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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권력논쟁을 바라보는 문단 바깥의 시선
문학권력논쟁을 바라보는 문단 바깥의 시선
  • 김성기 문화비평가
  • 승인 2001.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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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적이 돼 가는 문학
김성기 / 문화비평가

요즘 문학판 일각에서는 ‘문학권력논쟁’이 한창이다. 그것은 지난 90년대 이후 ‘문학의 위기’ 국면이 낳은 소산이다. 그리고 그 논쟁 한가운데 ‘비판적 글쓰기’라는 새로운 비평논리가 이목을 끌고 있다. 여기서 나는 문학 동네 바깥 사람으로서, 그간 논쟁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느꼈던 의문 두 가지, 문학권력 비판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것은 과연 무엇을 겨냥하는가 하는 점을 따져보도록 하겠다.

논쟁은 일군의 비평가들에 의한 선공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문학은 부당한 문학권력에 의해 훼손당하고 있다는 것. 그들은 ‘문학권력’ 개념을 상정하고 그것을 매개로 해 기성 문학계을 공박했다. 특기할 점은 일부 비평의 흐름을 그러한 권력의 주요 거점으로 지목했다는 사실이고, 이에 맞서 비판의 직접 당사자들이 반박하는 형국을 이루고 있다. 그 비판은 현재 문학 기득권에 대해 과도한 피해의식의 표출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그것.

이렇게 보면 이 논쟁은 문학계의 오랜 전통을 잇고 있다. 새로운 문학 세대와 기성 세대의 갈등, 이는 ‘문학적 인정 투쟁’ 문제에 속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학 양식이나 세대의 출현은 ‘더 많은 문학을 위하여’ 늘 아버지 살해를 감행했던 것.

비난의 수사학

하지만 이 같은 일반론적 해명으로는 충분치 않다. 작금의 문학죽이기는 ‘존립 기반마저 무너져내리는’ 문학의 현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이로부터 문학권력 논쟁의 진의를 포착할 수 있으리라.

우선 논쟁은 언론권력 비판과 맞물려 있다. 아니, 언론권력 비판의 논리가 그대로 문학권력 비판으로 수렴되고 있다. 언론권력의 부당함을 비판·극복하자는 게 언론권력 비판이라면, 그와 같은 차원에서 문학권력 역시 부당한 힘을 행사하며 그로 인해 문학의 현재 위기에 책임이 있다는 것. ‘승승장구하는’ 언론과 ‘다 죽어가는’ 문학의 대비가 인상적이다. 과연 문학권력은 언론권력의 한 부분인가. 정말 그렇다면, 우리 문학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다음 문제는 ‘기존 문학의 장을 조절·관리·지배한다’는 비평의 흐름을 따져묻는 비평. 이름하여 비판적 글쓰기로서의 비평이다. 이는 비평의 비평으로서 ‘메타비평’을 자임한다. 특히 비평의 논적을 향해 전면 비판의 형식을 취한 것은 참 오랜만에 보는 흥미로운 장면이었다. 이 점에서 주목받았으리라. 헌데 메타비평이라는 논리적 형식을 빌었지만 실은 (대화의 단절을 유도하는) 인신공격의 성격이 도드라졌고, 당연히 상대방에게는 ‘비난의 수사학’으로 접수되었다.

비평적 욕망만 가득해

비판적 글쓰기의 미덕은 무엇인가. ‘지금 우리 문제’를 솔직하게 토론하기. 핵심은 솔직함이다. 그것은 지식인문화의 활기를 불어놓는 장치가 될 수 있으리라. 늘 이야기되는 논쟁 부재의 문화란 것도 실은 그 탓 아닌가. 문제는 그것이 오늘날 문학의 위기 국면에서 메타비평의 방식으로 원용될 경우 득의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때 그 위기의 근원을 문학의 이차적 제도인 비평에 설정함으로써 그것을 모종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기미가 역력하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 그 같은 메타비평은 무엇을 도모하려 하는가. 정녕 문학의 위기를 걱정하는가. 창작의 위기는 비평의 위기를 수반하기에, 어쩌면 비평 쪽에서 자신의 정체성 위기를 더 강하게 체감했을 터이다. 문학권력 논쟁 와중에 유독 비평가 집단이 이리저리 이합집산의 동요를 드러낸 것도 그 때문은 아닌지. 비평(그리고 비판)의 위기는 현대문화의 근원적 문제인데, 그걸 다투기에는 역부족인 탓에 ‘눈앞에 보이는’ 문제에 안주하고 말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실천적 비평’이라 함은 강변이다.

비판적 글쓰기로서의 비평이 우리 문학을 살릴 수 있을 것인가. 물론 문학의 생사 여부는 비평의 몫이 아니다. 잘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데도 공연히 언론권력 비판의 대의를 끌어들여 자신의 실천적 비평을 주장한다. 이는 ‘자신의 적이 되어 가는 문학’의 한 징후일 따름이다. 그러한 메타비평은 문학 자체를 적으로 몰아세움으로써 그 빈자리에 자신만 홀로 서고자 하는 비평적 욕망을 잔뜩 드러낸다. 그건 나쁜 비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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