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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국적 초월...공연가 ‘풍성한 가을걷이’
장르·국적 초월...공연가 ‘풍성한 가을걷이’
  • 배원정 기자
  • 승인 2007.10.0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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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가는 길]_ 10월 문화 산책

이탈리아 국립 아테르발레또 무용단의 공연 모습.
가을은 더 이상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풍성하다 못해 넘쳐흐르는 공연 소식은 집에서 책만 보며 지내기에 못내 아쉽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공연 트렌드를 한 눈에 보여주는 굵직굵직한 공연이 10월 말까지 계속된다. 몸으로 연주하는 가을바람에 흠뻑 취해 축제 기분을 만끽해보는 것도 몸과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데는 그만일 것이다. 

세계 무용 트렌드 한눈에
올해로 10번째를 맞는 서울세계무용축제(SIDanceㆍ시댄스)에서는 프랑스,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한국을 포함한 17개국 57개 단체가 참여한다. 한국 전통춤부터 현대 발레, 힙합, 플라멩코까지 수준 높은 춤의 세계를 펼쳐 보일 예정이다. 오는 4일부터 27일까지 국립극장과 예술의 전당, 호암아트홀 등 서울 시내 주요 극장 및 갤러리, 거리, 공항 등 도시 곳곳에서 열린다. 

개막 무대는 이탈리아 국립 아테르발레또 무용단의 ‘바흐예찬’과 ‘로시니 카드’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장식한다. ‘바흐예찬’은 단테의 신곡 중 <천국>에 기초해 안무한 작품이다. 정제된 동작으로 수학적 아름다움과 조형미를 선보이며,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를 표현했던 바흐의 음악세계를 표현한다. ‘로시니 카드’는 특정한 스토리보다는 인상적인 카드 이미지들을 하나씩 펼쳐 보이며 생기발랄한 무대를 펼쳐 보인다.

스페인 아이다 고메스 무용단의 ‘카르멘’도 놓치기 아까운 작품이다. 스페인 영화계의 거장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의 영화 ‘살로메(2002)’에서 안무와 주연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아이다 고메스의 첫 내한 공연이기 때문이다. 스페인의 열정적이고 역동적인 플라멩코 팜프파탈의 극치를 ‘카르멘’을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오는 17일 호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정형성을 거부하는 안무와 강렬한 리듬으로 세계인을 사로잡고 있는 아프리카 춤의 트렌드를 읽고 싶다면 ‘제3의 몸짓-아프리카 현대무용 컬렉션’을 기억해 둬야 한다. 오는 13일 예술의 전당 토월극장에서 다카르의 길거리를 보고, 콩고의 오늘날을 들으며, 말리의 공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무용·연극·음악…장르 넘나드는 축제의 향연
제7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는 오는 14일까지 연극, 무용,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총체적 공연예술제를 개최한다. 16개국 34개 단체의 총 38개 작품이 서울로 초청돼 현대 공연예술계를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예술제는 예술의 본질로 돌아가 무대와 관객, 관객과 세계와의 새로운 소통방식을 추구하며 예술의 진실에 한 발짝 다가서겠다는 취지로 열린다.

무엇보다 지난해 좋은 평가를 받았던 동유럽 연출가의 작품이 주목된다. 루마니아의 전설적인 거장 실비우 푸카레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는 부조리하고 지리멸렬한 삶을 견뎌내는 인간들의 ‘기다림’의 여정을 펼쳐 보인다. 비스듬히 세워진 철골에 백열등이 매달린 미완성 공사 현장 같은 무대 세트, 그리고 앙상한 나무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무대를 선사하면서 ‘기다림’의 세계로 안내한다.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2시간 동안 공연된다.

음악극의 새로운 시도도 눈길을 끈다. 오는 6일 공연되는 ‘입센 인 뮤직’은 노르웨이의 대표작가 헨릭 입센과 서거 100주년을 맞은 작곡가 그리그의 ‘페르귄트’를 실내악 연주로 감상할 수 있는 무대다. 극 속의 음악이라는 본래의 위치에서 온전한 구성으로 접하기는 힘들었던 그리그의 음악을 희곡적인 구성을 통해 새롭게 만나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를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게 하는 ‘비극의 여인’도 기대되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오는 13, 14일 드라마센터에서 열리는 이번 공연은 우즈베키스탄, 이란, 인도 연출가들이 그리스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중앙아시아의 힌두, 이슬람 문화적 전통과 함께 서구의 가장 고전적인 극을 조화시켰다. 아시아의 눈으로 바라 본 서구의 신화, 남성의 눈으로 바라 본 여성들의 삶, 가장 고전적인 신화에 투영해보는 오늘날의 삶. 이러한 대립항들의 소통이 어떤 새로운 예술적 방향을 제시해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12일부터 14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되는 ‘고도를 기다리며’, 13, 14일 드라마센터에서 열리는 음악극 ‘비극의 여인’, 17일 호암아트홀에서 선보이는 스페인 아이다 고메스 무용단의 ‘카르멘’의 한 장면.

세계의 국립극장들이 한자리에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도 서울세계무용축제,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같은 시기에 열린다. 세계국립극장 페스티벌은 각국의 독특한 문화 전통, 세계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보편성이 어우러진 ‘국보급 공연’을 선보인다. 9개국에서 온 14개의 공연이 오는 27일까지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개최된다.

오는 10일, 11일 해오름 극장에서 공연되는 터키 국립극장의 ‘살로메’는 19세기 작가 오스카 와일드의 희곡 ‘살로메’를 보다 현대적인 이야기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터키의 연출가 뮤게 규르만에 의해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살로메가 어떻게 현대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할지 궁금하다.

폐막작은 영국 셰익스피어 글로브 극장의 정통 연극 ‘사랑의 헛수고’다. 셰익스피어에 관한 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글로브 극장의 초연이다.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학문을 위해 금욕을 다짐했던 왕과 친구들이 외국 공주와 친구들에게 반해 일어나는 해프닝을 그리고 있다. 예술감독인 도미닉 드롬굴은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르네상스 말기, 미래에 대한 장밋빛 희망과 가능성으로 충만하던 시대를 보여준다. 음악을 담당한 반 캠펜은 고증을 거쳐 르네상스 후기에 사용된 음악을 그대로 재현해 냈다.      
배원정 기자 wjba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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