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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 이어진 ‘집단지성’의 기록 … 시대의 좌표 제시
40년 이어진 ‘집단지성’의 기록 … 시대의 좌표 제시
  • 최익현 기자
  • 승인 2007.10.22 15: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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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향_ 백낙청 회화록(전5권)백낙청 회화록 간행위원회엮음| 창비 |2007

‘회화: 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눔. 또는 만나서 하는 이야기’.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은 ‘회화’를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누가 누구를 만날까. 왜 만나는 것일까. 그래서 ‘누구’냐는 주체의 문제가 ‘회화’의 중심임을 알 수 있다.

계간지 <창비>의 편집인,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대표, 서울대 명예교수. ‘그’에게 따라붙는 이름에는 그가 걸어온 길이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공통분모는 ‘한국의 지성’이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그 주인공이다. 그가 <창비>를 중심으로 한국지성계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민족문학론’과 ‘분단체제론’, ‘변혁적 중도주의’ 등, 그가 비판적 지성으로서 제기한 사회적 의제는 민족사의 소망스런 발전에 여전히 유효한 좌표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런 백 교수의 생애 전체가 담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백낙청 회화록’(전5권)을 창비에서 간행한 것은, 문학의 산맥이자 실천적 지성의 교두보인 ‘창비’ 자신의 유산일 뿐만 아니라, 한국 진보학계의 지성사적 조명이라는 측면에서도 뜻깊다.

백낙청 교수가 <창작과 비평> 창간 편집인으로 참여한 것은 1966년 1월, 그로부터 오늘까지 한국사회의 현안을 비롯 작가, 시인, 비평가 발굴에 전력해왔다. ‘백낙청 회화록’이 서 있는 곳은 바로 이 곳, 사상과 작품의 무대 한 복판이다. 백 교수와 서로 만나 이야기를 나눈 인물은 모두 133명. 백철·김동리·선위휘·박현채 등 작고한 문인·학자를 비롯, 강만길·리영희·이매뉴얼 월러스틴·프레드릭 제임슨·가라타니 고진 등 다양한 국내외 지성이 그의 ‘회화’에 등장한다.

1689년 1월부터 2007년 6월까지 <창비>등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양한 좌담, 대담, 토론, 인터뷰 등이 정리된 ‘웅장한 집단지성의 기록’으로서 ‘회화록’은 모두 88편.제1권은 1968년에서 1980년대의 목소리를, 제2권은 1985년에서 1990년까지를, 제3권은 1990년에서 97년까지, 제4권은 1997년에서 2004년까지, 제5권은 2005년에서 2007년까지의 회화가 담겨 있다. 1980~1985가 공백으로 남아있는 것도 의미심장하다.

40여 년의 사료를 정리하다보니 의외의 수확도 있다. 좌담 ‘1980년대를 맞이하여’(제1권 수록)는 지난 1980년 <창작과 비평> 봄호에 수록될 예정이었으나, 비상계엄하에서 당국에 의해 삭제된 글로 ‘회화록’을 통해 처음 세상에 빛을 보게 됐다. 이외에도 이회성, 가라타니 고진 등과 나눈 좌담, <세까이(世界)>지와의 인터뷰 등 외국 지면에 수록됐다가 이번 기회에 번역돼 소개되는 내용도 있다. ‘민족문학과 재일문학을 둘러싸고’(제2권). ‘한국의 비평 공간’(제3권), ‘우리는 지금 통일시대의 들머리에 있다](제5권) 등의 글이다.

간행위원회는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독문학),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한문학), 최원식 인하대 교수(국문학), 백영서 연세대 교수(동양사학), 유재건 부산대 교수서양사학), 김영희 한국과학기술원 교수(영문학) 등이 1년간 발품을 팔아 수고했다.

한편, 백낙청 교수는 지난 17일 ‘회화록’ 출간 기념식에서 “한국 지식인들이 한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왔다”고 회상하면서 “1970년대에는 한국의 지적 담론이 활력 넘쳤다. 분단과 독재, 갖가지 식민성에 시달리면서도 자주력과 민주주의를 키워온 지식인들과 문학인들의 치열한 노력에 주목해 줄 것”을 당부했다.

최익현 기자 bukhak64@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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