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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있는 모임] : 전북대 ‘목요 포럼’
[향기있는 모임] : 전북대 ‘목요 포럼’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1.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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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4 09:38:15

신문방송학, 사회학, 행정학, 정치외교학, 사회복지학, 심리학. ‘사회과학’이라는 범주에 묶여있지만 각기 다른 전공과 학문 영역에 속해 있는 사회과학자들이 한 달에 한번, 목요일에 함께 모인다. 때로 고성이 오가느라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지만, 토론의 거친 숨결을 맥주 한잔으로 마무리하면 남는 것은 다음 모임에 대한 기대와 설렘이다.

전북대 사회과학대학 ‘목요포럼’은 사회대 교수 25명이 참여하고 있는 독서토론 모임이다. 사회대 여섯 개 과목 교수의 수가 40여명이니 단과대 교수의 반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사회대 대표모임이라고 할 수 있다. 모임은 사회과학의 공통분모를 다룬 교양서적이나 전공서적 가운데 하나를 정해 한 사람이 책의 내용을 요약 발표한 뒤 난상토론으로 이어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베스트셀러나, 당대 지식인 사회에 회자되는 논쟁서적 뿐 아니라, 발간된 지 오래여도, 문제의식과 세계관이 여전히 살아있다고 판단되는 책은 무엇이든 해당된다.

최근 토론 대상이 된 책은 제레미 리프킨의 ‘소유의 종말’. 후기자본주의 사회 새로운 인간관계와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고 알려진 이 책을 목요포럼 회원들은 어떻게 읽었을까.

“통제의 문제 등 자본주의의 중요한 사안들이 빠져있는 것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전지구적인 흐름이라기보다는,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부 현상을 확대 해석한 것은 아닌가 하는 평가들도 나왔다”고 포럼의 간사를 맡고 있는 정학섭 교수(사회학과)는 전한다. 회원이 출간한 책도 가끔 소개되는데, 두 사람이 참여한 ‘현대사회와 환경’이라는 책을 통해 새만금 문제로까지 토론이 나아갔다. 이렇듯, 포럼에서 책을 읽고 토론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한국사회를 제대로 바라보기 위해서’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 담론들은 책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은 곧 한국사회의 첨예한 이슈와 연결된다”고 정학섭 교수는 전한다. 모임이 만들어진 7년 전부터 활동해 온 김성수 교수(신문방송학과)는 포럼의 장점으로 “세상을 보는 안목을 넓히는 계기”라고 소개한다.

“사회문제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에 대한 서로의 고민을 들을 수 있다. 단순히 인식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판단과 해석, 나름의 ‘실천방향’까지 고민한다”고.

목요포럼은 자칫 현실의 예민한 문제들과 사회판단의 감을 놓치기 쉬운 이들에게 현실감각을 일깨우는 귀한 자리이다. 공고를 보고 찾아오는 대학원생들, 학부생들이 정식으로 토론에 낄 수는 없지만, 참관은 자유다. 가끔, 교수들보다 더 날카로운 의견을 ‘자유발언’하는 학생들도 있다.

목요포럼은 11월 모임 주제로 ‘한국사회 지식인 문제’를 설정했다. 회원인 강준만 교수(신문방송학과)의 최근 저서 ‘이문열과 김용옥’을 중심으로 그동안 ‘미뤄왔던’ 지식인문제에 대해 본격적인 토론을 벌여볼 계획이다. ‘전북대학교 대표 논객’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목요일을 기다린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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