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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진단’등 키워드 뜨겁다
‘시대진단’등 키워드 뜨겁다
  • 김혜진 기자
  • 승인 2007.11.05 14: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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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조명 _ 풍성한 가을학술대회

대선의 해를 맞아 정치권과 그에 관여하고 있는 학자들의 담론으로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학계 내부의 시대 진단과 전망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각 학문분야별·학회별 학술대회들의 풍경이다. 여러 학문들이 모여 새로운 사회적 의제를 제시하는가하면 변화된 시대에 걸맞은 연구의 방향에 대한 성찰도 이어졌다.

■ 사회과학계 = 87년 민주화 이후 20년, 민주화 세력 집권 이후 10년이자 대선이 있는 올해, 사회과학계의 화두는 시대진단이다. 상반기의 학술대회들이 6월 항쟁을 기념해 민주주의에 대한 평가와 과제에 관심이 모아져 있었다면, 하반기에는 이 시대의 새로운 특징들을 잡아내려는 시도들이 눈에 띈다.
지난 달 29일 동아시아연구원(이사장 이홍구)은 ‘한국의 석학이 제시하는 차기 정부의 국가전략’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어 ‘복합변환(Complex Transformation)’이라는 개념을 화두로 제시했다. 이 자리에서 김병국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가 ‘지식사회로 가는 길: 순종에서 혼혈로’라는 주제로 정부·의회·대학·민간씽크탱크 등으로 이뤄진 정책지식생태계의 혼혈적 리더십을 강조했는가하면, 이재열 서울대 교수(사회학)는 차별과 배제를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적 신뢰기반구축을 강조하는 등 주체와 환경의 다변화라는 조건에서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정보통신부(장관 유영환)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원장 석호익)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개최한 메가트렌드 연구발표회(10월 16일)는 ‘소수자의 부상과 다양성에 기초한 사회통합’을 주제로 이질성과 다양성이라는 사회 변화를 진단, 이에 기초한 사회의 구성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한편 한국산업사회학회(회장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상반기의 흐름에 이어 ‘민주화 20년과 포스트 87년 체제의 전망’을 주제로 10회째 비판사회학 대회를 개최(11월 3일)했다.

■ 교육학계 = 3不정책 등 대학자율화 논쟁이 정치권을 물들이는 가운데, 교육학계는 양질의 교육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췄다. 한국교육학회(회장 윤정일 서울대 교수)는 지난 2~3일 양일간 ‘국제화 시대의 교육개방과 교육산업’을 주제로 추계학술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이현청 호남대 총장은 획일적인 대학평가방식을 문제 삼고, 미국의 고등교육평가회의와 OECD 국가들의 예를 들어 고등교육의 질 관리를 위해서는 단순한 평가 인정체제에서 벗어나 학문 영역중심의 질적 평가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주목을 받았다.

■ 인문학계 = 인문학계에서는 한국학 연구를 중심으로 민족성의 재정립을 살피는 학술대회들이 연이어 열렸다. 비교민속학회(회장 임재해 안동대 교수)는 지난 1~2일 ‘한국신화의 정체성을 밝힌다’를 주제로 내걸고 신화를 통해 민족문화를 읽어내려고 시도했다. 신화이론의 식민성 탈피, 세계 속의 한국신화의 위치 등 객관적인 신화와 민족 보기를 위한 풍부한 논의가 오가면서 한국의 정체성을 탐구했다. 이번 대회는 문화관광부가 ‘민족문화의 원형과 정체성 정립’ 사업의 일환으로 준비한 3회째 학술대회다.
규장각한국학연구원(원장 김영식 서울대 교수)은 지난 2~3일 ‘세계화 시대에 한국의 민족성과 영토성 다시 읽기’를 주제로 민족에 대한 개념적 접근을 시도했다. ‘민족, 그 상상의 공동체’, ‘한국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 네 개의 분과로 마련된 이 자리에서는 다문화주의 담론의 과잉과 이면의 현실 소외를 지적하고, 공동체적이고 개방적인 민족 개념의 성찰과 함께 현실의 가능성까지 탐색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세종국가경영연구소(소장 정윤재)도 ‘역사갈등에서 미래의 파트너십으로: 역사교과서 속의 식민주의 기억과 화해’를 주제로 국제학술대회(11월 1일)를 열고 근대 제국주의 시대의 사고를 탈피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학술적 교류의 장을 마련했다.
국제어문학회(회장 구사회 선문대 교수)는 ‘근대 지식인의 글쓰기’를 내걸고 가을 학술대회(11월 3일)를 마련했다. 구사회 회장은 “근대적인 의미의 지식·교양의 재편과 형성의 문제를 글쓰기와 관련해서 살피고, 대학교양에서 국어, 혹은 글쓰기의 방향을 모색한다”고 행사의 목적을 밝혔다.
이밖에도 숭실대 한국전통문예연구소(소장 조규익 교수)는 ‘가산 이효석’의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는 9일 그의 삶과 문학세계를 집중 조명하는 자리를 갖는다.

■ 예술학계 = 하반기 예술학계의 키워드는 ‘아시아’로 모아졌다. 한국미술사학회(회장 한정희 홍익대 교수)는 지난 달 27일 ‘18세기 동아시아 산수화의 양상과 관계성’으로,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회장 김영나 서울대 교수)는 지난 3일 ‘아시아의 디아스포라 미술가들’을 주제로 미술 연구의 쟁점을 짚어냈다.

■ 자연과학 및 공학 = 이공계 분야에서는 특정한 주제보다는 다양한 연구경향을 살필 수 있는 대형 정기학술대회가 주류를 이뤘다. 한국 HRD 연합회(회장 최종태)가 지난 2일 개최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및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D 방향’, 혁신형 세포치료 연구중심병원 사업단(사업단장 박영배)이 오는 16일 처음으로 마련하는 ‘제1회 국제 세포 테라피 회의’, 한국해양학회(회장 변상경)가 8~9일 개최하는 추계학술대회 등 대형 학술대회가 주목할 만하다.

■ 학제간 공동 학술대회 = 올해 하반기 학술대회 중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오는 9일에 열리는 ‘한국청소년패널 학술대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원장 이종태)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청소년이라는 하나의 화두로 한국교육사회학회·한국사회복지학회·한국진로교육학회·한국청소년복지학회 등 관련 학문분야들이 총결집해 청소년 정책 비전을 마련한다. 다각적인 학제적 논의가 이뤄짐에 따라 풍부한 내용이 도출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주목된다.
김혜진 기자 khj@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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