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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인물]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교수들
[화제의 인물] 학벌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교수들
  • 손혁기 기자
  • 승인 2000.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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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12-06 16:55:55
'한번 얻은 학벌은 무덤까지 따라 간다. '졸업한 대학이 어디냐'에 따라 4년동안 아무리 열심히 공부했다고 해도 입사원서를 구경하지도 못할 수 있고, 어렵사리 입사했다고 해도 승진에서 불이익을 당할 수밖에 없다. 출신 대학을 기초로 조직화된 패거리, 그 놈의 學閥 때문에.'

학벌을 두고 '한국판 카스트제도·현대판 호패'라고 지적하며, 학벌에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교수들이 모였다.

지난달 23일 후원의 밤을 개최한 '학벌없는 사회를 위한 모임'에는 대표를 맡고 있는 홍훈 연세대 교수(대표, 경제학과), '철학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상봉 전 그리스도신학대 교수, 지난해 '대학 서열깨기'라는 책을 출간한 김경근 전북대 교수(역사교육학부), '대학이 망해야 나라가 산다'는 책을 쓴 김동훈 국민대 교수(법과대, 사진 왼쪽 위 홍훈부터 시계방향), 이외에도 중학교 교사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학벌은 '특정집단이 사회적 권력과 부에 있어서 독점적 지대를 누리는 통로가 될 뿐이다'고 지적한다. 홍훈 교수는 "현재의 학벌은 봉건시대의 신분제를 20년으로 미뤄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단정하고, 이 과정에서 '대학은 우리사회를 신분적 사회로 재편하는 봉건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김동훈 교수), 따라서 '학벌철폐운동은 곧 계급투쟁'(김상봉 교수)이라는 극단적인 주장도 펼친다.

그 동안 텔레비젼 토론회나 언론기고를 통해 개별적으로 '학벌철폐'를 외쳤던 교수들이 이를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마련한 홈페이지(www.antihakbul.org)는 지난 10월에 문을 연 이후 학벌로 인해 생긴 폐해들과 그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지적한 글이 이어지고 있으며,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학생들의 학벌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모임에 참가한 교수들은 최근 개최한 후원의 밤을 계기로 학벌문제의 사회적인 공론화뿐만 아니라 앞으로 실천적인 사회운동으로 이끌어 간다는 계획이다.

사석에서나 이야기되는 학벌의 문제를 공개적으로 문제의 화두로 이끌어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제한 교수들은 제도적으로 수능을 쉽게 출제해 3-5만명이 만점을 받아 다수의 명문대학을 만들고, 정부지원을 통해 대학들의 교육여건의 격차를 줄이고, 정부기관에 우선적으로 인제할당제를 도입할 것을 제안하는 동시에, 학벌로 차별을 두는 기업에 대해서는 불매 운동을 하자는 제안도 하고 있다.

손혁기 기자 pharo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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