처럼 비춰지는 상황에서 혹시나 대학의 공공성을 잊고 있지 않은지 반성해야 한다”며 대학평의원회 재구성을 촉구했다.
대학내 성추행 파문, 운동부 가혹행위는 이미 몇 달 전부터 안팎에서 거론됐던 사항이지만 대학 당국은 뒤늦게 진상조사에 나서는 모양새다. 당장 “대학부터 자정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윤리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학위를 준 곳은 학교, 처리도 학교에서…”
가짜학위 논란과 관련, 교육부는 현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를 통해 학력검증대행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문제가 발견돼도 처리여부는 전적으로 대학 소관이다. 대학에서 당사자에게 어떤 징계를 내리는지 파악하기 쉽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교협 관계자는 “학력 검증을 위한 서류를 보내면 우리는 그것을 검증해 결과를 대학에 알려주기만 할 뿐”이라며 “이후 처리는 우리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몇 년 전 김윤배 청주대 총장의 석사학위 논문표절 의혹을 놓고 교육부는 “감사 결과 석사 논문에 부적절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교수협의회는 즉각 총장 사퇴를 촉구했지만 학교 측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2003년 교수협의회장을 지낸 손홍렬 전 청주대 교수는 “교육부에서 ‘석사학위 수여는 부적절했다’고 판단했다면 석사학위를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려야 하는 게 당연한데, 교육부는 ‘학위를 준 것은 학교니 처리도 학교에서 하라’는 입장이다”고 비판했다.
논문표절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선 아예 눈을 감기도 한다. 부산지역 ㅂ대는 행정학과 강 아무개 교수의 논문표절 의혹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이 학교의 한 교수는 “학교가 표절여부를 조사하지 않고 학과 파벌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위검증 과정에 참여했던 다른 교수는 “실제로 학과 교수의 이해관계 때문에 논문표절을 제보하는 일도 있지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며 “허위사실이 밝혀지면 제보자를 징계하더라도 대학은 사실여부에 대한 조사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리 고발하면 학교명예 훼손?”
학교 비리의혹을 제기했다 “명예를 훼손했다”며 징계를 당한 교수들이 많다. 투명한 대학운영을 위해 내부 구성원의 감시와 견제가 필요한데도 내부고발자 보호 장치가 전혀 없어 제보하기를 꺼린다. 
학교로부터 파면 처분을 받은 김도형 성신여대 교수는 “비리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거나 교육부에 진정하면 바로 그날 재단으로 관련 내용이 전달된다고 한다. 오히려 우리의 신분을 노출시킨 당사자를 징계해야할 판”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사실을 밝혀달라는 행위 자체가 왜 문제가 되느냐”며 “얼마 전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도 ‘고발사실이 알려졌다고 해서 학교 명예가 훼손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결정이 나왔다”고 전했다. 강원지역 ㄱ대학 교수는 “교수가 벽에다 대고 말을 해도 재단에서 알정도”라며 “사실 내 옆에 있는 교수도 못 믿을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연구윤리 개선할 것” 제도 도입한 곳도
한편 일부 대학은 자정운동에 적극 나서 주목을 받고 있다. 총신대는 지난달 가짜 박사학위를 조사하기 위해 학위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 비인증 신학교에서 취득한 신학 박사학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체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재단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가짜학위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어 학위검증위원회를 구성했다”며 “일차적으로 학내 교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는 이번 학기부터 연구윤리지침을 만들어 시행에 들어갔다. 연구부정행위는 △위조 및 변조 △표절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 △중복게재 등으로 분류했다.
교직원, 학생을 비롯해 교수가 연구를 수행한 외부기관에서 사례를 접수하면 교원윤리위원회가 조사할 계획이다. 고려대 교무지원부 관계자는 “2005년부터 관련 규정을 연구해 오다 이번에 시행하게 됐다”며 “현저하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징계위원회로 사안이 넘어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유정 기자 je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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