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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정치경제학’ 교수 더 필요하다”
“서울대, ‘정치경제학’ 교수 더 필요하다”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9.16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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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민교협 포럼, 김수행 교수 발제

“학문의 다양성을 위해 서울대에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가 필요하다.” 내년 정년퇴임을 앞둔 김수행 서울대 교수(경제학부)가 최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가 주최한 민교협 포럼 초대 발제에서 ‘정치경제학’ 강좌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민교협은 13일 서울대 박물관 강당에서 첫 번째 민교협 포럼을 열고 ‘신자유주의시대와 학문’을 제목으로 김 교수에게 초대 발제를 부탁했다. 조흥식 서울대민교협 회장은 “정년퇴임전의 기념 고별강연”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서울대 교수’라는 겉옷을 벗고 자본론 강사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그의 ‘마르크스경제학 행상’이 처음은 아니다. 1987년 한신대에서 정운영, 박영호 교수와 함께 ‘사실상’ 해임된 후 1989년 서울대에 임용되기까지 여러 학교를 전전하며 정치경제학을 강의했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서울대 재직 중의 최대연구 성과는 ‘자본론 번역’이라고 말했다. 런던에서 받은 경제학 박사학위도 원래 ‘마르크스의 공황이론’이었다.              


“군부정치 상황이 겁나 지도교수와 논의해 ‘공황이론’으로 제목을 바꿨다. 마르크스 공부한 걸 숨겨야 했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서울대에 임용되자마자 그는 ‘자본론’을 냈다. 앞서 자본론을 펴낸 철학과현실사가 된서리를 맞은 직후였다.           


김 교수는 “시절이 시절이라 나도 각오했지만 서울대 교수였기 때문에 검찰이 움직이지 않았다”며 당시를 회고하면서, 학문의 다양성을 위해 “서울대에 정치경제학 교수가 꼭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마르크스를 전공하고도 주류경제학이 지배적인 서울대에 교수가 될 수 있었던 건 6월 항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년 전 당시 대학원생과 학부생들이 정치경제학 전공자를 임용하자고 격렬히 나섰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여전했다. 어눌한 경상도 억양으로 “신자유주의는 쇠퇴합니다”, “마가렛 쎄처는 ‘깡패’인데 정치인들이 닮겠다고 해요”, “다른 유형의 자본주의로 넘어가려면 새로운 이론, 새로운 정권을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2007년, 학생들의 관심은 변했다. 자본론의 역자, 김 교수의 공식적인 고별강연장이었지만 150여 석 중에 20여 석만 찼다. 행사를 준비하던 민교협 교수와 학생들을 제외하면 빈 시트만 눈에 들어왔다.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 33명. 이 중 대부분이 미국에서 주류경제학을 공부했으며 김 교수만이 마르크스 경제학 을 전공했다. 내년 김 교수가 정년퇴임하면 사실상 마르크스 경제학 ‘교수’는 사라진다.


민교협 포럼은 매년 6회 이상 개최될 예정으로 올해 3회 정도가 잡혀 있다. 포럼 취지는 ‘우리시대의 중요한 문제의 진보적 해결, 대중화-운동화에 기여’하자는 것이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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