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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터뷰] '기호학의 즐거움' 펴낸 김경용 미국 마운트 버논 나자렌대 교수
[저자인터뷰] '기호학의 즐거움' 펴낸 김경용 미국 마운트 버논 나자렌대 교수
  • 강연희 기자
  • 승인 2001.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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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4 09:47:22
“기호학은 세계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주고, 텍스트를 분석, 음미하는 해석 방법을 준다.”

『기호학의 즐거움』(민음사 刊)을 펴낸 김경용 마운트 버논 나자렌대 교수(커뮤니케이션학)가 책 서문을 열며 던진 정의이다. 기존의 기호학 관련 책들이 기호학 계보를 전문적으로 정리하거나 해설에 치중했다면 이 책은 기호학이 예술, 대중문화, 실천에 응용된 구체적 예들을 보여줌으로써 읽는이와의 거리를 좁히고 있다. 이 책의 즐거움을 공유하기 위해 미국에 있는 김교수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책을 쓴 동기와 배경은.

“지난 1996년 ‘기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刊)를 출간했다. 국내외 서점에 나와있는 기호학 관련 책들이 전문적이고 어려워 일반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었다. ‘기호학이란 무엇인가’는 기호학에 관한 이론적 입문서 역할을 했다. 그 후 좀더 본격적으로 기호학이 우리주변의 문화현상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응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존 기호학 관련책들과 차이점은 무엇인가.

“독자들이 이 책에서 읽은 것을 가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텍스트 분석에 직접 응용할 수 있는 분석틀을 제공한다.”

△아홉가지 분야(소설, 시, 그림, 영화, TV드라마, 광고, 유희와 의례, 정치, 인격론)의 텍스트를 분석했는데 평소 관심이 있는 분야와 자료수집의 통로는 무엇인가.

“이 책을 쓰기위해 별도로 자료를 수집한 것은 아니다. 평소 기호학의 시각으로 주변에 산재한 문화텍스트들로부터 몇 가지를 선택한 다음 X광선으로 비추듯 바라보며 분석했다. 이것은 바로 기호학의 위력이 모든 문화현상에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화에 관심을 두지않는 독자라도 기호학을 이해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자신이 좋아하는 문화텍스트에 대해 무엇인가 의미있는 말을 하게된다.”

△기호학이란 무엇이며 독자들이 그것을 통해 어떤 눈을 갖기를 바라는가.

“기호학은 기호들의 삶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사람들의 삶과 기호들의 삶은 정확히 일치한다. 왜냐하면 챨스 퍼어스의 주장처럼 사람 자신이 기호이고, 사람의 생각과 정서가 모두 기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생이 본래 무의미한 삶터에 던져있음을 자각한 순간부터 기호학적 식견이 싹튼다. 의미없는 것을 의미있는 것으로 변환시키는 삶에 신의 묵시가 있다.”

△문화 텍스트 분석을 통한 즐거움을 보여주고 있지만 근간이 되는 주제는 인간의 능동적 역할,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윤리적 의무가 아닌가.

“영국의 윤리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윤리의 근본이 타자와 더불어 있는 존재에 앞서서 타자를 위한 존재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타자을 위한 존재가 되는 일은 무척 힘들고 용기가 필요하다. 누군가를 위해 나를 희생하고 타자로부터 나의 삶의 진정한 의미를 얻을 수 있다면 거기서부터 구원이 시작된다. 근래 일어난 9·11테러사건도 타자를 위한 존재라는 정신의 상실 때문에 일어났다. 이런 현실의 고통속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다.”

△2장 조이할조의 시분석은 동양적 사유 특히 불교의 사유에 따라 분석한 것 같다.

“주체와 객체의 분리는 서양사유의 기본틀이다. 서양사유에서 주객의 분리를 일으키는 것은 언어이다. 이에 반해 선불교는 언어를 뚫고 그 너머에 있는 현실과 직접 만나는 체험을 하라고 가르친다. 월남의 선승 틱닛한은 언어를 우회하지 말고 언어를 꿰뚫고 나가라고 한다. 현실을 만나기 위한 언어는 피할 수 없는 문이기 때문이다. 시에서 내적 세계와 영적 세계는 같은 것이고, 시어는 영적 세계에서 주체와 객체가 만날 때 일어나는 새로운 언어이다. 조이 할조의 시는 이 점에 충실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향후 계획은.

“두 가지 책을 계획하고 있다. 하나는 이번 책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분야의 텍스트를 분석해서 책을 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시집을 내는 것이다.”
강연희 기자 alles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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