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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혁명 연합에 대한 보고서
[기고] : 아프가니스탄의 여성 혁명 연합에 대한 보고서
  • 교수신문
  • 승인 2001.11.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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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4 09:39:51
김소영/한국예술종합학교·영화학

라와(Rawa)라고 알려진 아프가니스탄 여성 혁명 연합은 9월 11일 테러가 일어난 지 3일 뒤인 9월 14일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오사마 및 그의 공모자들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요지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성명서에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의 처절한 상황이 잘 드러나 있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여성권리 탄압과 그러한 근본주의자들을 은밀하고 공개적으로 지원해온 미국, 그 양자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미국의 전쟁 선포에 대한 경고가 함께 담겨있다. 그 성명서의 핵심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라와는 일찍이 미국이 가장 비민주적이고 반여성적인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을 지원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경고한 바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는 미국 정부가 파키스탄의 독재자인 지아울하크 장군을 지원해 수천 개의 종교 학교를 만들었고 거기에서 탈리반의 씨앗이 발화했다는 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오사마 빈 라덴은 CIA가 총애하던 푸른 눈의 소년이다. 이 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미국 정치가들이 우리 나라에서 시행했던 친-근본주의자 정책들로부터 어떤 교훈도 얻지 못한 채 여전히 근본주의자 집단과 지도자들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본주의자들을 지원하는 것은 사실상 민주주의, 여성권리 그리고 인간 권리의 가치들을 짓밟는 것이다. 빈곤하고 황폐한 아프가니스탄의 사람들과 지하드와 탈리반 테러리스트들 사이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만 한다. 타도 테러리즘!” 이성명서가 나오기 이전에도 라와의 활동은 국제적으로 여성계의 주목을 받아왔다. 1999년 자르미나 사건을 생생하게 담은 영상물이 서방 언론과 국제 영화제등을 통해 알려지면서부터 라와의 존재는 보다 널리 알려지게 된다. 그 영상물에는 한 탈리반 병사가 7명의 아이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자르미나의 머리와 몸에 총을 쏘는 장면이 기록되어 있었다. 한 여자가 위험을 무릅쓴 채 부르카라고 알려진 온몸을 완전히 감싸는 옷안에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감추고 현장에 들어가 찍은 것이었다. 바로 그녀가 라와 소속이었던 것이다.
라와는 지난 20년간 좌파, 무자딘, 이슬람 근본주의자 그리고 탈리반과 자신들의 가족들로부터 위협을 받으며 지난 20여 년간 대부분 지하 조직으로 일해왔다.
라와의 창립자는 미나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학에 다니던 20살 때 라와를 창립했다. 2년 뒤 소련의 침공이 시작되었고 그에 반대한 미나는 학생 시위대를 조직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령군과 이슬람간의 투쟁의 장은 페미니스트의 개입을 허용하지 않았다. 미나는 파키스탄으로 망명을 떠났다. 그리고 쿠에타라는 곳에 여성 전용 클리닉을 세웠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은 여자가 남자 의사에게 진단 받는 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여자들이 치료의 기회를 받지 못하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바로 그 쿠에타에서 그녀는 암살당했다. 1987년의 일이었다. 그녀의 동료들은 이것이 KGB와 아프칸 근본주의자의 공동 작전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라와의 회원들은 파키스탄에서 살고있는 아프가니스탄의 여성들과 어린이들을 교육한다. 하지만 그 교육은 매우 비밀스럽게 진행된다. 라와가 하는 여러 가지 활동에도 이름을 내걸지 않는다. 가족들로부터 오는 압력도 크다. 그러나 영국 인디펜던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니나라는 활동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는 쌍방향의 투쟁을 하고 있어요. 가족들에게 아프가니스탄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것을 이해시키고 근본주의자들과도 싸워야해요. 바로 그런 이유로 우리는 소년들과 소녀들을 같은 교실에서 가르치죠. 진보에 대해서요.” 현재 라와의 교육을 받고 있는 소년, 소녀들이 자라나 민주주의와 여성의 인권 그리고 인간의 권리를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현재의 상황은 이 질문 자체를 희미한 그림자 속에 숨긴다. 그러나 이 광기 속에서도 현 상황을 정확히 분석하면서 테러의 악순환, 그 단절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고 교육장을 떠나지 않는 라와와 같은 그룹의 용기와 신념 그리고 비전을 기억하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은 민주주의와 여성, 그리고 인간의 모든 권리가 처참히 부서지고 있는 전쟁터이다. 미국의 폭격과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의 폭력이라는 극한의 양대 폭력 아래 놓여있는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생존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생명과 인권이 짓밟히는 곳에 정의라는 이름이 살아있을 리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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