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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성장자'의 궤도에서 가르치길
'영원한 성장자'의 궤도에서 가르치길
  • 교수신문
  • 승인 2007.10.22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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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 교수가 신임교수에게

먼저 대학사회의 한 가족이 된 것을 축하드린다.
교수가 해야 할 과업은 크게 세 가지라고 여겨진다. 첫째 계속연구, 둘째 가르치는 일, 셋째 학생지도의 일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구는 일생을 계속해야할 일이기 때문에 여기서 새삼 말할 것이 없다.
다만 가르치는 일에 대해 몇 가지 말하고 싶다. 가르치는 것은 어느 의미에서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연구를 깊게 했다고 반드시 잘 가르치는 교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내용이 준비되었다고 반드시 성공적인 교수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교과와 영역에 대해서 그것을 요리하는 솜씨와 성의가 합해져야 한다. 

또한 수강자들이 이미 어떤 과정을 거쳐서 왔는지도 대강을 알아야 한다. 학문간 연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수강생들이 일반적으로 수강하는 영역을 자세히는 파악할 수 없으나 그 대강을 알고 있어야 한다.
단위시간을 기획하고 실천하기란 수월하다. 그러나 총체를 보고 기초로부터 하나하나 쌓아 올리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매시간 학생들은 무엇을 하는지 잘 몰라도, 종강 후 강의자의 의도가 그림이 그려질 수 있도록 분명하게 기획, 실천하기란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다.

기대되는 교수가 되려면 책을 보는 시간보다 책을 보지 않고 기획하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 한다. 교안을 뜨지 않아도 교안이 두뇌에서 완전히 구도가 잡혀져야 한다. 이에 더해 동기부여까지도 일일이 그 내용 속에 삽입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명강의를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가고 해가 갈수록 그 강의 내용은 놀라운 상승곡선을 그려야 한다.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전문서적은 물론 주변의 다양한 서적을 섭렵하고 또 소양을 단계적으로 부지런히 키워나가야 할 것이다.

나름대로 학생지도의 자질을 말한다면, 하나 밝은 인생관을 지닐 것, 둘 뜨거운 열정을 지닐 것, 셋 대화는 진실에 기초할 것 등이다.

기대되는 교수가 되려면 가장 우선은 사람을 사랑하고 그 만남에 대한 길고 즐거운 충격을 받는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상담에 대한 소양을 지녀야 한다. 높은 자리에서 내려다보는 지도가 아니라 평등한 위치에서 주고받는 성실한 대화가 되어야 한다. 대화는 수직적인 것이 아닌 수평적인 대화로 이뤄져야 한다.

상담의 기초에는 인간성의 존엄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뜻이다. 상담은 일회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록 하에 다음으로 연계되어야 한다. 이때에 인간에 대한 성실성이 요청된다고 하겠다.

사람은 정도의 문제이지 누구나 편견을 갖고 있다. 문화실조 속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면 더욱 편견이 심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남에게 가르친다는 입장에 설 때에는 스스로 성숙한 사람이 되려하는 꾸준한 자기노력이 요청된다. 맑은 거울 앞에 서서 자신의 내면을 투명하게 비추어 보았다고 하자. 비딱하게 투영되는 자기 자신이 어떻게 또 다른 사람을 키우는 작업에 참여할 수 있겠는가.

남을 가르치는 사람은 영원한 성장자의 궤도다. 자기 자신을 진입시키고 또 부단한 자기만의 매력을 스스로에게 가해야 하지 않겠는가.

김선양 교수 / 인하대·교육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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