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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기초학문을 살리려면
[대학정론] 기초학문을 살리려면
  • 논설위원
  • 승인 2001.11.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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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11-12 17:10:47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세간에 오래 회자됐다. 이 위기론이 대학을 거점으로 한 것임은 자명하다. 시장이 요구하는 지식을 생산하고, 이를 전수하는 기능을 작금의 대학이 수행해야 한다고 윽박받은 것도 기억한다.

어째서 위기냐는 논란부터 형편이 여기까지 이른데 대한 자성론과 분석, 비판이 없지 않았다. 그런데 대부분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논의가 흘러갔지,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를 두고 고민한 것 같지는 않다. 기초학문육성위원회가 최근 마련한 ‘기초학문육성을 위한 정책심포지엄’에 기대를 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기초학문육성위원회는 기초학문의 위기를 분석하고, 이에 대한 처방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가 고심 끝에 내민 카드다. 꾸려진 사정이 어쨌든, 이 위원회가 해야할 일, 풀어나가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위원회에 관심과 애정, 격려와 비판을 아끼지 말아야 하는 것도 다 우리의 기초학문 토대구축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모처럼 기초학문육성위원회가 칼을 뽑아 들었다. 국가경쟁력이라는 입에 발린 관점에서도 역설적으로 기초학문 지원은 피해갈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식산출 기반을 형성하는 순수학문분야의 재생산 구조를 확립하고, 교양교육제도를 강화하는 한편 강사들의 법적·경제적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귀담아 들을 만 하다.

왜 귀담아 들어야 할까. 1999년의 사례를 들어보자. 같은해 미국의 기초과학투자연구비는 우리보다 30배나 많은 6조원대 규모였고, 일본 역시 우리보다 15배나 많이 투자했다. 과학기술연구자의 절대수는 미국과 일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연구를 위한 임계임원(Critical Mass)조차 형성하지 못해 원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처연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요컨대 학문후속세대의 토양이 풍성하지 못할 때, 더 이상 나라의 미래가 보장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때다. 갈수록 질이 떨어지는 기초과학교육,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인문학분야에 학생들의 발걸음이 멀어지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교양 담당 강사들이나 기초과학 고급 두뇌들이 생계를 위해 轉職하는 일도 잇따르고 있다. 한마디로 학문후속세대를 양성할 국가차원의 구체적인 국가계획이 부재하다는 지적이다.

이런 점에서 위원회가 보고한 인문학 전공 교수 증원과 강사들의 법적 신분 보장책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먼 길을 가려면 신발끈부터 단단히 조여야 한다고 했다. 기초학문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이 일의 단초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학과 우리 교수들은 무엇을 해야할까.

몇몇 명망있는 연구자가 나선다 해서 이 문제가 풀릴리 만무하다. 논의를 전국적으로 확대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자. 그러나 정말 중요한 것은, 대학과 교수들의 관심이다. 얼마전 한 공청회의 기억이 씁쓸하다.

기초과학과 관련된 이 자리에 주인으로 와 있어야할 교수들이 겨우 손꼽을 정도로 참석한 광경말이다. 강건너 불보듯 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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