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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생활백서]②매일 밥을 얻어 먹기만 하는 동료교수가 있을때
[교수생활백서]②매일 밥을 얻어 먹기만 하는 동료교수가 있을때
  • 박상주 기자
  • 승인 2007.09.03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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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보다 비싼 차로 지갑 여는 훈련을

어느 직장이든 식사시간은 중요하다. 동료와 못 다한 대화를 나누기 좋은 자리다. 그러나 ‘결코’ 계산에 인색한 교수가 있다. 한두 번도 아니고 ‘내가 대접해야할 입장인가’라는 생각이 들 때면 그 ‘사람’이 미워 보이기 마련이다. 매월 식대로 수십만 원을 쓴다는 한 교수는 이렇게 분석한다. “교수들은 기본적으로 잘 안낸다.” 주변에서 선생대우를 해주고 공돈으로 비용을 치르다보니 향응을 받는 걸 당연하게 생각한단다. 장기간 직업 없이 경제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학인들이 보이는 특징이다.
선배 교수를 만났을 때는 당연하고, 동료 교수와 만났을 때 계산대까지 ‘오래달리기’하고, 후배 교수는 식사시간을 피해 만나는 명민함을 보인다. 그렇다고 대학에서 추렴하는 모양새도 어색하다. 물론 신임교수와 함께 할 때는 체면을 위해 나서서 내려는 때도 있지만, 그 때는 백만 배쯤 더 밉다.
식사 후에 차를 마시러 가 보자. 일부러 밥값보다 비싼 차를 마시면서 ‘차 맛이 괜찮다. 좋은 차를 대접해줘서 고맙다’고 선수를 친다. 지갑도 열어본 사람이 여는 법. 자연스럽게 몇 차례에 걸쳐 돈을 쓸 기회를 주면 자연히 더 저렴한 밥값을 내려고 노력하게 된다. 간혹 고수도 있다. “선생님께서 차 마시자 안했어요?”라고 선수를 빼앗길 때, 긴장하지 말고 이런 멘트를 쳐라. “아까 식당에서 현금을 다 써버렸네요. 오늘 좀 내주시죠.”
자주 만나는 사람이라면 털어놓고 인색함을 지적하는 것이 좋다. 어차피 학과에서 길면 30여년을 함께 보내는 동료다. 인색하면 누구든 자연스럽게 교수사회에서 도태되기 때문에 해당 교수를 위해서라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하지만 면박보다는 희화를 통해 에둘러 지적하라. 교수사회의 공짜문화를 비판하면서 “우리는 안 그러잖아”라는 여운을 남겨보자. 그래도 안 될 때는 장기전으로 가라. “밥값을 낼 테니 좋은 곳을 소개시켜 달라”고 해보라. 아무리 좋은 식당이 많아도 언젠가는 바닥이 드러난다.

박상주 기자 sjpark@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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