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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성 최초 국립오페라단 단장 맡은 정은숙 세종대 교수
[인터뷰] 여성 최초 국립오페라단 단장 맡은 정은숙 세종대 교수
  • 전미영 기자
  • 승인 2001.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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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2 17:44:12
국립오페라단이 생긴 지 39년만에 첫 여성단장이 된 정은숙 세종대 교수(55세·음악과·사진)는 평생 오페라 무대에서 살아온 오페라 전문 성악인이다.

30년 전, 2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오페라 ‘아이다’로 데뷔한 이래 한 해도 빠짐없이 꾸준히 무대에 올랐고, 작년에는 데뷔 30주년 기념 독창회라는 하나의 결실을 맺었다. 1973년에 입단해, 인생의 반인 28년 동안 단원으로 활동해오다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된 그에게 단장이라는 이름은 영광이자 부담일 테지만, 그의 소감은 “평생 해온 일이 오페라이고, 가장 사랑하는 일 역시 오페라이다. 그렇기에 모든 경험과 능력을 모을 수 있는 최고의 일”이라는 것으로 모아진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39년만에 첫 여성단장이라는 사실은, ‘예술은 진보적이되 예술계는 보수적인’ 우리나라 예술계에서 여성의 자리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다.

그러나 정은숙 단장에게는 그런 것은 문제되지 않는다. 임기는 내년 1월 1일부터 시작되지만 머릿속에는 벌써부터 계획들이 가득하다. “국립이라는 이름이 갖는 ‘권위적 위상’이 아니라 ‘질 높은 예술’로 승부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때문이다. 국립오페라단은 2년 전, 국립극장에서 독립해 재단법인으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오페라단다운 오페라단으로 서게 됐다’는 기쁜 마음에 더해 국립극장의 안전한 둥지를 떠나온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평생을 오페라와 함께 살아온 정교수에게 ‘오페라는 특정 계층의 예술’이라는 오해를 받을 때가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다. “부유층이나 인텔리라고 하는 사람들은 결코 ‘문화적인’ 사람들이 아니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정신적 허영이나 문화 사치로 오페라를 보러 오는 이들은 사절”이라고 정교수는 이야기한다. 그가 바라는 진정한 관객은, 오페라가 얼마나 ‘인간적인 예술’인지를 똑바로 이해하고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단 하나의 관객이다. “노래가 있고, 음악이 있고, 미술이 있고, 시가 있는 오페라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예술이 모두 한데 어울려 펼쳐지는 종합 예술입니다.” 그것이 정교수를 오페라로 이끌어낸 힘이자, 한번 오페라를 본 관객들에게 오페라 무대를 잊지 못하게 만드는 힘이다.

우리나라 오페라 수준도 많이 높아졌지만, 최근 벌어지고 있는 ‘저질 오페라 시비’는 정교수를 우울하게 한다. 정부의 지원금 증가로 오폐라계가 너도나도 편수 늘리기에 급급해서, 오히려 오페라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안팎으로 거센 때문이다. 그러나 정교수는 그 동안 한국 오페라의 역사가 ‘폭이 큰 상승과 퇴보의 역사’였음을 지적하면서, 오페라가 발전하기 위해 거쳐야 할 하나의 과정이라고 보고 있다.

“엄청난 제작비를 들여 ‘몇 사람의 고급 소수’를 위해 오페라를 만든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국립오페라단은 대형무대를 떠나 소극장 오페라와 지방 오페라단과의 교류를 추진중이며, 해마다 배출되는 예비성악가들을 책임지는 코치제도와, 콩쿨을 준비중이다.
전미영 기자 neruda73@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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