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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화제의 책]『한국의 잠자리 생태도감』
  • 교수신문
  • 승인 2007.10.01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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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분포 125종 생태정보 집대성…남북한 이름 비교도

‘로리타(Lolita)’의 작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하루 중 열네 시간을 나비연구에 바쳤다. 이 천재 작가는
죽을 때까지 소년처럼 채집망을 들고 다닌 광적인 나비수집가였다. 곤충채집은 미학과 추억이 버무려진 연구행위다. 나비의 아름다움이 ‘색’이라면 잠자리는 ‘살’이다.
투명한 망을 엮은 날개 살과 길쭉하게 잘빠진 몸매, 갸우뚱거리는 큰 두 눈을 가진 잠자리는 유년의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포개지는 멋진 미장센이다.
한국잠자리연구소장 정광수 안동대 교수가 한국의 잠자리를 한 곳에 모아놓은 도감을 펴냈다. 정 교수는
저자 소개 사진에 가족과 함께 곤충채집에 나서는 장면을 넣었다. ‘잠자리’ 연구가다운 최적의 발상이다.
3억 년 전 고생대 석탄기 화석에서 발견된 잠자리는 날개 길이가 1미터에 이르렀다. 오늘날 진화를 통해 점점 작아져 양 손가락으로 잡으면 꼼짝 못하는 크기까지 변화해 왔다.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잠자리는 5천574종에 이른다. 저자는 이 중 한국에서 발견된 125종의 잠자리 사진과 생태정보, 잠자리 발견의 사연 등을 집대성했다. 저자는 채집된 표본사진보다 잠자리가 살고 있는 환경 사진을 많이 넣으려고 애썼다. 대개 잠자리는 순간적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생태환경을 배경으로 촬영하기 힘들다. 저자는 그래서인지 잠자리를 보기위해 끊임없이 기다리고 카메라를 들고 전국을 다녔던 기억들을 도감에 적어 두었다. 사진을 구하게 되면
잠자리와 유충이 사는 곳이 어딘지 날짜와 시간, 찍은 사람이 누군지 꼼꼼하게 기록해 뒀다. 언젠가
사진을 구하면 삽입할 요량인지, 촬영되지 않은 잠자리의 자리는 비워뒀다. 도감은 전체 표본을
과, 속, 종별로 구분, 학명과 함께 전면에 배치해 사전처럼 찾아볼 수 있도록 했다. 그 뒤로 각 잠자리들의 특징을 무엇으로 볼 것인지 ‘동정 포인트’를 통해 지시하고 있다. 각 잠자리 소개에서는 특징 외에도
그 잠자리를 찾기 위해 쏟은 에피소드를 곁들여 마치 저자와 함께 채집 여행에 동행하는 기분마저 들게 한다.
연구자를 위한 잠자리 유충의 사육 방법이나 노하우도 적고 있다. 부록으로 남북한간 잠자리의 국명을
비교한 표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지난달 서울시는 고추잠자리를 잡으면 벌금 1백만 원을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체 수가 줄어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감에 따르면 고추잠자리는 크기도 작고 매우 민감해서 여간해서는 사람이 손으로 잡기 힘들다고 한다.
개체 수가 줄어든 것은 서울시가 모기 등의 해충을 잡기 위해 웅덩이에 약을 쳐, 잠자리 유충을 죽였다는
편이 보다 설득력있는 원인으로 보인다.
아마 서울시 관계자는 이 도감을 보지 않았던 모양이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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