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1:25 (수)
42개大 물밑 경쟁 치열 … ‘특성화’에 사활 걸었다
42개大 물밑 경쟁 치열 … ‘특성화’에 사활 걸었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10.22 15:49
  • 댓글 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분석_ 전국 대학 로스쿨 준비 상황

 

2009년에 개원 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선정 대학수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지역안배론’, ‘특성화안배론’ 등 대학들의 전략 짜기가 부산해지고 있다.
17일 교육부가 국회에 2009년 로스쿨 총 입학정원을 1천500명으로 확정·보고함에 따라 2009년 첫 로스쿨 대학 수는 10~20개 내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각 대학이 전임교수 수에 따라 80~150명 선의 입학정원을 신청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논란을 거듭하던 총 입학정원 수가 잠정적으로 정해짐에 따라 로스쿨 인가의 향방은 ‘지역안배론’과 ‘특성화안배론’으로 나눠지고 있다.

■로스쿨 인가 향방=쟁점이 되고 있는 지역안배론은 각 시·도별로 로스쿨을 안배해 지방의 법률수요를 진작하자는 주장이고, 특성화안배론은 각 로스쿨을 특성화 분야별로 안배해 다양한 전공에 고르게 전문 법률가를 양산하자는 것이다. 한편 지역안배, 특성화안배를 모두 고려하자거나 안배의 고려 없이 각 대학의 역량을 따져 경쟁에 맡기자는 의견도 있다.

대체로 지방대학들은 지역안배를 통해 서울지역 대학과의 경쟁을 피하려 하고, 서울지역 대학들은 특성화안배로 서울지역 내 대학들과의 접전을 피하려고 한다. 30명 이상의 많은 전임교수를 확보하고 있는 대학들은 ‘안배 없는 경쟁’을 하면 대학 당 최대 정원인 150명을 받아들이기 유리한 반면, 규모가 작은 대학들은 안배를 통해 정원이 적더라도 로스쿨 인가를 받기 수월해진다.

교육부가 지난 9월 28일 공포한 법학전문대학원법 시행령 5조 ‘설치인가 고려사항’은 ‘로스쿨 설치인가에는 지방대학의 발전과 지역발전에 필요한 우수 인력을 양성하기 위하여 지역간 균형을 고려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어 지역안배론이 힘을 얻고 있다. 특성화안배는 교육부의 대학별 특성화 전략과 일치해 로스쿨 인가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대 등 국립대 총장들은 ‘(거점)국립대학교 총장협의회’를 통해 국회 쪽에 ‘더욱 강한 지역안배론’을 주장하고 있다.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서울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총장들은 지난 8월 24일에 이어 10월 1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한 광역 지방자치단체 당 최소 1개 이상의 인가’를 요구했다.

■로스쿨 준비 대학 지역분포=42개 로스쿨 준비 대학들의 지역분포를 살펴보면, 서울·대전·부산은 대학별 특성화 분야가 집중돼 극심한 경쟁이 예상된다. 그 외 지역은 대체로 특성화 분야가 겹치지 않고 분산돼 있다.
강원대와 제주대는 해당 지역에서 유일하게 로스쿨을 준비하고 있어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반면 대구·경북에서는 경북대와 영남대가, 광주·전남에서는 전남대와 조선대가, 충북에서는 청주대와 충북대가 치열하게 맞붙어 있다. 인천·경기지역에서는 경원대·단국대·아주대·인하대가, 전북에서는 서남대·원광대·전북대 등 여러 대학이 포진해  서로 다른 특성화를 표방하고 있다.

이에 반해 부산·경남의 경상대·동아대·부산대는 국제법무나 통상 등에서 유사한 특성화 분야를 제시하고 있다. 영산대는 이 경쟁에서 살짝 비껴난 기업법무를 특성화로 정했다. 대전·충남은 과학기술 단지를 공유하는 지역여건상 배재대·충남대·한남대가 과학기술법무를 공통적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선문대는 국제관계와 국제금융보험으로 다각적인 특성화를 꾀하고 있다. 서울지역은 19개 대학이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최대의 격전지다. 다양한 특성화 분야를 표방하고 있지만 좁은 지역에 너무 많은 대학이 경쟁하고 있고 대규모 법대들이 종합로스쿨을 지향하고 있어 작은 규모의 대학들은 힘겨운 특성화 경쟁을 겨루게 됐다.

연세대의 특성화 분야는 ‘글로벌 비즈니스와 법, 의료과학기술과 법, 공공 거버넌스와 법’으로 ‘종합로스쿨’이다. 종합로스쿨 설립은 다른 대학들과 특성화 면에서 대부분 겹치게 돼 규모가 작은 대학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홍복기 연세대 법과대학장은 “종합로스쿨 설립은 연세대 법대가 서울대를 제치고 단숨에 1위로 부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기대하는 눈치다. 서울대는 ‘인권, 공공, 행정’분야를 특성화로 잡고 있으나 전임교원 수가 55명에 달하고 각 교원의 전공분야가 전방위에 걸쳐 있어 ‘사실상의 종합로스쿨’이다.

 

■대학별 특성화 실태=대학들은 대학·지역·교수의 특징별로 특성화 분야를 설정하고 있다. 각 대학이 내놓은 특성화 분야는 법무 대상별로 문화예술법무, 특정분야법무, 과학기술법무, 국제물류금융, 기업송무, 인권 및 공공, 사회복지 및 여성, 종합법무 등이다.
문화예술법무는 조선대·중앙대·홍익대 등 예술 쪽 강점을 가진 대학이 특성화로 내세우고 있다. 홍익대는 지난 9일 ‘새로운 만남: 법과 미술·디자인’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법과대학 내에 ‘창작과 법 연구센터’를 설치했다. 연구센터는 미술저작물이나 디자인과 관련된 표절 등의 법적 문제를 다뤄 특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강원대는 지역여건에 맞춘 환경법에, 서남대는 의료법, 원광대는 의생명과학법 등 특정분야법무를 강조하고 있다.
치열한 국제 경쟁이 예상되는 과학기술법무 특성화에는 대전지역 대학들이 많이 뛰어들었다. 배재대·충남대·충북대는 과학기술법을, 충남대는 특허법을 다룬다. 경북대는 지역 대기업을 염두에 둔 전자정보분야를 다룬다.

물류를 중심으로 한 국제법무에는 항구를 낀 부산지역 대학과 서울, 전북의 일부 대학이 맞붙고 있다. 경상대·동아대·부산대는 국제·통상·물류 등을 공통으로 다룬다. 한국외국어대는 대학의 국제인프라를 이용한 국제법률 전반을, 전북대는 동북아 지역, 국민대는 북한법제, 경상대는 EU를 특성화로 잡고 있다.
인권 및 공공 법무를 다루고 있는 곳은 서울대, 영남대, 전남대다. 서울대는 대학의 역사적 특성상 인권 및 공공분야를 다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영남대와 전남대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교육연구중심대학’에 선정된 바 있다.

숙명여대와 이화여대는 모두 여성관련 법을 특성화 분야로 잡았다. 숙명여대는 소수자 복지, 이화여대는 여성인권 및 성평등 차원의 여성인권관련 법률을 강조했다.
종합법무를 제시하고 있는 곳은 대체로 큰 개념을 다루고 있다. 의생명과학분야를 특성화한 원광대는 도덕적 품성을 함양하는 로스쿨 졸업자를 배출한다는 것이 목표다. 한양대는 국제송무, 지식문화산업, 소수자인권 등 여러 개의 특성화 분야를 설정했다.

아직 특성화 분야를 정하지 않은 대학도 있다. 경원대·고려대·명지대는 현재 특성화 분야를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스쿨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법학과 관련된 학제간 연구 조짐도 보이고 있다. 이정모 성균관대 심리학 교수는 인지심리학차원의 법학인 행동법학(법인지과학) 등을 소개해 법학분야의 새로운 교육·연구 분야를 모색하고 있다.

 

■전임교수 수 변화=교수신문이 지난 7월 전임교수 수를 조사한 데 이어 10월 중순 재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수 확보 경쟁이 격심해져 교수 확보 수의 순위도 다소 변동됐다.
지난 12일부터 전국의 42개 로스쿨 준비 대학의 전임교수 현황 등을 조사한 결과, 법정 최소 인가기준인 전임교수 수 20명을 넘긴 대학은 모두 36개 대학이다. 이는 지난 7월 12일 교수신문이 조사한 25개 보다 11개 대학이 늘어난 수치다.

가장 많은 교수 수를 확보했던 서울대는 지난 3개월간 44명에서 55명으로 11명을 보강했으며 10월말까지 3명을 더 충원할 계획이다. 한양대는 10명, 연세대는 12명이 증원됐다. 전체적으로 18개 대학이 이번 여름에만 10명 이상의 신임교수를 증원했다.
경희대는 5명을 신규 임용했지만 빠져나간 교수가 많아 34명(7월)에서 26명(10월)으로 전임교수 수가 준 것으로 나타났다.

전임교원 수가 20명 미만인 대학은 숭실대(17명), 서남대(16), 명지대(9), 성신여대(8), 배재대(7), 경원대(5)이며 이들 대학은 “로스쿨 인가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계속해서 전임교원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가기준과 무관하게 대부분의 대학들은 내년 초까지 신규임용을 계속한다고 밝히고 있다.
국회 교육위 유기홍 의원이 발표한 ‘로스쿨 준비대학 47곳’ 가운데 광운대, 부산외국어대, 인천대, 호서대, 한동대, 한림대는 로스쿨 준비를 내년으로 미루거나 준비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광운대는 한꺼번에 6명의 교수가 빠져나가 로스쿨 추진을 내년으로 미뤘다. 부산외국어대, 인천대, 호서대, 한동대, 한림대는 로스쿨 준비를 표명하지도 않았는데 로스쿨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져 학내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한동대 관계자는 “우리도 언론사에서 물어와 준비 중인 줄 알았다”며 로스쿨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성급하게 앞서가 있음을 드러냈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박상주 기자 2007-10-31 10:03:28
확인부탁드립니다.

서완석 2007-10-25 10:03:01
표가 아직 그대로이네요.

박상주 2007-10-24 10:34:10
감사합니다.

서완석 2007-10-23 18:43:23
원광대는 의생명과학 분야를 특성화로 정하고 있습니다. 정정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