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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세계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대안적 세계화는 어떻게 가능한가
  • 이기라 / 프랑스통신원·소르본대학 정치사회학 박사?
  • 승인 2007.10.0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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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학술동향] 프랑스 ‘제5회 콩그레 마르크스 인터내셔널’

“새천년의 벽두부터 자본주의는 새로운 폭력과 예속화의 동학을 펼쳐 보이고 있다. 신자유주의는 전 세계 노동자들을 경쟁으로 몰아넣으며, 그동안 쌓아온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여성운동, 제3세계 투쟁의 성과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 그것은 국가적 정체성과 자율성을 제거하면서, 문화적 다양성을 상품화된 대용품으로 용해시킨다. 또한 우리를 생태학적 재앙으로 몰아넣고 있다.”

과연 ‘또 다른 세계화’는 가능한가? 그렇다면 어떤 다른 세계? 어떤 대안적 세계정치? 그것에 도달하기 위해 어떤 투쟁들이 필요한가? 누가, 누구와, 그리고 누구 혹은 무엇에 대항한 투쟁인가?

파리 소르본과 낭테르에서 오는 3일부터 6일까지 나흘 간 열리는 ‘제 5회 콩그레 마르크스 인터내셔널(Congrs Marx International)’은 이처럼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던지는 긴급한 물음들에 답하고자 한다. 이 대회는 학술지 『악튜엘 마르크스(Actuel Marx)』를 통해 접속한 좌파학자들이 중심이 돼 1995년부터 3년마다 열고 있는 대규모 국제학술대회다. 세계 각국에서 온 4백여 명의 연구자들이 철학, 정치학, 사회학, 경제학, 역사학, 여성학, 생태학, 법학 등 10여개의 학문분과에서 하위 세션들을 나누어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는 올해의 주제는 ‘대안세계주의/반자본주의 : 대안적 범세계정치를 위하여’다. 단, 대회명에 붙여진 ‘마르크스’라는 이름에 지나치게 얽매일 필요는 없다. ‘교조적 마르크스주의’와는 분명한 거리를 둔다는 전제 하에,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마련하기 위한 이론적, 실천적 도구들의 원천이라는 의미에서 마르크스의 유효성과 상징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니.

1970년대 이래, 세계 자본주의의 새로운 공세는 사실상 이전까지의 사회적 투쟁의 성과였던 이른바 ‘사회적 보수주의’에 반대하면서, 신자유주의 또는 세계화로 표현되는 ‘개혁’의 옷을 입고 나타났다. 마치 한국에서 1990년대 중반부터 진행된 자본과 시장의 자유화가 이전 독재정권들의 개입주의로부터의 탈피라는 정당성과 함께 ‘민주화’와 ‘개혁/진보’인양 포장된 것처럼. 그러나 이러한 흐름은 산업시설의 해외이전을 통한 고용의 축소, 사회양극화를 야기하는 비정규직의 확대와 대규모 실업을 양산하고 있으며, 경쟁적 노동시장의 세계적 확대와 고용 불안정화를 통한 임금감축을 위해 시민의 사회적ㆍ정치적 권리, 사회보장 관련법, 각종 공공서비스 영역마저 축소 혹은 파괴하려 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새로운 세계적 질서, 전지구적 시장질서화를 거부하기 위한 대항적 힘으로서, 다양하고 이질적이면서도 국민국가의 틀을 넘어 연대할 수 있는 대안적 세계정치가 요청되는 것이다.

철학 분과에서는 대안적 세계화 기획의 철학적 전제들과 논리적 귀결점들을 검토하고, 자본주의적 세계화 비판을 위해 동원 가능한 개념들과 대안세계화의 인류학 및 정치학, 범세계정치의 기초들을 고민한다. 특히, 마르크스가 『자본』의 첫머리에서 제시한 상품 물신숭배론에 대한 다각도의 재조명이 눈에 띈다. 정치학 분과에서는 반자본주의적이고 대안적인 범세계정치의 구축을 위해, 세계 각지의 지리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사회, 정치적 투쟁들의 내용과 그것의 진전과 한계들을 검토한다. 사회학 분과에서는 사회적 투쟁들과 그것의 정치적 표상과의 단절이라는 문제에 접근하기 위해, 그동안 등한시했던 사회운동 사회학과 정치적 표상 및 제도 사회학의 교접을 시도하고, 사회운동과 대안세계화 운동의 정치적 영역 구축의 특정한 형태들을 여러 지역들 간의 비교적 접근을 통해 검토한다. 역사학 분과에서는 과거와 오늘날의 ‘개혁’들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오늘날 혁명이라는 관념의 의미를 되짚는다. 사회주의 분과에서는 지난 20년간 진행된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급속한 전지구적 확산과 함께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새로운 사회주의를 모색한다. 보다 상세한 정보는 『악튜엘 마르크스』 홈페이지(http://netx.u-paris10.fr/actuelmarx/)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기라 / 프랑스통신원·소르본대학 정치사회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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