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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국내외 ‘생명’ 관련 주요 저작 엿보기
[리뷰] 국내외 ‘생명’ 관련 주요 저작 엿보기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1.2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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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화두 ‘생명’에 접근하는 다양한 지식들
생명의 원리(한스 요나스 지음, 한정선 옮김, 아카넷 刊)
한스 요나스는 생명철학이 다루는 대상을 두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생명의 객관적 형식으로서의 생명체이고 다른 하나는 인간이 생명을 반성해보면서 내리는 해석이다. 이러한 정의에서 생명철학은 생명체의 철학과 정신의 철학을 포괄한다. 이 책은 자연과학적 자료를 수용하면서도 자연과학적 방법론과 지평의 경계선에 머물지 않고 철학의 방법론을 도입해 생명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생명의 원리는 다름아닌 ‘자유’이다. 자유는 정신과 의지에 국한되는 영역이 아니라 가장 원시적 수준의 아메바를 포함하여 모든 생명체의 동인이다. 이 책은 생명현상을 현상학적으로 기술하는데 그치지 않고 형이상학을 아우르면서 새로운 윤리학의 지평을 열고 있다.

삶과 온생명(장회익 지음, 솔 刊)
진정한 의미의 과학문화가 요청되는 시대에 이 책의 전략은 두 가지이다. 첫째 동양의 학문들은 원천적으로 삶의 지향이라는 전제를 깔고 전개된다. 둘째 현대과학의 주요 성과들은 ‘온생명’이라고 하는 하나의 큰 틀에서 이루어지는 부분적 현상들이다. ‘온생명’이란 지구상에 나타난 생명현상을 그 연원과 더불어 여타 물리현상과 구분되는 결정적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도출해낸 개념이다. 장회익 교수는 장현광의 우주설을 중심으로 조선 성리학의 자연관을 분석하고 정약용의 자연관을 중심으로 조선 실학의 과학사상을 되짚어보는 등 전통 과학문화를 재검토하고 있다. 이 책은 동양의 학문이 취해온 방식이 온생명의 맥락에 서있음을 논증하고 동양의 학문을 자산으로 서구 과학과의 융합을 시도하고 있다.

생태철학과 환경윤리(구승회 지음, 동국대출판부 刊)
구승회 교수는 이 책의 구성을 생태철학과 환경윤리로 나눠 진행하고 있다. 생태철학이란 자연에 관한 철학, 생명유지체계로서의 생태계 전반에 관한 철학적 반성을 의미하고 환경윤리는 자연`환경의 파괴와 오염 등 인간의 대자연 활동으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한 진단과 처방을 주요 과제로 삼는다. 이 책은 자연에 대한 철학적 탐색의 역사를 점검하는 일에서부터 시작해 머레이 북친과 사회 생태론, 에코아나키즘 등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인간중심주의자들의 내재가치 개념과 이익관심에 근거한 환경윤리의 입론을 비판하고 생명중심주의를 통한 환경윤리의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이 책은 기존의 환경윤리를 다룬 책들이 보여준 계도와 홍보의 성격보다 규범윤리학, 응용윤리학 방법을 통해 논증하는 철학적 성격이 강하다.

녹색평론(녹색평론사 刊)
1991년 삶의 우주적 연관과 자연적 근거를 성찰하여 생명의 문화를 재건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창간된 이후로 철학, 종교, 여성, 교육, 환경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삶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박이문 교수는 ‘생태적 합리성과 아시아 철학’(제36호)에서 이성과 합리성은 필연적으로 생태학적이며, 아시아 철학의 근저에 있는 형이상학은 본질적으로 생태학적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생태학적 합리성을 이룩하는데 하나의 형이상학적 토대를 제공한다고 지적한다. 폴 매코틱 변호사는 ‘불소화의 법적, 윤리적, 정칙적 함의’(제58호)에서 저자는 불소화가 갖는 법적, 윤리적, 정치적 함의를 분석한다. 윤리적 측면에서 불소화는 도덕적 우월성을 가정하고 있으며 건강에 대한 결정권은 삶에 대한 개인적 성찰에서 기인한다는 점을 주장한다. 이 책은 생태적 위기에 직면한 우리의 삶에 대해 철학적 반성과 현장 중심의 구체적 사례를 공론화하는 등 또 다른 대안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생명과 자치(김지하 지음, 솔 刊)
이 책은 생명사상, 생명운동에 대해 생태정치학자 문순홍과 저자 김지하씨의 문답으로 이뤄져있다. 생명이란 실체가 아니라 생성이므로 어떤 개념으로도 정의할 수 없다. 생명은 눈에 보이는 것이면서 동시에 눈에 보이지 않는 숨겨진 질서로서의 전체적 생성` 유출` 변화과정이다. 생명의 실상은 바로 생활이기 때문에 ‘살림’이라 명명한다. 바람직한 과학은 살림의 과학이다. 저자는 생명운동의 원형이 동학에 있다고 보고 동학의 自在淵源(자기 내부에 스승이 살아있다는 뜻)의 정신을 확장시켜 생명 운동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無爲而化 원리로서의 주민자치와 시민 의회운동의 조직 등 살림의 원리와 실천에 관한 지침서이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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