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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대 30곳 선정 … 연구생산-결과 잇는 학술운동 주목했다
24개대 30곳 선정 … 연구생산-결과 잇는 학술운동 주목했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11.12 13:4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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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인문한국지원사업(HK) ‘연구소’ 선정 발표

향후 10년 동안 1천억 원을 지원해 인문학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인문한국지원사업(HK)의 지원 연구소가 결정됐다.

한국학술진흥재단(학진)은 전국 69개 대학 153개 연구소(단)의 사업신청을 받아 이 중 24개 대학 30개 연구소(단)를 선정해 7일 발표했다.

학진 심사위원단(위원장 유초하 충북대 철학과)은 지난 9월 20일 인문분야 28개, 해외지역분야 12개 연구소(단)를 1차 선정한 뒤 이들에 대한 추가·보완 자료를 받아 면담을 벌여 2단계 심층 심사 결과를 최종 발표했다.

인문한국사업은 인문분야, 해외지역연구분야로 나뉘며 인문분야는 대형, 중형 사업단으로 구분된다. 연 10~15억 원이 지원되는 대형에는 21개 사업단이 신청해 이 중 6개가 선정돼 28.6%의 선정율을, 연 5~8억 원이 지원되는 중형에는 81개 신청에 10개가 선정돼 12.3%, 해외지역연구분야는 51개 신청에 3개가 선정돼 5.9%의 선정율을 보였다. 학진은 신청연구소 중 성장가능성이 높은 연구소를 유망연구소로 지정해 인문분야 2개, 해외지역연구분야 9개 연구소를 선정했다. 유망연구소는 향후 3년간 연 1억 원을 지원받는다.

인문한국사업에 선정된 연구소는 해당 대학의 전임강사 수준의 연봉을 받는 전임연구원을 임용해 연구소가 제안한 아젠다를 이끌어가야 한다. 성태용 학진 인문학단장(건국대 철학과)은 “기본 취지는 연구소가 안정적인 연구인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각 연구소는 지원자금의 70%이상을 신규연구원임용자금에 써야한다. 연구소 아젠다에 대한 실질적인 연구 책임은 향후 뽑힐 사람들이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초하 심사위원장은 “지금까지의 과제는 연구 논문을 제출하면 끝나는 것이지만, 이번 사업은 학문적 연구 생산사업과 그 결과인 실행사업, 교육사업, 문화서비스가 융합된 학술운동으로 보면 된다”고 의미를 매겼다. 또 이번 심사에 대해 “아젠다는 범역을 지정하는 것으로 예외없이 학제적이어야 하고 문화운동적 실천이 들어있어야 하며, 사회현실에 근거한 학술적 주제가 돼야 한다”면서 “연구주제, 연구방법, 연구주체의 전공과 경향도 살폈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장은 심사에 대해 “원칙적으로 지역이나 분야에 대한 안배는 없다. 선택과 집중 운운하는데 당연히 우수한 연구단 순으로 선정했다. 심사해 보니 서울중앙권이라고 해서 별 다르게 우수하다고 볼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또 “10개년 계획을 너무 꼼꼼하게 만들어 둔 ‘채움’과 막연한 계획만 제시한 ‘비움’은 곤란한 아젠다”라면서 “처음부터 3년까지는 구체적인 실천항목을, 다음 3년은 실천활동·문화운동과 논문 생산 등이, 다음 3년은 범론으로 추상화된 계획을 구성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또 “대형 연구소 중에는 선정되기만 하면 모든 인문학이 해결된다는 식의 허망한 ‘열림’을 주장하거나 세세한 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가치를 뽑아내겠다는 ‘닫힘’을 주장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다른 학문분야와 적극적으로 소통해 인문학의 가치를 발휘하려는 모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인문연구 분야 대형 과제에 선정된 전북대 인문한국연구단은 한국문화의 정체성을 담은 ‘쌀문화’를 아시아 차원의 문명사적 의미로 확대한다는 계획으로 ‘쌀·삶·문명-쌀문화를 통한 자연·인간·문명의 통섭적 연구’를 아젠다로 내걸었다.

연구진 구성을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으로 묶어낸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하우봉 연구단장(사학)은 “한반도를 비롯한 아시아 쌀문명권의 범학문적 통섭연구를 수행한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쌀·삶·문명연구소를 수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심사위원단은 총평을 통해 “주제 설정이 매우 독창적이며, 문명적 차원에서 통합적이고 종합적인 연구를 하려는 새로운 시도”라고 평했다. 하 단장은 “보다 적극적으로 범학문적(transdisciplinary)연구를 해볼 생각이다. 지식들을 가로지르며 일관된 줄기를 찾아 하나로 묶어 보겠다”고 말했다. 향후 연구단은 교수 16명, HK연구교수 10명, HK연구원 10명, 연구보조원 20명, 행정직원 2명 등 총 58명이 참여하게 된다. 전북대는 제안서 작성을 위해 “30여 명의 교수와 연구원으로부터 분야별로 초고를 받고, 이를 10명으로 구성된 태스크포스팀에서 정리한 뒤 5명이 최종 집필했다”고 밝혔다.

인문연구 분야 대형 연구소로 선정된 부산대 한국민족문화연구소는 새로운 인문학 개념인 ‘로컬리톨로지(localitology)’를 정립한다는 구상으로 ‘로컬리티의 인문학’을 아젠다로 내걸었다. 김동철 연구소장(사학)은 “로컬(local)의 독자적 역동성의 원천인 로컬리티(locality)를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인간 본성의 근거로 파악하고, 로컬의 역사적 진단과 미래에 대한 처방을 로컬의 권리문제로 연구하는 새로운 인문학을 정립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아젠다에 비해 보다 메타적인 주제로 연구 태도와 방법을 제시한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심사단은 “제시된 개념의 근원적 이해와 해석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일반성과 보편성을 획득한 것이 인문한국사업에 적합하다”고 평했다. 연구소는 아젠다의 학제적 접근에 대해 “인문학의 근원적 태도, 사회과학의 실증적 방법, 공학의 실제적 응용이 어우러진다”고 밝혔다. 부산대는 이번 연구가 “교수 11명, HK연구교수 12명, HK연구원 4명, 행정요원 2명으로 구성되어 진행된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학교의 대응자금으로 박사급 유급연구원 5명을 더 보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교육인적자원부의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에 따른 것으로 연구, 교육, 사회 부분별 사업 중 연구부분 사업에 속한다. 교육부는 인문한국사업을 10개년 사업으로 보고 향후 인문연구분야 30개, 해외지역연구분야 20개 연구소를 지원한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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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13 15:58:10
부산대 한국민족문화 연구소는 유망연구소가 아닌 대형 연구소로 선정된 것의 오류입니다. 본의아니게 틀린내용이 나와 부산대 측에 사과드리며 위 기사를 수정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박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